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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여름, 난징(南京) 여행의 여운이 아직 남았다. 지난 번 글에서 쑨원(孙文)의 쭝산링(中山陵)을 소개했었는데, 이제서야 그 바로 옆에 있는 링구쓰(灵谷寺) 여행을 쓴다. 서울도 다녀오고 이런저런 다른 이야기 때문에 한참 게을렀다.

쭝산링과 링구쓰, 그리고 명효릉을 묶어 패키지 표를 산 후 관광하는 게 훨씬 싸다는 건 지난번에 벌써 이야길 했다. 링구쓰에는 사원과 함께 링구타(灵谷塔)가 있으며 신해혁명박물관도 있다. 이상하게 길을 들어 탑을 먼저 보고, 사원을 거쳐 박물관을 들렀으니 좀 거꾸로인 셈이다.

링구쓰에 들어가기 전,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려고 입구 가게에서 중국 컵라면 하나를 샀다. 중국라면 중에서 그런대로 입맛에 맛는 것. 안에 들어있는 포크로 끝을 찔러두니 바람에 날리지 않고 좋다. ㅎㅎ

링구타는 가장 북쪽에 있다. 한참을 걸어가니 넓은 광장이 나오고 멀리 수풀 사이에 어렴풋 높은 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수풀에 가려 가깝게 보이나 생각보다 먼길이다.

링구타는 사실 링구쓰와는 별로 연관이 없고 신해혁명박물관과 더 관련이 많다. 신해혁명은 쑨원이 주도했으며 중국 청나라 왕조의 몰락과 공화정의 실현이라는 역사적 갈림길이다. 쑨원이 베이징에서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그 뒤를 이은 짱지에스(蒋介石)의 국민당 정부가 1935년에 건립한 탑이다. 바로 전몰장병(阵亡将士)를 위한 지니엔타(纪念塔).

가깝게 갈수록 '8면9층탑'이 점점 커 보이기 시작한다. 탑의 높이가 66미터(일부 자료에는 60미터)나 되니 꽤 높다. 그 끝자락을 다 담지 못할 정도로 ...

탑 바로 앞에 와서 뒤돌아봤다. 나무들이 울창해 조만간 길을 완전히 덮지는 않을까.  

한 꼬마가 사진 찍는 자세가 아주 여유롭고 멋지다. 탑 입구 바로 앞에 멋진 그림이 조각돼 있다.

탑의 1층 바깥 사면에는 쟝지에스가 직접 쓴 4글자 '精忠报国'이라 글씨가 각각 조각돼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기록에 의하면 2층부터 8층 외벽에는 쟝지에스가 직접 지은 <유천표>(遗阡表)와 황포군관학교의 <동학녹서>(同学录序)가 조각돼 있다고 전한다. 그런데, 2004년 대대적인 수리와 청소를 했는데,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비문의 그림자도 없었다'(没有碑文的影子) 한다. 그야말로 '쟝지에스 비각의 수수께끼'( 蒋介石碑刻之谜)가 아닐 수 없다. (江南时报, 2004.09.24)

탑 입구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탑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 한 젊은 중국학생이 배낭을 메고 걸어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얀 윗옷에 까만 반바지 흰 신발. 여행 다닐 때도 저렇게 단정하게 다닐 일이다.

 

탑 중앙에 있는 뤄쉬엔(螺旋) 형태의 푸티(扶梯), 계단을 타고 오르면 된다. 층 하나를 오르는데 몇바퀴씩 돌아야 하는데 숨 안쉬고 올라도 한번에 4~5층 오르기가 힘들다. 나는 9층까지 오르는데 한 세번을 쉬었나보다. 게다가 내려오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각 층마다 바깥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다 오르는데 10분 이상 걸렸던 듯하다.

 

전에 롱후산 낚시대회 상금이 적힌 글자를 이야기하면서 따시에(大写)를 말한 적이 있다. 여기 링구타 252개의 계단, 한 층을 오를 때마다 얼(贰), 싼(叁), 쓰(肆), 우(伍), 려우(陆), 치(柒), 빠(捌)를 거쳐 지여우(玖)에 이른다.

좁은 계단길을 따라 꼭대기 층에 오른 것이다. 숨차다.

바깥 쪽으로 전망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진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그 남자친구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주고 나도 사진을 찍었다.

60미터가 넘으니 정말 사방이 다 멀리 보였다.

이 탑은 쑤저우(苏州)에서 가져온 화강암과 철근시멘트(钢筋水泥)의 혼합물로 만든 것이라 하는데 꼭대기에서 아무리 탑 면을 보려고 해도 잘 보이지는 않는다.

망원경이 하나 있다.

정상에서 본 길이다. 저 길을 따라 올라온 것이다. 탑 아래 동물상이 차례로 조각돼 있다. 멀리 난징 시내가 보일 듯 말 듯 하기도 하는데, 주변의 온통 나무 숲만 보다 온 느낌이다.

탑을 내려와 탑 전체가 나오도록 사진 한장을 부탁했다. 링구타는 종교와 무관한 탑이다. 그래서인지 정상에 오를 수 있어서 좋았다.  

링구쓰를 가려고 내려오는 길에 특이한 조각상이 눈에 잡혔다. 뱀이 둘러싼 모습이니 좀 섬뜩하지 않은가.

어느 시대인지 모르나 집 터인지 궁궐 터인지 담벼락도 하나 보인다.

아기자기한 길에 독특하고 기이한 돌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문이 있다.

'쟝지에스의 수수께끼' 링구타(灵谷塔)를 보고 내려오면 링구쓰(灵谷寺)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