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중국발품취재21] 타이위엔 잉저 공원

5월 11일 산씨(山西)의 셩후이(省会)인 타이위엔(太原)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 사실 특별히 갈 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도를 펴서 시내 동선을 파악했다. 오후에는 스쟈좡(石家庄)으로 이동해야 하니 표부터 사야 한다.

버스터미널에서 버스 시간표를 알아보는데 마침 기차표도 판다. 물론 수수료 5위엔을 더 내야 하지만 안전하기로는 기차가 더 낫다. 표를 사고 나오는데 터미널 옆에 작은 공원이 보여 좀 쉴 겸해서 찾았다.

▲ 탕화이 공원
ⓒ 최종명

탕화이(唐槐) 공원은 당나라 시대 걸출한 정치가이고 명 재상인 적인걸(狄仁杰)이 출사 전 지내던 곳이다. 뜻밖에 역사적인 인물과 만났고 다른 여느 공원과 달리 입장료도 받지 않는 서민적인 공원이어서 기분이 좋다. 게다가 공원에는 노래를 부르고 얼후(二胡)를 비롯 전통악기를 연습하는 노인들이 많아 편안했다. 적인걸에 관한 벽화를 사이에 두고 노인들이 중국민가인 워아이니사이베이더쉬에(我爱你,塞北的雪)를 연습 중이다.


▲ 적인걸 동상
ⓒ 최종명

적인걸(630~700)은 당나라 고종과 중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여제인 측천무후 시대의 재상이었다. 탐정과도 같은 예리한 추리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 후대에 '선탐(神探)'이라 불렀으며 그의 활약을 담은 책이 유럽에 소개돼 '동방의 셜록홈즈'라 불리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포청천만큼 유명해 3부까지 연작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현재 <션탄띠런지에(神探狄仁杰)>가 CCTV11번 채널에서 방영 중이기도 하다.

탕화이 공원을 나와 가까운 식당에서 죽과 만두로 요기를 하고 타이위엔 시내에서 가장 큰 호수공원인 잉저(迎泽) 공원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여유와 휴식을 좀 즐겨볼 셈이다. 660만 평방미터에 이르는 큰 호수공원. 그 중에 호수가 1/3을 차지하니 엄청 크다.

▲ 잉저 공원 내 장경루
ⓒ 최종명

공원에는 새들이 재잘대고 꽃과 나무가 풍성하다. 오랜만에 새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한가롭다. 잔디에 앉아 한참을 기다려 새들을 영상에 담았다. 새들이 이리저리 걷고 나는 모습을 이렇게 잔잔하게 본 적이 별로 없는 듯하다.

▲ 탕화이 공원
ⓒ 최종명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하기도 하고 세차기도 하다. 장미나 모란 같은 꽃 이름을 딴 작은 정자들이 곳곳에 있다. 또한, 금나라 시대의 건축물인 장징러우(藏经楼)도 하나 있다.

급류타기와 같은 놀이시설도 있고 갖가지 작은 박물관들도 보인다. 햄버거나 솜사탕을 파는 가게도 보이니 정말 공원인가 보다.

호수에서 배를 타고 노는 사람들도 있고 가볍게 조깅을 하거나 산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공원도 노래연습장이다. 아코디언에 맞춰 중국민가를 부르는 아주머니가 산들바람에 맞춰 율동이 넘나든다.

역시 호수는 나무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야 아름다운가 보다. 거기에 분위기를 맞추려면 바람이 제 격이다. 바람에 날리는 나뭇가지가 호수의 풍치를 더욱 돋우는 공원이다.

▲ 공원 내 까페
ⓒ 최종명

봉긋한 다리 하나를 넘어 가니 낚시터가 나온다. 낚시터 옆에 레스토랑 하나가 보여 들어갔다. 커피 한 잔 하며 좀 쉬어가야겠다. 1950이라 쓰여있으니 그때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2층 자리에는 창문 밖으로 낚시터가 보인다. 1층에는 저녁이면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는 공연도 있다고 한다. 한낮인데도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다.

레스토랑 곳곳의 내부 장식이 참 서구적이다. 특이한 것은 의자를 찢어진 청바지로 코디를 했는데 참 독특했다. 사진 찍는 것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짓는 남자 종업원이 고마웠는데 조금 있으니 갓 들어온 듯한 여자 종업원이 사진 찍지 말라고 한다. 왜냐고 물었다. 원래 그렇다고 한다.

낚시터에서 들어가는 문은 후문이었고 정문으로 나서니 큰 대로가 나온다. 지에팡난루(解放南路)를 따라 걸었다. 공원 부근이어서인지 거리가 산뜻한 편이다.

▲ 길거리의 핸드폰 광고
ⓒ 최종명

버스도, 정류장도, 건물광고판도 시원시원하다. 중국 리엔샹(联想)의 'S셔우지(手机)'와 한국 LG의 초콜릿(巧克力)이 서로 대결하듯 나란히 현수막이 걸려 있다. 리엔샹은 중국 최고의 컴퓨터 제조상이며 종합IT회사이다. 대만의 인기여성듀엣인 Twins의 샤오S인 쉬씨띠(徐熙娣)를 모델로 내세웠다. 한편 LG는 김태희와 현빈을 모델로 했다.

▲ 잉저공원 정문
ⓒ 최종명

잉저공원 정문까지 천천히 걸었다.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나오는 작은 폭포가 시원하다. 타이위엔에서 점심시간 때에 맞춰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다시 배낭을 메고 기차를 타야 한다.

오후 4시 40분 타이위엔을 출발해 스쟈좡과 타이산(泰山)을 거쳐 상하이(上海)까지 가는 터콰이(特快) 기차를 탔다. 주말이라 타이산 가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발 하나 걸칠 틈도 없다. 앞뒤로 배낭을 메고 좁은 기차 입구를 밀고 들어가니 정말 인산인해다. 잉줘(硬座) 7호차 6번 좌석.

우줘(无座) 표를 끊고 탄 사람들이 엄청 많다. 6번 좌석 바로 뒤는 짠퍄오(站票)를 끊는 곳이다. 사람들이 줄 서서 남은 좌석표를 미리 선점하려고 시끄럽게 소리 치며 서 있으니 입구가 꽉 막힌 것이다. 게다가 문 입구이고 짠퍄오 앞이라 다섯 명이 앉는 좌석 통로 쪽에 앉아 배낭 하나를 아래에 놓고 하나는 들고 앉고 보니 정말 꼼짝달싹 하기 힘들 정도다.

기차가 출발하자 안내 방송이 나오더니 음악이 나온다. 옆 창문 측 자리에 앉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갑자기 노래를 따라 부른다. 가방을 끌어 앉고 잠이나 자자. 옆에 바짝 붙어서 아니 차라리 기대 서 있던 50대 후반 노인이 묻는다. 어디까지 가냐고. 스쟈좡까지 간다고 하니 더 찰싹 달라붙는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위츠(愈次)에서 잠시 정차하더니 이내 다시 출발이다. 잠이 다시 살짝 오려는데 갑자기 안쪽 사람이 일어나더니 위에서 가방을 꺼내고 그 속에서 바나나와 빵을 느릿느릿 꺼내 상 위에 내려 놓는다. 그러더니 자기 윗옷까지 벗어서 걸더니 태연스럽게 일어난다. 알고 보니 우줘(无座) 표를 끊어 앉았던 것이고 내가 졸아서 몰랐지만 오른편에 한 아가씨가 자기 자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다시 자자.

다시 1시간 가량 지났을까. 양취엔(阳泉)이다. 그 아가씨가 내린다. 빈자리가 생기자 어떤 사람 하나가 재빨리 앉는다. 5분 후 원래 앉았던 사람이 다시 나타나더니 자리를 비키라고 한다. 자기도 우줘이면서. 바나나, 빵, 옷이 다 자기 것이라며. 그는 양취엔에서 아무도 앉지 않은 걸 확인하고 자기 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그러더니 다리를 마구 떨고 팔도 최대한 벌려 엎드리더니 잠을 자기 시작이다.

품성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사람과 같이 앉아있으니 영 기분이 찜찜하다. 이제 통로가 좀 한가하다.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잠시 내 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너 스쟈좡 내리지. 내리면 내가 앉을게' 그런다. 주위 사람들 다 들으라는 메시지이다.

7시가 넘기 시작하자 일제히 사람들이 컵라면을 먹기 시작이다. 중국 기차에는 뜨거운 물이 늘 있다. 문제는 내 머리 바로 뒤에 짠퍄오타이(站票台)에 올려놓고 컵라면을 먹는 사람이다. 차가 급정거라도 하면 그대로 쏟아질 판이다. 에구 제발 조용히 빨리 먹어라.

컵라면을 먹느라 시끄럽더니 이제는 술판이다. 앞자리 옆자리에서 담배도 피기 시작이다. 정말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지 못한 게 안타까울 정도로 가관이다. 중국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능한 한 장거리 기차를 타면 좋지 않다.

특히 잉줘는 아이들이 있든 없든 상관 없이 금연임에도 담배를 피니 말이다. 각 차량에 타는 복무원들도 장거리 기차에서는 통제를 잘 하지 않는다. 나도 담배를 피지만 정말 2시간 가량 참느라 정신이 몽롱했다.

스쟈좡에 거의 10시가 되어 도착했다. 내린 곳은 스쟈좡 베이짠(北站)이다. 다시 택시를 타고 스쟈좡 역으로 가서 호텔을 찾았다. 숙박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다음날 이동이 유리한 곳이 좋다.

▲ 맥주 지아허
ⓒ 최종명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잤다. 이 지역 맥주는 지아허(嘉禾)이다. 중국은 각 도시마다 대부분 지역 브랜드의 맥주와 담배가 있다. 담배는 적응하기 힘들지만 맥주는 어떤 맛일까 기다려질 정도이니, 전국을 여행하는 나로서는 재미있는 별미 하나를 또 경험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