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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람들은 개구리를 '논에서 나는 닭고기'라고 부르며 즐겨 먹는데 베이징 류리창(琉璃厂) 부근 식당에서 이 개구리 요리를 먹었습니다. 예전에 찍어두고 글을 쓰려다가 놓친 글입니다.

최근에 갔을 때에도 여전히 성행 중이었는데, 그 이름이 라오쉬지(老浒记)입니다. 여기서 记라는 말을 상호로 쓴 것이 아주 특이합니다. '지'는 기(記)의 중국 발음이고 간체입니다.

중국 광둥성을 비롯해 남방 지역에 가면 점포나 식당에 일률적으로 많이 쓰는 말인데, 베이징 한복판에도 이렇게 써 있습니다. 사실, 이 글자는 명나라 시대부터 주인의 이름이나 지명에 더해 쓰기 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청나라 말기부터 서양인들이 중국으로 들어오면서 식당 등이 활성화되면서 이 글자는 성행하게 됐다고도 합니다. 하여간, 라오쉬(老浒)는 지명인지 인명의 성(姓)인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중국 풍(风)이 잔뜩입니다. 붉은 색조와 푸른 나무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고 깨끗하게 청소가 잘 돼 있어서 마음에 꼭 듭니다.


화장실 입구도 예쁩니다. 초록색으로 휘갈겨 쓴 필체는 화사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곳으로 들어가서 볼 일을 보면 정말 마음도 편안해지지 않을까요?


실내분위기도 아담하면서도 깔끔합니다. 아직 본격적인 저녁 시간이 되지 않아서 손님이 많지 않아서 더욱 조용합니다. 물론, 조만간 중국사람들이 들이닥치면 시끄러워질 터이만 말입니다.

차림표를 보고 주문을 하려는데 개구리 요리가 있습니다. 그밖에도 몇 가지 더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니 빨간 통 속에 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 거리며 나타났습니다. 중국 식당에서는 요리 재료를 직접 손님에게 확인시켜주기도 합니다.


중국 여행을 가셔서 재미있는 요리를 주문할 경우 꼭 직접 눈으로 보자고 하고 사진을 찍어두세요. 일반 카메라로 찍었더니 약간 초점이 흐려졌습니다. 게다가 녀석이 폴짝거리는 바람에 카메라가 약간 흔들린 것입니다. 하여간 이 녀석이 조만간 요리가 돼 올 것인데 기대가 큽니다.


야채무침 요리 하나는 필수입니다. 저는 특히 이 더우먀오(豆苗)를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야채로서의 강한 향이 오히려 거의 없이 담백한 맛만 살짝 풍기는 정도입니다. 이렇게 야채로 위를 좀 달래 놓습니다.


계란을 넣고 끓인 탕입니다. 중국에서 향이 많은 탕에 부담이 많은 분들은 이 지단탕(鸡蛋汤)을 주문하고 강한 향이 나는 야채인 샹차이(香菜)만 '부야오(不要)'라고 하면 시원하게 맑은 탕을 먹을 수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 카오야(烤鸭)입니다.


밀병 위에 카오야를 올린 후 야채를 넣고 소스를 발라서 먹는 요리. 다들 아시지요? 중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취엔쥐더(全聚德)의 카오야보다도 절대 덜 맛 있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절반 이하이니 앞으로 절대 비싼데 가지 마세요!


술이 빠질 수 없습니다. 동북지방의 베이다창(北大仓)이라는 술입니다. 중국의 헤이룽장(黑龙江)은 이 술의 원료인 대두(大豆)와 옥수수(玉米) 생산량도 많고 품질도 최고 수준입니다. 이 지역을 삼강평원(三江平原)이라 하는데, 3곳의 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어 물도 좋고 토양도 좋은 곳입니다. 3곳의 강이란 헤이룽강(黑龙江), 우쑤리강(乌苏里江), 쑹화강(松花江)을 말합니다.


예전에 몇 번 소개한 적이 있는 쉐이주위(水煮鱼)입니다. 맑은 물과 같은 기름에 푹 익히고 매운 맛을 낸 생선요리입니다. 맵기로 유명한 쓰촨(四川)의 대표적인 요리 중 하나인데 중국요리로는 아주 드물게 콩나물인 더우야(豆芽)를 수북하게 아래에 깝니다.

담백하게 익고 매운 맛이 함께 어우러진 생선을 먹으면서 콩나물을 건져 연이어 먹으면 정말 밥 한공기 후딱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국사람 중에 이 요리를 주문해서 먹도록 해서 실패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정말 우리 입맛에 딱 맞는 기가 막힌 쉐이주위입니다. 이날도 차이나TV 시절 직원이던 두 명과 함께 먹었는데, 정말 허겁지겁 잘도 먹었답니다.

드디어, 개구리 등장입니다.
 


대나무 통에 맑은 국물 속에 파송송 썰린 채 함께 나온 개구리. 그 모양은 완전 변신했지만 느낌만은 정말 죽입니다. 중국에서 개구리는 의외로 대중적인 요리입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이 개구리를 '논에서 나는 닭고기'라는 뜻으로 톈지(田鸡)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써 있다고 닭고기 요리라고 오해하지 마세요. 나중에 알고 개구리 알러지 있으면 토할 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왜 논에서는 나는 닭이라고 할까. 중국에서 이 톈지의 학명은 후원와(虎纹蛙)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톈지라고 하는데 그 연유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혹시나 해서 중국 인터넷 등에서 찾아보니 개구리가 수전(水田)에서 살면서 해충을 잡아먹으면서 어린 개구리는 '지지(唧唧)'라고 소리 내며, 엄마 개구리는 '구구(咕咕)'하고 운다고 하는데 이 소리가 병아리와 엄마 닭 우는 소리와 비슷해서 속칭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근거 있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고 그저 옛부터 습관적으로 남방지방에서 불리던 말인 듯합니다.

우리는 옛날 개구리 뒷다리를 볶거나 튀겨 먹었는데 중국처럼 정식 요리로 상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역시 중국답습니다. 뭐든지 사람이 먹는 재료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서 먹고 그 방법을 잘 유지하고 이어오는 태도는 중국요리를 꽤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라오쉬지 식당 입구에는 신랑 각시의 모습으로 조형물이 양쪽으로 나란히 서 있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손님에게 정중한 자세입니다. 이 식당에서는 베이징 자장면(炸酱面)도 먹을 수 있는데, 우리의 그것과 비교해 먹어봐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류리창에 가시면 한번 찾아가세요!  정확한 주소는 베이징시 쉬엔우취(宣武区) 류리창(琉璃厂) 난신화제(南新华街) 58하오(号)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