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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은 늘 빠르다. 나는 등산을 좋아하는 편인데, 카메라를 들고 갈 때 반드시 등산 길에 사진을 찍는다. 대부분 사람들도 그러리라 본다. 미리 찍지 않으면, 내려오면서는 산 곳곳을 보기가 쉽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세차례에 걸친 선암 이야기, 그리고도 하산 길이 남았다. 그래서, 내려올 때는 '자연'을 담아 보기로 했다. 후디에화(蝴蝶花)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롱후산(龙虎山)에는 대나무가 참 많다. 크고도 굵다. 높고도 곧다. 그러니 뗏목도 쭈파(竹筏)라 하지 않나. 안후이(安徽) 성과 쟝씨(江西) 성 부근 지방이 대체로 대나무 야생지가 많은 가 보다.

쩌우룬파(周润发)와 짱즈이(章子怡)가 출연한 리안(李安) 감독의 영화 워후창롱(卧虎藏龙)의 대나무 대결 장면도 황산과 구화산 부근에서 찍었다 하니 말이다.

곧게 하늘로 쭉 뻗은 대나무 숲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쓴 흔적이다. 꼭 이런 사람들 있다니깐. 문화적, 자연애호에 대한 소양, 마인드의 문제다. 이건 개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나라의 정신적 가치와도 연관이 있다. 나쁜 가치라는 뜻이라기 보다는 다른 가치라 본다. 가치가 달라지면 그걸 주관적으로 좋다고도 할 수 있는 그런 거 말이다.

이 모습을 소재로 중국인과 이야기할 때 '나쁘다'고 하면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다르구나'라고 이야길 하는 게 훨씬 유연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너희와 달리 하늘에 잇닿아 있으면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소중한 생명체에게 한 톨의 아픔도 주지 않는다 라고 하면 그만이다. 말 잘해야 한다. 후후

정말 이런 멋드러진 모습을 솔직히 우리 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다. 내 경험으로는 말이다. 그래서 대나무 겹겹 사이로 손도 넣어봤다가 머리로 들이밀기도 하고, 위로 쳐다보며 별 이상한 짓 다 했다. 그랬더니 또 일행에 뒤쳐졌다.

빠르게 뒤쫓아 가다가, 문득 직감적으로 눈으로 날아드는 기암이 있었다. 바로 얼굴을 너무도 닮았다. 반드시 사람의 얼굴이라 보기엔 약간 부족하나 눈 코 입 그리고 귀까지 연상되는 건 사실이다.
 

그 옆 암석에 쓴 글씨체가 멋드러져 보였다.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 찍어왔다. 전날 중화명인낚시회의 레이커셩(雷恪生)의 필체와 닮은 거 같기도 하고. 멋드러지긴 해도 역시 자연 위에 덧칠하는 건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반대다.

선우문을 다시 따라 내려간다. 선우문에서 선암 봉우리 정상을 꼭지점으로 해 오른쪽으로 해서 쭉 한바퀴 돈 셈이다. 푸디에화가 펴 있고 문 앞에서는 소우닷컴의 여자 애가 루씨허(泸溪河)를 배경으로 서 있다.

그 자리가 명당자리인가 보다. 다시 한번 아쉬워 ...

나도 사진 한장

후디에화는 그 꽃잎 모양이 나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 것인데 속설에 의하면 옥황상제가 보낸 사자로 이 세상에 무지개를 연결해주었다고 하기도 한다. 정말 나비같다. 나비가 줄줄이 날아가는 듯하다. 신선의 땅에 오니 후디에화도 신비롭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정말 예술이다. 꽃이야 다 이쁘지만 말이다. 뭔가 그리움을 담고 앉아 있는 듯 더욱 가슴이 짠하다. 그러고 보니 '후디에화'라는 제목의 노래가 생각난다. 칭화따쉬에(清华大学) 출신의  루껑쉬(卢庚戌)와 먀오지에(缪杰) 듀엣 쉐이무니엔화(水木年华)가 이 꽃이 담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어린 시절 햇살에 피어난 후디에화에 대한 기억을 첫사랑의 순진함에 비유하고 수줍은 듯 얼굴 붉어지는 순수함이 사라졌다고 탓하지 마라. 대충 이런 내용의 노래인데, 어쿠스틱 기타 반주만으로 두 사람의 심플한 화음으로 불렀다. 햇살 드는 날 들으면 마음이 깨끗해질 지 모르겠다.

후디에화에는 웬지 한묶음으로 뭉쳐 있어야 더 이쁜 듯하다. 홀로 피었다면 너무 외로웠을 거 아닌가. 초본식물이고 다년생 식물이니 다행이다 싶다. 하여간 선암 곳곳에 엄청나게 많다.

온통 샛노란 꽃이 폈다. 나무에서 폈으니 목본식물이겠다. 꽃의 무게로 나무줄기가 더 뻗지 않고 옆으로 살짝 누운 게 인상적이다.

이 나비 찍으려고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나비 찍어본 사람 알 듯하다. 풀 위에 살짝 걸터앉은 모습도 그렇고 더듬이를 똑바로 세운 것도 멋있다. 역시 나비색깔은 화려하지 않아야 멋있다.

노출을 바꾸는 사이 날아가버렸는데, 금새 그 자리에 되돌아왔다. 그래서 보다 선명한 나비를 찍을 수 있었다.

선암문 입구에 말 몇마리가 대기하고 있다. 관광지에 있는 말들은 왠지 힘이 없어 보인다. 억지로 끌려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 그럴까. 아마 달리는 역할보다는 그저 태우는 역할에 머무르기 때문인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고개를 돌리더라. 그래서 오히려 말 전체 모습이 다 보인다.

선암을 내려오면서 이것저것 살아있는 것만 찍자고 생각했는데, 그럭저럭 이쁜 그림들이 있어 기분이 좋다. 이제 다시 차를 타고 꼬끼리를 보러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