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말 명품 중에서도 명품인 중국 바이쥬(白酒) 쉐이징팡(水井坊). 중국 술 중에서 첫 손까락에 꼽는 이 명주를 칠 전에 후배가 2병 들고 나타났다. 중국에서도 쉽게 마셔보기 힘든 술이기에 비록 다소 어울리지는 않아도, 양고기꼬치랑 함께 마시니 정말 중국 분위기 한껏 만끽했다. 포장지에 아로새겨진 '중국 바이쥬의 넘버원(中国白酒第一坊)'이라는 글자가 너무나도 반갑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알콜도수 52도!


이 쉐이징팡 역시 그 역사와 전통이 사뭇 길고도 깊다 하겠다. 원(元)나라 시대부터 쓰촨(四川)의 청두(成都) 지방에서 제조돼 마시기 시작했으니 약 7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정말 중국 술을 마시면 역사와 문화를 함께 섭취하는 기품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술병 속을 들여다봤다. 밑바닥은 둥근 병 모양 가운데 육각형으로 홈을 파서 병 모양의 기풍도 살렸지만 그 속에  각 각마다 재미난 문화가 숨어 있다. 예전에 마실 때는 별로 주의 깊게 보지 못하고 술맛에만 취했는데, 이제 보니 술 병 속에 아기자기하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숨겨놓았을 줄 몰랐다.

우선, 눈에 익숙한 것이 두보초당(杜甫草堂)이다. 중원 사람인 당나라 시인 두보는 안사의 난(安史之乱)을 피해 식솔을 이끌고 촉(蜀)의 땅, 청두에 와서 살았다. 200수 이상의 시를 짓고 살았다고 하는데, 시성(诗圣)에 걸맞게 아마 엄청난 음주를 즐겼으리라. 물론 이 쉐이징팡이 세상에 나오기 전이겠지만, 산 깊고 물 맑은 쓰촨 땅에서 입맛에 맞는 술이 어디 한둘이었겠는가.

이어서 청두의 명물 명소가 차례로 새겨져 있다. 쥬옌챠오(九眼桥), 왕징러우(望江楼), 허장팅(合江亭), 쉐이징샤오팡(水井烧坊), 우허우츠(武侯祠). 이중에서도 우허우는 바로 제갈량(诸葛亮)을 말하고 그 사당이 청두에도 있다. 청두 우허우쓰는 유일하게 유비(刘备)와 제갈량이 함께 있는 군신 사당이다. 아쉽게 청두에 갔을 때 찾아가지 못해 아쉽다.  

술을 마시며 두보니 삼국지니 이야기하다 보면 흥취가 더 살아나는 것은 당연하다. 술맛은 술의 맛이 아니라 이야기 맛임을 중국 술을 마시면 더더욱 실감한다. 물론, 아는 만큼 술맛이 나지. 그저 부어라 마셔라로 끝난다면야 뭐 알콜도수 높디 높은 중국 술, 그저 아까울 지도 모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양고기꼬치가 불에 발개 익는 모습이 반갑다. 술을 가져가서 먹으니 주인이 자기네 술도 주문하면 상관 없다고 해서, 하얼빈맥주(哈啤)를 시켰다. 이 역시 오랜만에 보는 맥주인데, 우리나라에도 이 하얼빈맥주가 이미 들어왔다니 놀랍다. 장담하건데, 중국의 어떤 맥주보다도 맛 있는 맥주가 바로 이 하얼빈맥주이다. 적어도 내 목넘김에는 최고다.

칭다오(青岛)맥주 등이 주로 독일의 중국침공의 역사와 맥주 제조기술이 엮은 맛이라면 하얼빈맥주는 러시아(옛 소련)의 그것이다. 마케팅에서 밀리긴 해도 맛은 칭다오, 옌징(燕京) 쉬에화(雪花) 등과 비교해 더 낫다. 중국은 바이쥬와 담배도 각 지방마다 각자의 브랜드가 있지만 맥주 역시 동네마다 하나씩 있으니 맥주 주종도 정말 많다고 하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국 최고의 고량주, 바이쥬와 최상의 맥주와 함께 한 즐거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