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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옌(仙岩) 오르는 길은 봉우리 서쪽 아래에서 시작해 서벽을 탄다. 점점 꼭대기가 가까워질수록 드넓은 전망이 드러난다. 루씨허(泸溪河) 서편에 당당하게 최고봉으로 우뚝 선 선암. 신비함이 서려 있는 곳, 갈수록 점입가경인가.

오름길에서 선암 북쪽 방향의 루씨허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여기 뿐이다. 강 서쪽인 왼편 뒤쪽에 서있는 것이 '대지의 어머니' 씨엔뉘옌(仙女岩), 선녀암이고 강 동쪽인 오른편에 보이는 것이 씨엔타오스(仙桃石), 선도석이다.

좀더 말끔한 느낌으로 찍었더니 역시 더 전망이 멀다. 선도석 바로 옆 광장이 씨엔화쩌우(仙花洲), 선화주 광장으로 개막식과 폐막식이 벌어진 장소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바글거렸는데, 여기서 보니 깨알같다. 역시 루씨허는 미동도 없이 흐르고 있구나.

좀 클로즈업으로 찍어봤는데, 뿌옇다. 3년 4개월 전 디카로 참 용 쓴다 하겠다.

세번째 문이다. 선암 오르는 길에는 신선들만 드나든다는 문이 세 곳이라 했다. 산 아래 선암문과 중간 쯤에 선풍문, 이곳은 신선의 빗물이 머금던 곳이란 말인가. 씨엔위먼(仙雨门)이다. 아래쪽에서 본 모습이고,

위쪽에서 본 모습이다. 소후닷컴에서 온 두 남녀가 정답게 사진을 찍으며 따라오고 있다. 연인 사이도 아닌 것이 꽤 다정한 척 하더라. 보기에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듯 한데, 여자는 아랑곳 하지 않는 사이 정도. 남자 애가 더 잘 생기고 착해 보이던데. 확실한 건 여자 애는 다른 일행들에게도 꼬리를 치는 걸로 봐서 여우과임에 분명하다. 별로 이쁘지도 않으면서 여우 짓은 좀 그렇다. 후후 다음 글에서 얼굴 공개할 생각이다. 잘난 체 하고 내가 한국에서 뽀커(博客), 블로그에 글 올린다니 좋다고 그랬으니...

와우~ 우리 덩덩이. 이 길로 따라오세요. 하며 기다리고 있다. 덩덩이 옆에 그림자 얼굴이 바로 나다. 서쪽에서 올랐는데, 그림자가 앞으로 드리운 건 지금이 오전 10시 정도니 뒤편이 동쪽이란 이야기다. 선우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우회하하는 등산로를 따라갔으니 그렇다. 선우문을 지나면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 두갈래로 갈라지기 때문.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멍멍이. 바이바이는 어디로 갔는가. 아마 먼저 간 일행 앞에 있을 것이다. 이 두 녀석은 그렇게 말없이 역할분담하고 있었다.

봉우리 중턱, 정상 바로 못 미쳐 연못이 있다고 했다. 바로 롱화츠(龙化池)인데, 저 애기 같은 다리 양 옆이 바로 연못이란다. 그런데, 연못인지 아닌지도 잘 모를 정도로 조그맣다. 그런데 분명 연못에서 피는 연꽃은 있다.

선암 오르는 계단이 모두 588개라 했는데, 뒤에 보이는 계단도 포함되는 지 잘 모르겠다. 아마 아닐 듯 싶다. 서벽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만 그런 듯하다.

이번에도 눈길을 끄는 이름 모를 꽃이 있어서. 참 이뻤는데 그저 약간 노랗고 하얀 듯 해 사진으로는 평범하다.

선암 정상에 있는 또우뤼꽁(兜率宫)이다. 670핑팡미(平方米) 정도 넓이에 높이가 19미(米)라 한다. 도교에서 구오지존(九五之尊)한 제왕(帝王)의 궁전을 상징한다고 한다. 구오지존? 주역()에서 나온 말로 '건괘의 다섯번째 효(爻)'가 '구오'이고 삼국지에서 유래했다 한다.<두산세계대백과> '구오는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九五,飞龙在天) 것이니 황제나 천자를 뜻한다 하겠다.  

천자(天子)의 궁전치고는 북쪽 입구가 좀 그렇다. 왼편이 동쪽이니 앞쪽일 것이다.

신기가 있으리라 여겨 한장 찰칵 ^_^

입구를 따라 왼쪽 동편으로 가니 궁전이라 하는 자그마한 암자 앞이 나온다. 화려하지도 않고 아담한 공간에 향불도 많지 않다. 소박한 분위기라 마음이 편해진다.

앞으로 다가가니 그 전망이 가히 거칠 게 없다. 시야도 좋다. 강을 둘러 바위 봉우리들이 제각각 자태를 뽐내는 형국이다.

두율공 안을 쩡디엔(正殿)이라 부르고 그 중앙에 중국 춘추시대, 따오더찡(道德经)의 철학사상가이며 도교의 교주라 일컫는 라오즈(老子)의 동상이 있다. 일행 중 몇명이 예를 갖춰 향불을 올리고 절도 하고 그랬다.

붉은 벽과 문(彤壁朱扉), 겹처마 지붕과 붉은 기둥(重檐丹楹), 온통 회색으로 유약을 뒤덮은 기와 (上覆灰色琉璃瓦), 사방 둘레는 화강암으로 받쳐진 난간(四周为花岗岩护栏), 그래서 매우 장엄(甚是庄严)하다고 소개돼 있다. 장엄할 정도는 아니지만 곳곳의 색감이나 배치 구조는 꽤 정갈하고 기품이 서려 있는 느낌이다.

계속 암자를 둘러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벌써 다들 내려갔다는 이야기다. 남쪽 방향에 쪽문이 있다.

이쪽으로 돌아서 내려가야 한다. 볼수록 소개자료의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세월의 흐름은 붉디붉었을 색감을 경륜이 돋아나게 약간 탁한 자줏빛을 발하고 있음이다.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다시 선암의 오른쪽 벽을 따라 동쪽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소후닷컴 그 여자가 '이거 처쑤어(厕所)야' 한다. 그러니 왜 사진을 찍느냐는 것이다. 화장실인 지 모르고 찍을 정도로 바보인 줄 알았나 보다. 대나무를 가지고 만든 화장실이니 당연히 시선을 끌 밖에. 또, 사선으로 엮어 앞을 가리고 있으니 이걸 만든 이가 나름대로 운치를 좀 아는 사람인 듯하다.

선암 동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편도 선암의 그늘에서 밝았다 어두웠다를 수없이 반복했을 봉우리들이 은근하게 서 있다.

오른쪽 절벽 아래는 차마 눈 뜨고 보기 무서울 정도다. 평탄한 길을 따라 선암을 의지해 서서히 내려갔다.

저 아래 동그란 원을 따라 오른쪽이 산 아래 입구다. 그리고 우리가 올라온 길이 보인다.

이제 이 좁은 통로를 지나면 비구니 사원인 씨엔구옌(仙姑庵)이 나온다. 죄 지은 사람이 이곳을 지나가면 왠지 쿵 하고 찧을 듯하지 않은가. 나는 별로 죄 짓고 살아오지 않았는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뭔가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를 안고 조심조심 내려갔다.

오묘한 계단과 절묘한 공간에 암자가 있지 않은가. 바로 선구암은 동굴 속에 만들어진 암자다. 송나라 때 만들어진 것으로 원래 이름은 선암상사(仙岩上寺)였는데, 원나라에 이르러 다시 건축하면서 비구니들을 위한 암자로 바뀌었다 한다. 그리고 이름도 지금의 선구암으로 개명된 것이다. 지금도 여승들만 기거하는 곳이고 바로 불교사원인 것이다. 선암 봉우리에 도교와 불교가 동거동락하고 있음이다.

오른쪽 통로로 조심해 내려오니 바로 좁지만 따스한 공간이 나오고 그 앞에 향불이 꽂힌 항아리가 서 있다.

화사한 색채의 선구암이다. 암자 이름 아래 롱후산의 신성한 곳(神地)이라 쓰여 있으며 왼편 안쪽에 무시무시하게 띠위(地狱)과 티엔탕(天堂)이란 말도 있다. 아무래도 느낌 상 안쪽에 사진을 못찍게 할 듯하다. 특히 신성한 사원일수록 더욱 그렇기에 말이다. 그럴 때는 일단 무조건 사진금지 문구를 찾을 필요도 없이 들어가면서 사진부터 찍고 봐야 한다. 가능한 밖에서부터 찍으면서 말이다.

역시 안에 있던 비구니승이 사진 찍지 말라고 그런다. 이 사진을 찍자마자 말이다. 하여간, 가운데 좌상은 꽌인푸싸(观音菩萨)이다. 그리고, 사진은 못 찍었지만 양옆에는 원쑤(文殊)와 푸씨엔(普贤) 역시 앉아 있다. 양 끝으로는 동쪽에 띠장왕(地藏王)이, 서쪽에 화산즈(花仙子)가 서 있다.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10여명의 비구니들이 생활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깨끗하다. 햇살이 비추니 황토빛이 더욱 우러나 토속적인 내음도 풍긴다. 이런 곳에서 수행하니 참 좋을 것 같다.

암자와 잇닿아 있는 선암 벽에 위삐씨엔옌(玉璧仙岩)이라 써 있는 게 특이하다. 처음에는 구슬같은 절벽의 선암이라 봤으나 자세히 보면 '벽'이 절벽이 아닌 '옥' 벽이다. 잘못 쓴 것은 아닐 것이니 뭔가 사연이 있긴 하겠다. 하여간, 구슬 옥 같은 암석 선암이다.

조금 떨어져 항아리를 한쪽 편으로 치우치게 하니 멀리 봉우리가 웅장하게 서서 바라보는 듯하다. 

아~ 이 녀석들 여기에 있었구나. 선구암에서 정신 없이 바라보고 있다 보니 어느새 또 나타났다. 이제 내려갈 길이니 먼산 한번 보고, 우리들에게 조심하라는 듯 말이다. 일행들이 이 영물에 반해 서로 그 총명함을 가져 가려는 듯 연신 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에 꽃을 든 아가씨가 바로 소후닷컴의 그 여자다. 유치하게 누가 꺾었단 말인가. 준다고 또 받아서 들고 다닐 건 뭐란 말이냐. 한마디 하려다가 참았다. 덩덩아, 바이바이야 참아라!

의젓하게 서 있는 모습이 너무 대견해 나도 뒤쪽에서 다가가며 찍었는데 덩덩이만 나왔다. 바이바이야 미안해.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바이바이를 쓰다듬어 주는데 밑에서 사진을 찰칵 찍었다. 안 그래도 이 녀석들과 한 컷 하고 싶었는데, 너무 고맙지 뭔가. 아마 오른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았으면 덩덩이도 쓰다듬었을 것이다. 그랬으면 아마도 둘을 양쪽으로 꼭 껴앉고 찍었지 싶다.

이제 아래로 더 내려가면 선풍교가 나온다. 다시 다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