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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통'은 그야말로 옛 골목길을 그대로 남겨 둔 곳을 말하니, 정겨울수도 있고 밋밋할 수도 있다. 더구나, 베이징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독특한 상품으로 홍보되니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적다.

지금의 지하철 2호선, 즉 옛 황궁 외성 안쪽에는 옛 베이징의 가옥형태인 '쓰허위엔'(四合院)과 집들을 가로지르는 '후통'이 수도 없이 많다. 지명을 딴 '후통' 이름만도 수천 곳에 이르니 그야말로 베이징은 '후통'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그 면모가 사라져가면서, '후통' 보존에 대한 요구도 강해지고 있다. 천안문광장 서편 중산공원 주변에도 '후통'(胡同) 거리가 많다. 거리를 걷다가 집 대문들의 색깔에 자꾸 시선이 머문다. 그래서 흑백으로도 보고 싶었다. 사진이 깜박거려서 보기 불편할 수도 있으나 비교해보니 볼만하다.

대체로 빨간 대문이 많다. 회색벽돌과 자그마한 조각상도 눈에 들어오지만, 초록색 나뭇잎도 아담한 집의 입구를 더욱 정답게 해준다.

집번지수가 '9'이다. 집 대문이 조금 크다. 퇴색해 떨어져나간 대문이 더 인상적이다.

열린 대문 안에는 늘 자전거가 서있다.

연하늘빛이 감도는 대문이다. 대문손잡이는 파랗지만 문패는 붉다.

대문에 종이가 한장 붙어있다. 아마도 우체부가 소포를 배달왔다가 그냥 갔을 터이다. 다음에 언제 오겠다는 내용과 연락처가 있을 것이다.

나뭇가지들이 대문을 다 덮을 모양이다. 너덜너덜 떨어지고 있는 벽을 언제 다시 채색할까. 이대로가 더욱 '후통'다우니 그냥 둬도 좋겠다.

원래 빨간 대문이었을 듯. 아랫부분만 덧칠한 거 보니 보기가 흉했나 보다.

깔끔한 대문이다. 하얀 등도 하나 걸려있으니 밤에는 불을 밝힐 것이다.

대문 기와가 좀 색다르다. 대문도 여느 집과 달라보인다.

벽 색깔도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게 칠해져 있다. 이 집 대문은 새로 나무판자로 만들었다.

대문 앞에 쓰레기가 놓여 있다.

모든 집마다 우체통 하나씩은 다 붙어있다. 빨갛게...

사진을 찍으니 집주인 아줌마가 나름대로 포즈를 취해준다.

그리고는 자기 집을 찍으라고 자리도 비켜준다. 이곳에는 여러 집이 같이 사는 것처럼 보인다.

흑백과 칼라의 조화는 재밌다. 언뜻보면 자기 색깔이 분명한 몇몇 물건만 반짝거린다.

대문 지붕 위에 이끼인지 모를 푸른색이 미세하게 보인다.

향토문학연구회로 쓰고 있는 집이다.

외부 벽은 흑백이나 칼라나 같다. 안쪽 내부만 조금 색을 드러낼 뿐이다.

가끔은 연분홍도 만난다.

골목에 다소 넓은 광장이 있다. 아이들이 여기에서 뛰어놀 것 같다.

구비구비 골목길이 계속 이어진다. 가까스로 차가 지날 수 있을 정도다.

골목을 빠져나오자 바로 큰길이다. 한 할아버지가 느릿느릿 담배를 피워물고 거닐고 있다.

큰길 횡단보도, 차와 자전거와 사람들이 서로를 살피며 지나간다.

'후통'에 가서 그저 있는 그대로의 색깔만 보지 말고, 숨겨진 색감을 상상해보자. 세월을 실감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후통'의 모습이 하나로 통일된 것이 아닌 대문, 지붕, 나무, 조각, 벽돌, 우체통, 문패 등이 개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흑백에 칼라를 입혀보니 때깔이 나쁘지 않다. 칼라 없는 나라의 '후통'을 보니 '후통'답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