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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결혼식은 어떻게 할까? 가끔 시내를 다니다보면 호텔이나 식당에서 결혼식 풍경이 보이긴 했지만 막상 중국사람들이 올리는 결혼식 현장에 가 본 적은 없다.


지난 5월 23일 일요일 중국친구가 결혼식을 올린다고 초청했다. 베이징 디탄(地坛)공원 부근에 있는 이스류(乙十六, 东城区和平里中街乙16号, 地坛公园北门西100米)라는 이름의 결혼전문 혼례장(婚宴酒店)을 찾았다.  



혼례청 앞에는 이미 한바탕 폭죽이 떠진 후였다. 결혼식이 10시 18분에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던지라 빨리 서둘렀지만 지하철 역에서 비교적 멀어서 도착한 시간이 10시 20분이었으니 폭죽은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리무진이 등장했다. 리무진으로 신부을 데리고 혼례장소로 오는 것이다. 대충 한번 빌리는데 1만위엔(약 180만원)한다고 들었는데...


중국 현대식 결혼풍토는 이렇듯 중국전통 방식과 서구식이 결합된 구조인 듯했다. 전통방식으로 신랑이 신부 집으로 가서 가마를 태워 오는 것이니 가마를 리무진이 대신하는 것이다. 리무진이 혼례청에 도착하면 이제 혼례가 시작된다는 폭죽이 터지는 것이다.  



사실 중국에서 혼례를 올리려면 신랑 신부가 결혼 등록(登记)를 해야 한다. 작년 12월 초에 이미 혼인신고를 하고 아마도(?) 함께 살던 부부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식으로 식을 올리는 것이다. 신부는 몇년전 어학연수를 할 때 알던 여학생으로 신랑은 혼인신고 전에 함께 식사를 했었다.


폭죽이 떨어진 곳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인상적이다.신랑과 신부가 함께 찍은 대형 결혼사진이 걸려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결혼사진 사업이 아주 활황이라고 한다. 관광지나 시내 유명공원에서 결혼사진을 찍는 장면이 흔하게 목격되기도 한다.  



노블클럽(Noble Club) 이스류(乙十六) 정문이다. 이곳 위치가 허핑리중제(和平里中街) 을16호(乙16号)인데 2004년에 문을 연 이 식당 이름이 '이스류'인데 정말 중국사람들의 작명법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구석이 있다. 멋진 혼례이름이나 덕담으로 정해도 되건만 아주 간단하면서도 기억하기 쉽지 않은가. 게다가 글자로 써놓으니 아주 품위가 있어보이기조차 한다.

예전에 스차하이(什刹海)에 있는 쿵이지(孔乙己)라는 식당을 간 적이 있는데 이 이름은 루쉰(鲁迅)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이름이다. 루쉰의 고향이 샤오싱(绍兴)인데 그 지방 음식점으로 아주 걸맞다. 하여간 이스류 정문으로 들어섰다.  



문 바로 앞에 우리처럼 결혼축의금을 받는 곳이 있다. 중국은 홍바오(红包)는 붉은 봉투에 담아 주는 세뱃돈에서 유래했는데 어른이 아이들에게 준다고 해서 야수이쳰(压岁钱)이라고도 한다. 결혼축의금도 이렇게 홍바오에 넣어서 준다. 축의금은 지폐를 짝수로 넣어야 한다고 누가 그랬는데, 중국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그러니깐 200위엔, 600위엔, 800위엔 1000위엔 등등. 그리고 400위엔은 죽을 사(死)와 비슷해 잘 안넣는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다지 이런 룰이 예전만큼 정확히 지켜지지는 않기도 한다.  

결혼식에서 백미는 신랑 신부의 아름다운 축복의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아주 멋지다. 우리도 미리 결혼식이나 연애시절 사진, 또는 어린 시절 사진들을 혼례식장 벽에 걸어두거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부가 아버지 손을 잡고 등장한다.


신랑은 이때 사회자의 농담을 받아주며 기다린다. 이 친구 헤이룽장(黑龙江)성에 있는 전국 최소단위의 시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베이징까지 와서 근무하는 것으로 봐서는 똑똑하고 돈 집안에 재력도 있어보인다. 아주 늦게 결혼할 것 같던 신부에게 물었더니 자기는 물론 부모님, 동생에게 너무 러칭(热情)하게, 진심으로 열정적으로 잘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아버지 손을 잡고 신부가 들어선다.


신랑은 장인에게 인사하고 신부의 손을 건네 잡는다.


이렇듯 대체로 우리 결혼식장에서 하듯 비슷한 수순이다. 다만, 주례선생님이 없다. 나중에 가족중에 연장자들이 나와서 덕담을 하곤 한다.






흥미로운 것은 잔을 겹겹이 쌓고 포도주를 넘치게 따르는 일이다. 신랑 신부가 함께 손 잡고 정이 넘치도록 따른다.




그런 다음에는 신부부터 시아버지, 시어머니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한다.


그리고 신랑도 장인 장모 순으로 허차(喝茶) 예를 올린다.


신랑 신부의 부모님들이 나란히 앉았다.



혼례가 이뤄지는 내내 영상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요 열쇠고리는 무엇일까? 바로 입구에서 손님에게 모두 하나씩 나눠주는데 바로 좌석 표시이고 번호표이다. 19번 자리(桌)이고 99948이 번호다. 추첨을 하는 것이다.


뜻밖에도 혼례 말미에 신랑신부 친구들이 줄을 섰다. 부케를 던지고 받는 것이다.


신부가 아주 멀리 던져 제일 뒤에 있던 친구가 받았다. 후후~ 물어보니 우리랑 똑같다. 바로바로 결혼해야 한단다.


야외에서 하는 혼례이어서인지 풍선까지 하늘로 날려보낸다.



비누방울도 날리고. 참으로 할 건 다한다. 결혼이벤트가 진부한 듯하기도 한데, 그래도 평생 한번 하는 결혼식, 즐겁고도 유쾌하게 하려는 중국사람들의 정서가 느껴진다. 여력이 있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19번 좌석에 갔더니 음식과 함께 중국 술 한 병이 놓였다. 바로 랑(郎)주다. 이 술은 중국 쓰촨(四川)에서 나는 것이다. 쓰촨 술들이 대개 향이 좀 강한데, 이 술도 약간 그런 편이다. 그런데, 아주 비싸고 맛도 좋다. 그리고 호리병에 담긴 빨간 병도 예쁘다. 무엇보다도 신랑의 랑자가 돋보여, 이렇듯 결혼 피로연에 많이 쓰인다. 함께 앉은 애들이 낮이라 그런지 술을 안먹길래 포기하고 있었는데, 신랑신부가 좌석을 돌면서 술도 안마시고 뭐하냐고 해서 신랑이 따라주는 술 한잔을 신랑신부와 건배로 마셨다. 캬~ 정말 맛 좋은 술이다.


중국 결혼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시탕(喜糖)이다. 우리는 "언제 국수 먹냐" 그러지만 중국은 "언제 시탕 줄거야?" 그런다. 마치 종이오리기 공예인 졘즈(剪纸)로 만들어진 듯 喜자가 파인 예쁜 시탕 하나 받아들고 나왔다.  


중국식 자본주의가 개혁개방으로 검증된 듯하다. 적어도 돈을 번 사람들에게는, 성공한 이들에게는 그럴 것이다. 수많은 많은, 전체 인구의 70% 이상 되는 저소득층, 농민, 도시빈민 등에게는 그림의 떡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