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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뤄쓰(红螺寺)와 관인쓰(观音寺)를 둘러보고 다시 산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전망이 참으로 보기 좋다. 나무 패루에 소라가 있는 산의 신선 같은 자태라는 뜻의 라수선자(螺岫仙姿)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데 그 사이로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낙엽 하나가 햇살을 받고 흔들리고 있다.

▶ 산을 내려오는 길에 라수선자라는 패루. 잎새 하나가 햇살이 반짝거린다.

▶ 갑자기 새들이 옆으로 날아올랐다.

▶ 오백나한 조각상이 있는 나한원


산을 다 내려온 후 다시 이곳의 명물이라는 오백나한상(五百
罗汉)을 보러 갔다. 나한은 수행을 이뤄 높은 경지에 오른 불교의 제자를 말하는데 오백나한을 조각으로 꾸며 놓았다고 한다.

 

오른쪽 왼쪽으로 나누어, 한 쪽 골짜기마다 250명씩 나눠 나한들이 서 있거나 앉아 있다. 겨울철이라 어깨에 빨간 도포를 둘러 놓았으니 숲 속에 출연한 도인들 같아 보입니다. 석가모니의 생전 제자들의 숫자를 이르기도 하고 열반 후 커다란 행사에 참여한 고승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한 곳에 모인 것만으로 강렬한 종교적 기운이 발산될 것 같다.

 

더 재미있는 것은 1번부터 500번까지 번호가 붙은 것이다. 친절하게 조각 아래 자세하게 설명을 곁들여 놓기도 했다. 1번 아약교진여존자(阿若憍如尊者)는 부처가 태자시절 다섯 명의 시종 중 한 명으로 불교에 귀의해 오백나한의 첫 번째 인물이 됐다. 2번 아니루존자(阿泥尊者)는 부처의 10대 제자 중 한 명으로 아나율(阿那律)이라고도 한다. 500명이나 되는 나한들을 다 일일이 살펴보기에는 너무 힘들다. 제일 마지막 500번은 원사종존자(愿事尊者)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생경한 이름들이다.

 

다만, 오래된 사찰답게 소나무 숲 사이에 석회암을 재료로 5백 명이나 되는 나한상을 꾸민 것은 관광지로서 손색 없게 하려는 뜻이 있어 보인다. 기록을 봐도 그렇고 조각상마다 흠 없이 깔끔한 형태도 그렇다.

 

하지만, 꼭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꼼꼼하게 조각들의 모양이나 몸짓, 손이나 발의 형태 그리고 미소까지도 하나씩 살펴보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질 지도 모르겠다. 모두 부처의 제자이거나 도를 깨달았으니 오백나한의 기운만이라도 온몸에 퍼져올 것이다.

 

오솔길로 조성된 길을 따라 오백나한을 살펴보는데 한쪽 구석의 나한에서 광채가 난다. 가까이 갈수록 영롱한 햇살이 온몸을 휘감고 있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색칠을 했거나 아니라면 부처의 영롱한 기운이 승화된 것은 아닐까 궁금했다. 자세히 보니 해가 저물어가고 소나무 사이로 석양이 유독 이 207번 무변신존자(无身尊者)에게만 퍼진 것이다.


▶ 홍뤄쓰 오백나한

▶ 홍뤄쓰 오백나한

▶ 홍뤄쓰 오백나한

▶ 홍뤄쓰 오백나한

▶ 홍뤄쓰 오백나한

▶ 홍뤄쓰 오백나한

▶ 홍뤄쓰 오백나한

▶ 홍뤄쓰 오백나한, 500번 원사종존자

▶ 홍뤄쓰 오백나한, 207번 무변신존자

▶ 홍뤄쓰 오백나한, 207번 무변신존자

▶ 홍뤄쓰 오백나한, 1번 아약교진여존자

▶ 홍뤄쓰 오백나한


아미타불이 중생에게 보낸 스물다섯 보살 중 한 명으로 악귀가 방해하지 못하게 하고 늘 안락한 삶을 하도록 도와준다는 보살이다. 지혜가 신통하고 법력과 자비심이 높다는 것을 비유한다니 정말 광채가 날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오백나한 모두 높은 경지를 이뤘으니 그 누가 더 낫다고 할 것을 아닌 듯하다.

 

석양도 지고 나니 나무가 무성한 나한원(罗汉园)에 어둠이 빠르게 몰려왔다. 서둘러 홍뤄쓰의 출구를 찾았다. 정말 여느 다른 곳에 비해서 개성이 강하면서 아주 오래된 이 사원을 다시 또 밟아야 하겠다. 사계절 모두 아름답겠지만 붉은 단풍이 정말 아름다워 보인다. 입장권에도 그렇고 출구 옆 벽마다 온통 단풍 절경을 가득 그려둔 것을 보니 가을이 최고이겠다 싶다.

▶ 홍뤄쓰 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