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강성 봉화에 있는 설두산은 눈 설, 구멍 두, 눈이 내리지 않는 남방에 무슨 눈이야? 옛날에 산 정상 부근에 뻥 뚫린 동굴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눈 구멍처럼 하얗게 보였다는 '썰'이 있다는 산입니다. 상 중 하, 삼은담 폭포를 따라 하산하는 길은 편안하고 여유롭습니다. 중국에서 물이 많은 곳에는 대체로 용왕을 모시는 사당이 있습니다. 용왕묘는 서민들에게 민간신앙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날씨가 좋아 작은 무지개도 보입니다. 가는 곳마다 하얗게 내리는 폭포와 어울린 나뭇가지나 풀과 재밌게 놀아봅니다.
신선거 등산에서 가장 기대되는 남천교, 멀리서 보면 아찔한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가까이 가면 그다지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좋습니다. 남천교에 오니 살짝 비가 뿌리기 시작해서 기온이 약간 떨어졌습니다. 절벽 아래로 왕복하는 케이블카가 오늘따라 유난히 깨끗해 보이기도 합니다. 다리를 건너는 대신에 도르레로 한방에 날아가는 게 생겨도 저는 안 탑니다. 아마 등산회원 중에서는 타실 분 많으실 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남천교에서 바라보는 사방팔방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최고입니다.
신선거에 운무가 사라지니 조금 맹숭맹숭한 느낌입니다. 몇 번 운무에 쌓인 절경만 보다가 청명한 하늘 아래 드러난 신선거를 보니 정말 낯설면서도 야릇했습니다. 품격은 여전한 신선거, 자연이 어디 사라지겠습니까?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겠지요~그래서인지 못 보던 나무가지 사이도 보이고 연두색 소나무도 향긋한 풍광을 선보입니다. 멀리까지 깔끔한 암석도 옷을 벗은 듯 부드럽고 촘촘하게 덮은 나무들은 마치 모자를 쓴 듯 얌전합니다. 잔도를 따라 절벽을 오르는 사람조차 신선거와 하나가 된 듯 보입니다.
차마고도! 꿈에서라도 가고픈 마음이 든다. 방송 다큐멘터리가 우리에게 남겨준 고마운 설렘이다. 험준한 산과 협곡을 넘어가는 말(马), 말과 하나의 운명으로 묶인 마방(马帮)의 고단한 행로. 말과 차의 교환을 위해 생겨난 머나먼 길, 차마고도는 생명의 근원이 살아 숨을 쉬고 있다. 해발 4천m가 넘는 고원에 사는 티베트 사람은 야크의 젖으로 만든 버터만이 영양분이다. 여기에 풍부한 비타민을 공급하는 푸얼차(普洱茶)와 소금이 합류한다. 차마고도가 기나긴 세월을 견뎌온 이유다. (계속)
김용 작가의 의천도룡기倚天屠龙记 제6장 '대의를 위하여'에서 인터뷰한 내용... "송나라 초기에는 (중원 땅에) 1억 명이 넘는 인구가 살았는데 몽골족인 원나라가 집권한 지 30년도 채 안 되어 5천 9백만으로 줄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정강지변으로 금나라에 멸망하기 직전 1120년 경 송휘종宋徽宗 당시 인구는 1억 2천만 명에 육박합니다. 강남으로 남하한 남송 정권의 개국황제인 송고종宋高宗 시기에 이르러 영토가 줄어서 2천5백 명으로 인구가 급감합니다. 남송 막바지에는 거의 1천만 명 조금 넘을 정도로 왜소해집니다. 남송을 멸망시키고 중원을 통일했지만 원나라는 전체 인구가 5~6천만 명에 불과합니다. 이는 전쟁 와중에 엄청난 살육이 벌어졌기 때문이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족의 삶이 피폐했다는 것..
김용 작가의 의천도룡기倚天屠龙记에서 '광명정光明顶'은 곤륜산에 위치한다고 했다. 소설의 허구적 공간이니 우리는 마냥 '서역'에 있는 곤륜산昆仑山을 떠올린다. 어쩌면 지금의 티베트 청장고원과 위구르자치구의 타림분지를 가르는 고산을 생각하게 된다. 소림사에서 거의 2~3천km나 떨어진 지역일 거라 믿는 건 정말 '소설'이다. 중국 신화의 명산 곤륜산은 도교가 발흥한 동한 시대 이후 서왕모西王母가 거처하던 곳으로 여겨진다. 다 신화이자 허구인 곤륜산. 김용은 광명정 전투를 통해 장무기의 화려한 부활과 함께 정파 및 사파의 통합을 통해 북방민족 몽골족과의 대결구도로 무림을 이끌어간다. 허구이겠지만 광명정은 황산의 주봉 중 하나다. 이곳에서 보는 일출은 황산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멋지다. 신화도 소설도 사..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세계 최강이던 당나라 태종 이세민과 명나라 영락제 주체가 통치하던 시대로 '르네상스'하고 싶은 것이 중국의 꿈입니다. 그만큼 당나라 멸망 이후 명나라 건국까지의 시대 중원의 혼란의 도가니였습니다. 적어도 한족에게는 그렇습니다. 김용 작가의 무림세상은 혼돈의 시대, 북방민족의 중원 통치라는 '쓰라린' 배경을 담은 '한스런' 한족의 자서전입니다. 무협이라는 이름을 담아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소설적 구성이 탄생하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제4장 '복수의 소용돌이'처럼 역사에서 복수를 하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김용 작가의 의천도룡기倚天屠龙记는 사조영웅전射雕英雄传과 신조협려神雕侠侣와 더불어 사조삼부곡射雕三部曲이라 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