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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쓴 "베이징올림픽아웃사이드" - 다산즈 798예술구 (1)



베이징올림픽 당시 취재한 내용들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9월초에 개인 사정으로 급히 귀국하느라 미처 편집 및 기사작성을 하지 못했던 내용들 중에서 외장하드에 남아있던 것을 다시 정리해 봅니다.

다산즈(大山子)는 저도 여러번 소개한 적이 있고 요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잘 아는 그런 곳입니다. 중국이 냉전시대에 군수품을 만들던 공장지대가 이제는 어엿한 갤러리촌으로 변해 베이징의 명물이 된 곳입니다. 올림픽이 열리기 몇년 전에는 이곳을 철거하려던 당국과 치열하게 싸우기도 했던 곳으로 문화올림픽 명분을 가지고 훌륭하게 지켜낸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다산즈 798예술구를 수 차례 갔는데, 갈 때마다 참으로 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어쩌면 굉장히 중국다운 곳이 아닐까, 어떻게 '누드화'와 '마오쩌둥 주석'이 함께 공존할 수 있을까,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이 서로 한 공간에서 교차할 수 있을까 등등.

이 기분이 묘한 냉전이데올로기의 산물이 이제는 가난한 예술가들이나 해외 예술가들의 터전으로 발돋움했는데, 가면 갈수록 상업화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느끼기도 합니다.

몇편으로 나누어 다산즈를 소개합니다. 그동안에는 주로 사진으로 보던 것을 이렇게 영상과 함께 보니 더욱 생생합니다. 특히 아이들이나 외국인들이 거리마다, 전시실마다 흥겹고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기에 평소에 한적하기만 하던 곳이 생기가 발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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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이란 말은 이곳의 주소였는데 예술구의 상징적인 이름으로 대명사처럼 굳어졌습니다. 온통 공장의 흔적이 자욱한데, 서서히 예술가들의 정서와 혼이 깃든 작품과 작업실의 땀내로 인해 점점 그 혼합이 짙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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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있는 그대로 전시실이나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기에 공장의 옛 모습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전혀 부수거나 해체하지 않고 그저 벽이나 주위 공간을 덧칠하거나 덧붙이는 정도로 융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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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도자 마오주석 만세가 있는 공장입니다. 이 드넓은 생산 공간이 예술의 혼을 지피는 곳으로 확 바뀐 것도 어쩌면 예술가들이 찾아낸 신비한 소굴, 창조의 동굴이 아닐까 싶습니다. 넓지만 또 구석구석 예술가의 손길이 스미어 있어서인지 의외로 볼 것이 많습니다.

조명도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살피고 있으며 전시품을 멀리서 혹은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곳입니다. 아마도, 798예술구를 말할 때 이곳만큼 자주 등장하는 곳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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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 조형물은 비정상적으로 신체 사이즈가 긴 아가씨와 그 옆에서 재롱스럽게 엎드려 있는 아이를 꾸몄습니다. 거울 속에 갇혀 있지만 빛을 반사해 주변의 공장 굴뚝까지 다 담고 있어서 더욱 독특한 분위기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마구 자라난 나무들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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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라인과 수평선을 만들어낸 벽 속에 섬찟한 붓칠을 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벽화 앞에 자란 나무들을 따라 낙엽을 쓸고 있는 청소부는 또 어쩌면 '예술적'으로 어울리는 것일까요. 798예술구 벽마다에는 이렇게 뜻 모를 연상을 주는 '자기 멋대로'의 벽 그림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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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라인 곳곳에는 수도꼭지가 있습니다. 지금도 가스인지, 수도물인지 모를 무언가가 흐르고 있는 것일까요. 영상으로 보면 꼭지가 별로 녹슬지 않아 보입니다. 참으로 이상한 노릇이지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가스관이건 수도관이건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요.

이곳 798예술구는 중국 베이징의 젊고 혈기 넘치는 예술가들의 삶의 터전인 것은 사실입니다. 수많은 전시공간이 있고, 동양화는 물론이고 서양화, 조각도 있고 전위적인 작품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공연예술도 벌어지고 있으며 서점, 옷가게, 공예품가게, 까페 및 식당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문화의 거리로 거듭나고 있는 것입니다.

798예술구, 이 독특한 분위기에는 이데올로기를 너머 인간의 고민과 욕구, 사랑과 증오가 고스란히 다 들어있어도 잘 어울려 보입니다. 공장은 사라졌지만, 그리고 그 허전한 과거의 자리를 꿰차고 있으니 그것이 그 어떤 미학일지라도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