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베이징은 나에겐 늘 그리운 곳이다. 중국생활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곳을 꼽으라면 치엔먼에서 따스란 거리를 둘러보고 이어 리여우리창(琉璃厂)까지 걷는 재미가 가장 좋다. 차이나TV PD랑 중국대표와 함께, 다시 그 길을 걷고 즐겼다. 따스란의 세계청년의 집, 리여우리창 가게들, 인력거 유람, 찻집, 맛있는 저녁 이렇게 다시 베이징 여행을 떠나보련다.

지난 9월 어느날이다. 가을 하늘은 정겹기도 하지만 베이징의 고풍과 어우러지면 말로 표현 못할 감동도 준다. 베이징은 가을이 최고임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푸른 하늘이 꼭 있어야 한다. 자주 본 치엔먼(前门)이지만 공사 중이라 왠지 낯설다. 건너편 신호등 아래에서 바라보니 역시 현대 중국의 심장부임을 느낀다. 티엔안먼(天安门) 광창(广场)에서 남쪽 오른편으로 달리는 차량 흐름을 오가게 하는 신호등이 무수히 많다. 차량이 정차하지 못하는 곳. 그러나, 달려가면서도, 신호등 아래에서도 푸른 하늘 밑 고풍을 바라보면 이날도 기분이 최고가 된다.

1년 내내 짙은 먼지가 낀 듯한 베이징 하늘에 이런 푸르는 쾌청함이 있다니. 매일 이렇게 바라보기 힘드니 사진으로 늘 두고 보면 좋겠다.

공사 중이라 아쉽다. 그나마 청색으로 장막을 쳤으니 다행이지 붉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치엔먼을 지나 따스란 거리를 걸었다. 이전에 자세하게 소개했던 거리라 그저 걷기만 했다. 그런데, 역시 따관위엔(大观园) 앞에선 걸음이 멈춰진다. 중국 최초의 영화가 상영된 곳. 그리고 소설 홍뤄멍(红楼梦)을 떠올리는 곳.

차이나TV 피디인데 사진을 찍는 건 좋아하는 데, 찍히는 건 좀 어색해보인다. 그래도 다짜고짜 청나라 복장이 있는 한 음식점 앞에서 ... 따스란 거리에 대해 좀 공부한 탓에 이것저것 설명도 해주고 하다가 보니 금방 '세계청년의 집', 유스호스텔이기도 하고 까페이기도 한 곳에 도착했다. 쉴 겸해서 들어갔다.

먼저 까페에 들어간 맥주 한병씩을 열었다. 지난 6월에 갔을 때 그 복무원 아직도 있더라. 물론 나는 기억하는데 나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역시 이곳 거리에서 가장 따스란 같지 않은 장소. 그래서 쉼터가 되기에 충분한 곳. 두번째 갔는데 더 반갑고 그렇다.

기타 치고 놀아도 된다. 솜씨도 좋고 노래도 잘 하면 이곳에 있는 외국인들과 금방 친해질 것이다.

각나라 국기가 걸려 있고 낮에도 조명을 비추는 노란등이 찬란하다. 우리의 태극기도 보인다.

붉은 티셔츠와 흑백사진이 바로 이곳의 부조화를 상징한다. 포근하면서도 산만한 곳. 그런 느낌이다. 맘대로 편하게 앉아 있어도 되지만,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주의도 기울여야 하는 그런 곳이다. 맥주로 목 축이고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에 셋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중이다. 중국대표 친구다.

둘이 뭔가 심각할 리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가한 오후를 즐기고 있는데, 한 프랑스 아가씨가 반대편 자리에 앉는다. 나중에 일행이 와서 알게 됐지만 말이다. 이곳은 그렇게 세계 각 나라에서 배낭을 메고 온 청년들의 쉼터이다.

얼굴이 꽤 수려하게 생기지 않았는가. 피디 친구에 초점을 맞춰 잡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사진이 됐다.

마당에서 정면에 보이는 곳은 숙소다. 배낭족들에게 아주 저렴한 곳이다. 옛 베이징의 가옥구조인 사합원 형태로 이뤄진 곳이니 혹 배낭 메고 베이징 여행하려면 이곳을 고려해봄 직하다.

이제 좀 쉬었으니 본격적으로 골동품과 공예품이 잔뜩 쌓인 리여우리창으로 가자.


大栅栏은 '栅'는 병음표기로 zha라 읽는데 大栅栏은 라오베이징 방언으로, 아마 이어내려온 언어습관으로 shi라 읽습니다. 이에, 관련 글의 따자란은 따스란으로 수정합니다. 지적해주신 香橙님께 감사 드립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