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중국 영토 '장백산' 정문에 도착한 후 우리는 여전히 천지의 날씨를 몰랐습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지를 과연 볼 수 있을까.

차량을 이용 천지 간판이 보이는 입구에 도착하니 짚 차가 운영 중. 다행입니다. 해발 2749미터(최창흡교수님자료근거)를 오르는 짚 차는 무서웠습니다.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니 깊은 계곡 아래로 떨어질까 말입니다.

날씨는 오락가락, 비가 올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모두들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짚 차에서 내리니 온통 주위가 안개이고 게다가 눈도 아직 녹지 않았고 날씨는 영하 10도가 조금 안되는 정도 같습니다. 천지를 향해 걸어오르니 갑자기 날씨가 맑아지는 게 아닙니까. 이 무슨 덕이란 말인가요.

천지는 아직 꽁꽁 얼었지만, 그 웅장하고 늠름한 자태는 우리들 마음을 확 녹이고도 남습니다. 세찬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20도 가까이 되는 듯합니다. 삼각대를 놓고 천지를, 북한을 향하는 손이 얼어 1분 이상 손을 내놓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비도 내렸다 그쳤다 합니다. 그럼에도 천지를 둘러싼 백두산의 기상은 시야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1시간 머문 백두산 정상이지만 천지 앞에 서니 시간도 멈추는 듯...수천년 이어온 조선의 영험한 거산 앞에서 1시간도 감지덕지였습니다.

'겨레의 숨소리' 백두산. 그리웠던만큼 작지만 알찬 사랑의 숨결이라도 남기고 싶었습니다. 산봉우리 하나에도 잠시 눈길이 머물고, 바위에도 살짝 손길을 대고 스스로 속내에만 남 보기 부끄러운 감동을 깊이 깊이 숨겨보았답니다.

산을 내려가는 길 또한 오르는 길처럼 험합니다. 하늘과 산들이 멋지게 조화를 부리니 비가 오려나 날이 밝아지려나 이런 저런 생각도 들고 역시 백두산 오기를 정말 잘 했다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장백산'이 아닌 '백두산'을 오를 날은 언제일까 손모아 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