
학과 원숭이도 차마 지나가지 못하는 검문관 조도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쓰촨 ⑤ 랑중고성, 검문관 조조가 한나라의 일등공신 한신에 비유한 장군이 있다. 정사 ‘삼국지’에 나오는 기록이다. 장합(張郃)이다. 서기 215년 선봉장 장합은 촉나라를 향해 파죽지세로 진격했다. 유비는 장비를 보내 맞서게 했다. 장합은 군대를 물려 후퇴했다고 담백하게 기록했다. 소설은 훨씬 드라마였다. 패장 장합은 조조의 사면령 덕분에 겨우 사형을 면했다. 장비는 조조의 ‘한신’을 물리치고 7년이나 랑중(閬中)을 지켰다. {계속}

얼굴이 팍팍 바뀌는 변검, 발원지에서 봐야 오리지널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쓰촨 ④ 촉풍아운, 팬더기지, 삼성퇴, 낭원선경 20년 전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변검(變臉) 공연을 처음 봤다. 후다닥 얼굴이 바뀌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10여 차례 관람했는데 감탄은 한결같다. 리드미컬한 반주에 맞춰 순식간에 변하는 맛을 그 무엇도 흉내가 어렵다. 도포 휘날리며 얼굴이 사라지고 어느새 바뀐 얼굴. 처음 알려진 시기는 불분명하다. 청나라 건륭제 시기인 18세기 말에 시작됐다는 짐작만 한다. 발원이 쓰촨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청두에 전문 공연장이 많다. 친타이루(琴臺路)에 위치한 촉풍아운(蜀風雅韻)으로 간다. 매일 밤 1시간 30분 동안 공연한다. 홍등과 조명이 어울린 무대가 단정하다. 긴 주전자로 차 ..

베이징 북쪽 외곽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명나라 장성을 등산하다 기원전에 살았던 사마천이 ‘사기(史記)’에서 ‘장성(長城)’을 언급한다. 초세가(楚世家)나 몽염열전(蒙恬列傳) 등에 기록돼 있는데 지금 장성과는 무관하다. ‘만리장성을 쌓았다’는 진시황은 이전 시대의 산성을 정비한 수준이다. 흉노족 침공에 대비해 산성을 쌓긴 했어도 ‘만리’라는 말은 지나친 왜곡이다. 아무리 시황제라 해도 통일 군주로 10여 년을 집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산해관에서 가욕관까지 만리에 이르는 장성이다. 명나라 시대에 200년에 걸쳐 크게 3번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16세기 중반에 거의 20년에 걸쳐 항왜 영웅인 척계광(戚繼光) 장군이 지금의 골격을 완성했다. 수도 베이징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장성이 많다. 베이징에 살면서..

비단 도시에서 시인 두보의 ‘호우시절’을 따라간다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쓰촨 ③ 두보초당, 무후사, 금리고가 봄비 내리는 밤에 두보(杜甫)가 붓을 들었다. 춘야희우(春夜喜雨)다.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키자 관직을 잃고 처자와 정처 없이 떠돌다 청두(成都)에 정착했다. 미관말직 하나 얻어 초당을 짓고 살던 시절이다. 농부의 마음을 헤아리며 지은 시로 761년 작품이다. 첫 구절은 영화 ‘호우시절’로도 유명하다. 출장 온 정우성은 우연히 미국 유학 시절 친구로 두보초당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가오위엔위엔(高圓圓)을 만난다. ‘첫사랑의 로맨스’가 초당의 싱그러운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시절’을 알고 내리는 비는 영화로 살아나 때맞춰 온 사랑이 됐다. 영화의 여운을 지니고 두보초당으로 간다. {계속}

덩샤오핑 고거에서 ‘3차 결의’로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을 생각하다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쓰촨 ② 룽창패방군, 장다첸기념관, 덩샤오핑고거 쓰촨 동남부 네이장(内江)에 가면 ‘입체사서(立體史書)’라는 건축물을 볼 수 있다. 별명도 잘 지으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룽창(隆昌)에 위치한 패방군(牌坊群)이 ‘서있는 역사책’다. 패방은 공로를 세웠거나 과거 급제, 충성과 효도, 절개와 의리를 자랑하기 위해 짓는다. 마을의 자랑이고 인물에 대한 평가다. 역사에 대한 기록이고 건축 문화다. 철학과 수학, 문학과 미학을 새긴다. 톨게이트도 고풍스럽다. {계속}

자연 발효로 빚은 간장과 매운 양념 풍성한 고진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쓰촨 ① 센스장유, 야오바고진 4215번 국도는 구이저우 쭌이와 쓰촨 청두를 잇는다. 쓰촨 동남부 루저우를 지난다. 윈난에서 발원해 구이저우를 남북으로 흐르는 적수하(赤水河)가 루저우에 이르러 장강과 합류한다. 장강을 품은 루저우 일대는 수많은 명주의 고향이다. 10대 명주의 반열이라 누구나 손꼽는 루저우라오쟈오(瀘州老窖), 랑주(郎酒)와 우량예(五糧液)의 탄생지다. 장강 지류인 적수하는 누구나 추앙하는 국주(國酒)인 마오타이(茅台)를 증류한다. 톨게이트를 지나 적수하 강변의 센스(先市) 진을 찾아간다. 적수하가 빚은 또 하나의 명품을 만나러 간다. {계속}

13세기 남송 시대 형성된 천년고진, 멋과 맛이 풍성한 명품 마을 뜻밖의 명품 마을을 만나면 여행 기분은 몇 배 상승한다. 저장 남부 첸퉁고진(前童古镇)이 그렇다. 상하이에서 고속 열차를 타고 남쪽으로 2시간 45분, 싼먼현(三门县) 역에서 내린다. 북쪽으로 30km 떨어진 고진이다. 소박한 입구다. 안으로 들어서니 구수한 냄새가 진동한다. 마이빙(麦饼)을 굽고 있다. 다른 지방보다 밀가루 반죽이 유난히 얇다. 밀대로 종이처럼 만든다. 새우와 파래를 넣는다. 불에 올리고도 누르고 눌러서 익힌다. 종이처럼 접어서 주는데 향긋하고 담백하다. (계속)

상하이 서쪽 수향에 걸린 주판은 산수 대신에 인생의 셈법을 담았다 [최종명의 차이나는 발품 기행] 상하이 ④ 주가각 상하이와 쑤저우의 경계에 전산호(淀山湖)가 있다. 3대 담수호인 태호(太湖)와 황포강(黃浦江) 수계를 연결하고 있다. 사방으로 물줄기가 뻗어나간다. 동쪽으로 흘러가는 전포하(淀浦河)를 따라 형성된 수향이 있다. 상하이 서쪽 끝에 위치한 주가각(朱家角)이다. 남송 말기인 13세기부터 마을이 형성됐다. 800년 역사를 지닌 고진이다. 명나라 중기에 이르러 사통팔달 수운 덕분에 상업이 발달했다. 21세기 상하이는 코앞까지 지하철을 연결했다. 공항과 기차역이 있는 훙차오(虹橋)에서 17호선을 타면 30분 거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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