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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차이나

1,500년전 운강석굴을 엿보았네

최종명 작가 2008. 5. 13. 18:36

베이징서역에서 출발하는 밤기차로 6시간만 가면 따통이다. 따통역에서 버스 두번타고 약1시간반이면 세계문화유산 운강석굴에 다다른다. 운강석굴은 AD470년대에 만들어졌다니 1500년전 중국인들의 걸작품을 만나는 기분좋은 기대. 말그대로 입구에 이르니 산뜻한 풍치를 내뿜으며 석굴을 숨긴채 석굴답게 커다란 바위에 세계에 자랑할만하다고 뽐내고 있다.

운강석굴 입장료는 좀 비싸다. 세계문화유산 덕을 톡톡히 뽑아내려면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돈에 관한 한 철저한 중국인들이고 보면 60위엔(1:120정도,7~8천원)이 비싸다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할 것이다. '세계에 자랑할만한 윈강석굴 보는데 이 정도면 무난하다' 그러겠지. 하여간, 좀 비싼 느낌이 들어 이전에 가지고 있던 학생증을 내밀고 30위엔으로 훌륭한 문화유산 구경은 정말 잘 했다. 하하

윈강석굴에는 아마도 당시 중국인들의 기원을, 종교생활을 담았나보다. 1호석굴부터 47호석굴까지 대체로 굴 속에 신비한 예술감각을 새겨놓았다. 높이가 20미터가 넘기도 하고 아주 앙증맞게 귀여운 석굴도 있다. 시간이 흘렀어도 보는 이들의 미적 감각을 알았던가。 보는 곳마다 아름답다고 해야할지, 웅장하다고 해야할지 그저 감탄이다.

석굴에는 간혹 이렇게 디테일한 장면도 연출해놓았다. 석공은 아마도 작업시간보다 더 세심한 계산으로 하나씩 새겼을 것이다. 이 작은 불상마다 그 표정으로 말하는 메시지가 다 달랐다면 과장일까. 간혹 머리가 통채로 역사 속에서 잃어버리고 온 몇개를 빼면 말이다. 아마 몸통과 머리를 잇는 사람의 목이, 생명이, 명예가 가장 중요한 까닭인지도 모른다.

사람들 키보다 열배는 높아 보이는 이 석굴도 참 기괴하다. 외양이 특이한 것은 물론이고, 안쪽 벽화처럼 새겨진 불상들의 칼라풀한 느낌은 정말 이 세상 어떤 물감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거다. 물론 가까이 다가가보면 퇴색되어 조금 지저분해보이기도 하지만 섬세한 조각과 어우러진 천연의 색감은 여전히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었다. 부르르 떨만큼 감동적인 이 역사 앞에서 중국인들은 무얼 생각할까. 한사람에게 물었더니, 이거 본 느낌이 어떠냐고... 무조건 하오칸이란다. 하오칸, 하오칸. (보기좋다) 그렇겠지. 외국인이 물어보는데 뭘 더 답하랴. 보기 좋은데 잘 보란 이야기겠지.

조금 가까이 들여다보면, 아주 총천연색이라고 느껴진다. 도대체 몇가지 색감을 만들었는지 세어보고 또 세어봐도 잘 모르겠다. 미술전공한 사람이라면 좀더 많은 느낌으로 세어봤을 것이다. 운강석굴의 참다운 흥미를 나는 바로 이 색감이 주는 흥분에서 찾았다.

운강석굴을 중국3대석굴 중 하나로, 싼시(山西)성에 있다.
싼시성은 중국고대유적지 중 국보급을 대부분 품고 있다는 곳인데 중국 성 중에서 재정자립도 낮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따통도 그렇고 석탄 산지여서인지 공기도 별로 좋지 않다. 운강석굴의 감동을 토해내는 듯 조금씩 기침이 나는게 심상치 않다.

이 석굴 속 불상은 오른손 아래 앙증맞은 작은 불상이 이채롭다. 큰 불상을 보호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보호받고 있는 것인지 얼핏 보면 넉넉한 엄마의 품 안에서 노니는 아이같아 보인다. 역시 여기저기 긁힌 흔적 사이에도 은근한 색감이 묻어 있다. 머리테 주위나 벽에 지나치게 선명한 색상은 오히려 부담스럽다.

중국여행을 하면 불상앞에서 종이를 태우며 기원하는 모습을 흔히 본다. 운강석굴의 한 가운데 쯤에 떡 버티고 선, 석굴 내부가 아닌 외부로 드러난 이 큰 불상 앞에서 중국인들은 현실의 고난을 벗고 미래를 염원하고자 삼배한다. 종이 타는 냄새가 결코 향기롭지 않지만, 중국 역사를 맡으려면 감수해야 한다.

주변을 아무리 돌아다봐도 다들 제각각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지만, 나도 내 얼굴을 보고 싶은데 후후. 옆에 한가해보이는 가이드 아가씨에게 부탁. 불상이 다 나오게 하고 종이 타는 모습도 넣어달랬더니 이렇게 찍어줬다.

이 긴 벽을 따라 여행객들이 석굴의 신비와 만난다. 이쪽은 서쪽 끝이어서, 아니 이미 많은 석굴과 불상을 볼만큼 봤기에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다.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40개가 넘는 석굴을 일일이 다 훔쳐보는게 쉽지 않다. 그런데, 외외로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곳이 많다. 운강석굴에 가시는 분들은 시간을 충분히 두고 다, 모두 다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