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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무를 하시는 분이나 중국어 전공 또는 배운 분들이 중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활용하거나 지식으로 축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강의를 들으신 분 중에서 한 분(mrcho**)이 몇 가지 질문을 주셨는데요...그러고 보니 저도 이런 물음이 스스로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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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까지 어떻게 중국사와 중국문화를 공부해 오셨는지,

중국사와 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94년경이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중국정보포럼이라는 중국전문가 온라인(하이텔) 및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인 듯합니다. 이 모임에는 코트라중국팀이나 기업 내 담당자, 현지 주재원 및 기자들이 모였습니다.

이때, 우리는 한중수교(92) 이후 중국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체계적인 중국정보DB를 구축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당시 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공공DB 구축 제안 등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이 당시 비록 중국어를 배우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배우리라는 각오가 있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중국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았기에 처음에는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중문화 속에 담긴 내러티브 구조나 콘텐츠 속에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겉으로 맴돌 것이란 각성이 있었습니다.

강의 중에도 말씀 드렸지만, 2002년을 전후해 중국대중가요와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특히 노래 2천여 곡을 다운 받아 초급 중국어를 익히는 과정에서, 노래 속에 담긴 정서를 이해하려면 그 속에 담긴 이야기 구조 등에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약간의 힌트라도 생기면 사전이나 인터넷을 뒤지고 역사와 문화를 찾는 습관이 생기게 됐습니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중국어는 물론이고 재미있는 중국 역사와 문화 이야기들을 많이 입과 머리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도 6개월 동안 중국발품취재를 기획하면서 역사와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강의한 중국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학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하고 겉도는 내용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아주 깊지는 않아도 두루 섭렵하고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저널리스틱하다고 봅니다.

(2) 2007년 6개월간의 중국여행을 위해 그 전에 어떻게 준비를 하셨는지,

중국은 넓고 13억이라는 인구가 사는 나라라는 인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2000년 초 중국을 처음 밟았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은 원래 이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약간 화가 날 정도로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이 한마디 말로 중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 없이 알 듯 모를 듯한 권위를 던지곤 했습니다.


정말 중국은 ‘원래 이래’라고 하듯이 엄청나게 넓고 이해하기 힘든 것일까. 이것이 중국을 두루 여행해보자는 오기로 발동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처음 중국발품취재를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2006년 10월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알던 한국 회사의 요청으로 2달 동안 안후이(安徽) 성의 우후(
)에 체류했었는데 마침 시간적 여유가 꽤 많았습니다. 인터넷으로 중국에 대한 여행 정보들을 조사하면서 실제로 배낭을 메고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2007년 초에 기본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1달 동안 밥만 먹고 자료조사와 일정 및 취재계획을 짰습니다. 움직이는 동선이나 하루 비용도 치밀해야 했으며 취재에 필요한 기본 컨셉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제가 2000년에 서강대방송아카데미에서 디지털미디어저널리스트 과정의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디지털미디어저널리스트란 인터넷 시대에 뉴스의 생산과 가공 매체화 그리고 소비 및 소통의 전 과정을 디지털미디어라는 주제로 담았습니다. 이때의 목표는 1인미디어, 즉 뉴스의 기획과 취재를 사진과 동영상까지 함께 복합구조로 수행하고 서비스하는 전천후 미디어저널리스트에 대한 전망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중국발품취재의 메인 컨셉은 중국 역사와 문화를 발품으로 돌면서 뉴스의 취재 방식으로서 1인미디어를 지향하는 것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취재기사를 쓰던 오마이뉴스에 연재 코너를 만들었고 당시에 운영하던 블로그(다음베스트블로그 - 13억과의 대화)와 판도라TV 부사장을 만나 취재영상을 위한 프리미엄 채널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중국 지도를 방에 걸어놓고 예정 도시의 역사와 문화, 특히 관광지 외에도 다양한 풍물들에 대한 자료를 찾았습니다. 물론, 디테일하게 모든 중문자료를 번역하지는 않고 디렉토리별로 짰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 수립이었습니다. 우선, 취재장비로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노트북(취재여행 중 효과적인 기사작성을 위해 PDA를 공급 받음)과 DSLR카메라와 HD핸디 캠코더를 구입했습니다.


실제로 출발 후 180일 동안 동선마다 기차와 버스를 기준으로 인터넷으로 비용을 체크했습니다. 숙박비용의 최소값과 최대값을 정했으며 일일 식비와 관광지의 경우 입장료 등도 고려했습니다. 특히 숙박과 함께 안전도 고려해 대도시와 유명관광지는 저렴한 숙소, 소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숙소를 묵자고 하니 대체로 하루 숙박비용이 거의 평균값으로 산출되기도 했습니다.


자비 외에 부족한 경비 마련을 위해, 일종의 스폰서쉽을 시도했고 완벽하게 전체 비용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출발일자를 정했고 나중에 제 계산에 크게 오차가 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어머니가 건강이 악화돼 예정 일정보다 다소 늦어져서 4월 20일 드디어 인천발 산둥 웨이하이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3) 그리고 그 중국여행은 어떠한 테마와 주제를 가지고 진행이 되었는지

기본계획에 따라 해당 도시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다음 행선지에 대한 교통편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숙박. 이렇게 안정이 되면 계획된 곳이나 사전에 새로운 현지 정보를 비교해 행선지를 결정합니다.


행선지 선정의 가장 핵심은 우리가 알아야 할 해당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것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보다는 의미 있는 주제를 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일정이 예상대로 대부분 진행됐지만 또 변경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곳도 많이 발견하고 그랬습니다. 라싸에서는 현지에서 만난 일행들과 노퍼밋(No Permit)으로 알롱창포 강을 건너 체탕, 즉 쌈예 사원을 간 것도 그렇고, 옌지에서 만난 조선족 부현장을 따라 하바로브스키 바로 근처의 한 조선족자치향을 찾은 것도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산둥에서 만난 시안 친구를 꼭 보려고 시안을 두 번이나 방문한 것이나 구이양에서 만난 초등학교 선생을 만나러 예정에 없던 장쑤의 창저우를 간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제 여행 스케쥴에 맞춰 충칭에 온 친구를 만나러 일정을 조정한 것도 있고 한여름에 조카 가족의 하이난다오 휴가에 합류하기 위해 스케쥴을 바꾼 적도 있습니다.


우루무치에서는 캠코더가 고장 나서 고치러 베이징까지 가기도 했으며 라싸에서는 고산병에 걸렸는지 노트북이 작동하지 않기도 했고, 마지막 한 달은 카메라의 자동초점 셔터가 약간 이상해 직감으로 초점을 맞추느라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정해진 시간 내에 자료도 수집하면서 카메라와 캠코더로 동시에 촬영해야 한다는 점이었으며 가급적 빠르게 편집해 오마이뉴스 등에 송고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매일은 아니었지만 시간과 조건(인터넷)이 되면 기사를 쓰고 편집했습니다. 가장 난제는 역시 동영상이었는데, 편집 후 메신저를 통해 한국에서 도와주는 친구에게 보내기도 하는 등 가급적 현장의 느낌을 빠르게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쓴 90여 편의 중국발품취재는 해당 지역의 중국역사와 문화 그리고 취재여행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묶은 것입니다. 주제와 테마는 그랬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또는 여러 조건들로 인해 어쩌면 각 취재기가 그 컨셉에서 균형이 잘 맞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스스로 가장 재미난 에피소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활에 대한 경험이야말로 바로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1만 7천여 장의 사진과 90시간의 영상이 함께 남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도 눈만 감으면 180일 동안의 시간이 머리 속에서 줄줄 흘러가는 신나는 미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4) 앞으로는 어떤 분야에 대해 더 연구하고 공부하고 싶으신지,


저는 중국 대중문화전문가를 지향합니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13억 사람들의 생활이야기를 기반으로 기존 미디어와 디지털미디어 속에 담긴 콘텐츠와 이를 입고 먹고 자고 겪는 대중문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여행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은 저가의 패키지 여행이 주류이지만 좀더 문화체험, 기획된 투어, 컨셉이 좋은 취재 등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작년 말에 한 포럼에서 올해 “삼국지 현장 문화체험”을 하자는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삼국지는 나관중이 만든 소설 속의 인상을 벗어야 진정한 역사로 되살아 날 것인데 정사 삼국지에 입각해 중국의 삼국지 현장을 투어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기획을 실천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6개월의 취재여행 중 이런 형태의 기획 투어를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만리장성을 따라가는 문화체험이라던가, 소수민족의 현장, 춘추전국시대를 가다, 장강과 황하 사이 등등


하지만, 대중문화에 대한 연구가 가장 우선입니다. 최근에 중국6세대감독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려고 한참 DVD를 보고 있습니다. 중국 영화와 드라마 산업을 잘 연구하는 것,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산업에 대해 좀더 깊게 들어가 보는 것, 미디어 연관 산업에 대해 살펴보는 것 등이 당분간 제 숙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앞으로 다시 기회가 된다면, 180일의 중국발품취재 제2탄도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아쉬운 점도 많았기 때문이고 180일만으로 13억의 나라, 오랜 역사를 지닌 중국을 알았다고 명함 내밀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혼자가 아닌 그룹 형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5)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후의 '중국전문가'를 꿈꾸는 2~30대 젊은이들이 지금 이 시점에서는 어떤 공부와 준비를 해야 하는지

 

중국전문가라는 것이 꽤 광범위한 조건을 달고 있는 듯합니다. 중국어를 잘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만 중국어를 잘 하는 것이 곧 전문가라는 것과는 다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중어중문학과는 중국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학과로 분화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칼리지 정도 수준의 중국 전문대학이 하나 있거나 실질적인 중국아카데미가 하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학연수의 틀도 많이 달라졌으면 합니다. 어학연수를 하면서 놀란 것은 왜 중국어만 배우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어학연수이니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1년 기간 중에 6개월 동안 1년에 배울 중국어를 마스터하고 나머지 6개월은 개념이 있는 여행이나 무보수라도 좋으니 중국의 기업이나 기관에 자원봉사라도 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쉽지 않은 마인드이긴 하겠지만 제 생각에는 이런 똑똑하고 현명한 친구들이 많이 생겨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중국전문가가 되려면 사실 남보다 다른 마인드를 지니고 색다른 공부와 체험, 창의적인 도전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저는 중국전문가가 되려면 꼭 디지털미디어저널리스트가 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뉴스를 기업 내에서 제품이나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기획하고 조사해야 할 뿐 아니라 정보를 축적하고 창의적인(남에게 어필하려면) 소스를 찾고 또 프리젠테이션을 한다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도 같으며 소통을 염두에 두는 것과도 유사합니다.


물론 어떤 분야인 것도 중요하겠지만 기반이 되는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많이 알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국에 오래 체류한 사람들이라고 중국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중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잘 아는 것과도 어쩌면 무관합니다.


머리 속이 아니라 글을 쓰거나 사진이나 영상을 만드는 작업이 그래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블로그 문화는 그래서 아주 탁월한 매카니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하는 중국 관련 포럼 내에서 ‘기자와 작가 되기’라는 컨셉으로 중국전문가가 되기 위한 저널리스트 양성을 위한 작은 소모임을 운영할 계획이 있습니다. 다만, 제가 최근 개인적으로 바쁜 일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해 참여한 분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기는 합니다.


하여간, 제가 중국노래 2천여 곡을 다운 받아 가사까지 읽어가며 노래를 듣던 까닭은 중국대중가요를 아예 뿌리 채 한번 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뿌리가 뽑아지기야 하겠습니까 만은 어느 정도 중국문화에 친해지는 효과가 있었고 중국어 한마디도 못할 때 중국 노래방에서 중국노래를 부르는 것을 본 사람들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정말 우리는 중국전문가가 많이 필요합니다. 저는 중3인 우리 아들이 사회에 나설 때에는 중국과 긴밀할 뿐 아니라 지금보다 더 까다로운 관계가 될 것으로 봅니다. 제 아들이 처음 베이징에 갔을 때 고궁 안에 있는 매점에서 샹차이 냄새 푹푹 나는 중국 컵라면을 다 먹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뻤습니다.


중국에 선입견 없이 푹 들어가는 것, 그리고 중국과 우리와의 관계를 냉정한 잣대와 기준으로 제대로 보는 것, 객관적인 자기 나름의 철학까지 지닌 모범적인 전문가가 많이 나타나 우리를 즐겁게 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