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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22일) 영화 <워낭소리>를 봤다. 독립프로덕션이 만든 영화, 원래 인간미가 넘치는 좋은 영화들의 산실이었는데, 이상하게 갑자기 떠서 사회적 파급이 대단하다. 그래서, 한번 보러 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동생 가족이 그 전 주에 봤는데, 마침 큰딸 다힘이만 빠졌다. ('다힘'이란 이름은 제가 지어준 것이라, 조카지만 친딸 같아요!)

하여간, 조카와 함께 보기로 약속하고 인터넷 예매를 하려고 CGV사이트를 들어갔습니다. 앗! 그런데, 계좌이체(중국에 간 이래 신용카드를 안씀) 은행에 현재 유일하게 거래하는 은행인 KB국민은행이 없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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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랑 약속도 했는지라 빨리 시간과 예매 컨펌을 해줘야 하는데 말이다. 나름대로 중3이면 바뻐서, 아무리 일요일이라도 사전에 컨펌해주는 게 예의(?)다. 살짝 당황스럽더라.

그래서 전화를 했지요! 정말 ARS로 문의 찾아가는 게 조금 길긴 하다. 상담원 왈 그 은행(KB국민은행)과는 계좌이체 협약이 되어 있지 않다면서 "그거만 안돼 계세요"라고 한다. 정말 잘 '안돼 계'시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둘러보니까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딱 걸렸다. 그래 중국 왔다갔다 하면서 비행기 좀 탔으니(물론, 2000년 초, 초기를 빼고는 비싸서 중국 항공사를 주로 이용하니 마일리지가 많지는 않다) 한번 해보자. 재미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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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사이트 가서 회원번호 확인하고 비밀번호 딱 조회하니 허걱 '사용가능포인트' 11,320에서 2,600이 '사용할 포인트'라고 한다. 적용? 할까 말까? 좀 고민해볼 문제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비행기값 내고 (지난해 10월 SK텔레콤 글로벌원정대에 참여해 탔을 때 항공료가 무려 90만원이 넘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대기업이라 여행사를 통해 정품 티켓팅을 한 듯) 탔었는데, 그래서 마일리지가 겨우 1만이 넘었는데 하는 생각, 그리고 2,600이면 도대체 가치가 얼마야?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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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아시아나로 달려갔다. '항공업계의 노벨상'을 탔다는 메시지를 뒤로 하고 '보너스 항공원 마일리지 공제표(왕복기준)'을 찾아보니 '트래블클래스(일반석)' 기준으로 30,000이다. 이걸 가치(또는 가격)로 환산할 수 있을까.

그래, 내가 주로 베이징을 왕복으로 다니니까, 비록 한일/동북아 중에서 아마도 가장 비행기 요금이 저렴한 편이니, 베이징을 기준으로 현재 수준의 티켓팅을 한다고 가정하고 한번 계산해보자 싶었다. 아주 정확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항공사마다 대체로 비슷한 기준으로 정했을 것이니 큰 불만을 없을 것이라 전제하고 계산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기준이 얼마전에 티켓팅 금액에 비해 마일리지 공제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나긴 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현실감각과 차이를 한번 나도 보고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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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기준(아시아나 인터넷 발권)으로 베이징 왕복 금액은 상대적이지만 최저 694,600원, 최고 1,558,600원이다. 영화 요금은 조카가 학생이고 일요일이라 14,500원과 비교해봤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비교하지? 머리가 조금 아팠다.

베이징을 한번 탑승하면 마일리지 539가 적립된다. 왕복으로 하면 1,078, 2명이니까 2,156이 적립되는 것인가 보다.

그러니까, 베이징 왕복 비행기 요금으로 다녀오는 비용을 지불했을 때 마일리지는 최소 요금의 322분의 1인 0.31%에서 최대 요금의 723분의 1인 0.14% 사이에서 마일리지가 적립된다. 계산하기 좋게 평균 잡아서 0.2%를 마일리지 가치로 생각해보면 비싼 비행기 왕복요금을 지불하고 겨우 0.2%밖에 마일리지를 주지 않으면서  그 마일리지보다 더 많은 2,600을 영화 보는데 날려보내라는 것이 아닌가.

조금 다르게 접근해봤다. 위 그림의 마일리지 사용기준을 보면 베이징은 30,000 마일리지가 되어야 왕복으로 다녀올 수 있다. 최저와 최고 요금을 마일리지로 나누면 1마일리지의 가치는 각각 23.15와 51.95가 된다.
 
앗! 아니다. 둘이 다녀오려면 60,000마일이어야 하니 (왕복항공료 대비해야 하니) 다시 계산하면 1마일리지의 가치는 각각 11.58과 25.98이 된다. 평균으로 계산해서 1마일리지를 18.78이라고 한다면 환산된 영화 관람료의 가치는 18.78 곱하기 2,600 하면 48,828원이 된다. 최저 30,108원에서 최고 67,548원이 되는 셈이다.

이 셈이 다 맞다고 생각하면 정말, 정말 억울한 일이 아닌가.

그래. 맞다 맞아! 지금 내가 잘못 계산한 것이야! 베이징 가는 할인항공권이 얼마나 많은데. 중국 동방, 남방, 국제항공 1주일 오픈으로 가면 25만원을 전후한 가격도 얼마나 많은데. 그러고 보니 딱이네. 내 계산법대로 하면 아시아나 타지 말고 저렴한 중국항공기 타라는 말이 된다. 그래서, 마일리지 적용?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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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계산하다 보니 한참이 흘렀다. 결국 선택한 예매 방법이 휴대폰결제. 결제내역을 확인하고 결제인증번호를 기다렸다.

'KTF는 또 왜 이리 느려' 3초 내에 안 오면 성질 급한 우리는 바로 다시 인증호출한다. 하여간 두번 연달아 온 걸 나중 번호를 입력하고 확인을 눌렀다. 헉~ 그런데, CGV결제 화면에서 '시간이 경과해 다시 시작해주세요'라는 메시지. 미쳐 증말.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결국, 핸드폰 인증번호 호출을 3번이나 하게 됐다. 하여간, KTF 인증 약간 느려...음~ 급한 성질 참아야 해 하면서 말이다. 정말 스트레스 받은 일은 그 다음에 생겼다.

예매후 영화보는 날. 조카 다힘이와 약속을 잡고 30분 정도 미리 나갔다. 미리 티켓을 출력한 후 오면 음료수도 좀 사고 뭐 그럴까 싶었다. 영화관에 가니 복잡하기 그지 없었고 전광판에 '워낭소리' 5회 매진 신호를 보면서 여유만만이었다.

단말기에 주문등록번호 입력과 동시에 티켓이 출력된다. 이거 좀 이상해, 고속버스나 KTX는 확인 버튼을 한번 누르게 돼 있는데, 주민등록번호 끝자리 숫자를 입력하자마자 드르륵 거리더니 나오는 게 아닌가. 아마 예매건수가 하나이니 알아서 가져가라는 것이렸다? 음 느낌이 안좋아.  

그랬다. 이 이상한 느낌은 뭔가 조짐이 있었던 것이다. 티켓을 들고 다힘이를 마중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가 문득 영화 상영관이 어디더라? 하면서 티켓을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리고 살펴보고 있노라니 '어? 이상하다! 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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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처음 예매할 당시 (그래서 초기 예매 정보를 다시 보자) 오른쪽 빨간 마크 안을 보면 분명 2월 22일 시간 18:00으로 찍혀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왜 이렇게 당시 화면이 캡처돼 있냐 하면, KB국민은행이 이체에 없어서 이거 재미있겠다 싶어 계속 화면캡처를 해뒀던 거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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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식은 땀이 났다. 워낭소리 5회차 4:10(오후) ~ 5:37(오후)라는 걸 보는 순간. 잠시 3초 이상 멈춰 서고 말았다. 그러니까 영화가 다 끝나가는 시간에 아주 자연스럽게 단말기에서 영화티켓을 꺼내들고 있었다는 말이 되는 게 아닌가.

다시 뛰어올라가 보니 워낭소리 6회차 남은 좌석이 달랑 1석이다. 10초 정도 있으니 컥 매진이란다. 이때 다힘이가 메시지가 왔다. '저한십분늦을것같아요열차가출발을안해-_-' 컥~ 미쳐 증말...

이거 큰아빠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워낭소리 영화를 꼭 보면 좋다고 하고 워낭이 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게다가 동생은 예전에 워낭소리 영화 시작과 동시에 나오는 촬영 장소인 청량사의 탑을 가족여행으로 다녀왔으니 다힘이에게 꼭 확인해 보라고까지 한 말이 우루루 떠올랐다.

대기자 번호판 들고 발권데스크 앞에 섰다. 조금 전에 1석 남았더니 지금은 매진이다. 이거 다른 영화 봐야 하나. 영화 시작 15분 전. 어 그런데 갑자기 전광판에 4석이 떴다. '아가씨 4석이 있네요?' '아 그거 옆 컴퓨터가 잡고 있네요!' 아가씨는 내 사정을 아는 지 모르는지 하여간 내 표정을 보더니 도와주려고 애를 쓰는데 마음 같지 않은가 보다. '과속스캔들 어때요' '아 그거 봤데요'

 5분 정도 흘렀다. 마침 2석이 또 떴다.

"아가씨!!!!"
 "아 가능하네요!"

이렇게 겨우 구한 티켓으로 영화를 무사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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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두 번 티켓팅해서 말이다. 다힘이를 만났고 함께 영화를 봤다. 워낭소리 내용과 컨셉을 이미 다 알고 있어서 특별히 감동이랄 거 까지는 없더라. 아니, 어쩌면 소심한 마음에 'CGV, KT국민은행, 아시아나, KTF 다 미워'가 자꾸 떠올라서? 사실, 뭐 그네들이 특별히 잘못한 것이야 없겠지. 멍청하게 왜 은행과 영화관이 계좌이체 협약이 안해, 항공사는 왜 마일리지가 불공평할까, 핸드폰결제 인증은 왜 이다지 늦어 등등 혼자 궁리 끝에 오후 6시를 16시로 본 때문인 것을...

워낭소리에서 할머니 대사 '소새끼'에 다힘이가 'ㅋㅋ'하며 웃는다. 웃음이 나올 대목인데도 자꾸 떠오르는 생각, 'CGV, KB국민은행, 아시아나, KTF 다 미워!' 소심한거야 소심.....^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