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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포털 소후클럽의 솔로데이 행사 취재

 

솔로데이 행사의 소후클럽 웹페이지

 

중국도 빼빼로데이가 있다. ‘빼빼로가 없는 중국은 남친이 여친에게, 여친이 남친에게 과자를 주고받는 상업주의와는 다소 다르다. 11이 작대기 2개 모양이라 광쿤제(光棍節)라 한다. ‘은 몽둥이, 작대기를 뜻한다. 11일은 서로 나란한 숫자의 이미지를 연상해 단션(單身), 즉 솔로를 상징하며 바로 솔로데이(Solo day)이다. 기찻길처럼 서로 만나지 못하는 2개의 작대기는 남녀 솔로를 상징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1 1, 작대기가 2개인 날을 샤오()광쿤제, 1 11일과 11 1일처럼 작대기가 3개인 날을 중()광쿤제, 11 11일 작대기 4개인 날을 다()광쿤제라 부른다는 것이다.

 

창고를 공연장으로 개조한 공장 담벼락에 걸린 현수막

 행사를 주최한 소후클럽의 류옌팡(오른쪽)

 

솔로의 날을 그 크기로까지 의미 부여하는 것은 역시 중국답다. 더구나, 2011년 광쿤제는 천년 만에 오는 날로 1 6개나 있다고 류이셩(六一聖)광쿤제라 부른다. 네이밍과 의미 부여가 늘 기발한 중국답게 성스럽다는 까지 추가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행사가 열린다. 중국 역시 상업적인 마케팅이 솔로데이를 겨냥한다. 별다른 사회적 이슈가 없는 중국 젊은이들에게는 나름대로 특별한 날이 생겼으니 열광하는 것도 당연하겠다.

 

지난 11 11일 저녁. 중국 포털 소후(搜狐)가 솔로데이 행사를 개최한다고 해서 찾아갔다. 베이징 지하철 솽징() 역에 내려 동쪽으로 10분 가량 걸어 어렵사리 행사장 앞에 도착했다. 주최 측의 단문메시지를 보고 찾아가는데 광취루36(廣渠路36) 홍덴(紅點)예술공장 안에 있다는 장소를 찾기가 꽤 어려웠다. 밤이기도 했지만 장소 이름도 참새기와집, 마췌와서(麻雀瓦舍). 발음도 어려워 주변 사람들도 아리송한 표정이다. 하여간 참새떼처럼 문예공연센터(文藝匯演中心)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무대와 조명 중계시스템이 완벽한 공연장

 

공장지대 안 허름한 창고를 개조한 공연장인 것이다. ‘청춘을 밝게 드러내고, 솔로를 노래하며 즐기는 솔로축제 광란파티(炫動 唱享單身 單身節狂歡派對)’라는 행사 이름이 적힌 담벼락 앞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 행사를 메인 스폰하는 둥팡뱌오즈(東風標緻)의 푸조 자동차 앞에서 모델과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다. 행사 경연에서 우승하면 상품으로 주니 관심이 많다.

 

솔로데이 행사에서 노래하는 여성보컬 그룹

 

소후클럽은 기업 협찬을 통해 네티즌 회원을 위한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주최한다.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전국적 유통망을 지닌 브랜드인 쉐화(雪花)가 맥주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카메라, 핸드폰 등 행사 경품도 모두 스폰서를 통해 조달한다. 얼핏 봐도 스폰서는 대략 6~7개 기업이며 미디어파트너도 신문사, 인터넷방송사 등 10곳이 넘는다.

 

소후클럽 총괄매니저인 류옌팡(, 30)중국기업뿐 아니라 외국기업과도 스폰서 협력이 아주 잘 되고 있어서 이런 행사를 통해 젊은 회원들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행사 참여하는데 비용도 없고 경품도 많아 정해진 인원의 참가자를 선정하는 일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번 행사도 참가신청서를 11자로 입력하도록 했는데 100여명으로 참가자를 제한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행사는 저녁 8 30분이 조금 지나 시작됐다. 남녀 솔로 100여명이 무대 앞에 모이고 남녀 사회자가 등장한다. 한참 행사내용을 설명하더니 곧바로 여성보컬이 이끄는 5인조 그룹이 시끄러운 기타 굉음을 내며 등장한다. 서서히 참가자들이 음악소리에 동화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두운 공간이고 시끄럽지만 곳곳에서 맥주 병 부딪는 소리가 난다.

 

솔로데이 행사에서 노래하는 남성보컬 그룹

 

무대에는 어느덧 6명의 청춘 남녀가 올라가 있다. 무슨 게임을 하나 봤더니 대중가요 부르기를 한다. 사회자가 앞부분을 부르면 뒷부분을 참가자가 이어 부르는 게임이다. 남자사회자 노래를 성공시켜야 여자사회자 노래까지 이어갈 수 있다. 여러 번 틀려도 계속 끝까지 부르도록 하는데 완벽하게 부르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한 솔로총각이 멋진 가창력과 완벽한 가사로 박수갈채를 받는다.

 

이어 다시 남자보컬이 이끄는 밴드가 다시 무대에 섰다. 이번 밴드는 헤비메탈 계열인 듯 공장 전체가 다 들썩들썩 귀가 찢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은 손을 흔들고 춤도 추고 흥겹건만 행사 주최 측 사람들은 조금 지루할 지 모르겠다.

 

공연무대여서 조명이나 오디오도 나름대로 완벽하다. 영상카메라도 4대나 돌아다니고 생중계 시스템도 완비돼 있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를 하는지 2층 귀퉁이에 노트북을 두드리는 직원이 있다.

 

솔로데이 행사 인터넷으로 중계하고 있는 모습

 

2층에는 소후클럽 주최자들뿐 아니라 소후의 젊은 남녀 솔로들도 많이 와서 맥주를 마시는 등 즐기고 있다. 주말인데다가 솔로이니 이런 무료 행사에 와서 마시고 노는 것이다. 소후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츄츄(秋秋, 32)도 친구들과 함께 왔다. 원래 상하이 출장이 예정돼 있었는데 다행히 연기돼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하며 나도 솔로인데 광쿤제이고 주말이라 친구들과 왔고 연인이 될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한다.

 

행사 모습

 행사 모습

 

맥주 캔을 높게 쌓아서 마시는 게임도 한다. 그리고는 또 그룹밴드가 나와서 노래를 부른다. 이렇게 이날 음악과 게임이 어우러진 한바탕 유희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중간중간 경품도 주고 최종 자동차 상품을 받게 될 사람도 선정됐다. 두 시간 좀더 지켜보다가 너무 시끄럽고 질려서 밖으로 나왔더니 최종 우승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사실 자동차 누가 받게 될지 보러 온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행사를 소후 내에서 남성채널(男人頻道) 파트가 함께 기획했다는 것이다. 여성채널도 있다는데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이유가 재미있다. 현재 중국은 남녀비율이 120:100에 이를 정도로 남성 비율이 높다. 그러니 솔로인 남성이 아주 많다. 솔로 중 남성들을 위한 행사를 만들자는 기획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솔로데이 행사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자신의 의지로 솔로를 견지하는 것과 달리 남성들은 어쩔 수 없는 솔로가 많다는 것이다. 11 11일 솔로데이는 솔로남성을 위한 기념일, 즉 위로일로 점점 변해간다는 것이다. 소후클럽의 솔로데이 행사는 2008년부터 시작돼 이번이 4번째이고 앞으로도 매년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인구 예측지표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전체 인구 중 남성이 여성보다 3~4천만 명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 결혼도 이제 사회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대학입시, 취업, 부동산 등도 문제지만 솔로로부터의 독립도 젊은 남성들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 여유를 지닌 솔로들을 위한 스폰서들의 마케팅이 결합된 솔로데이 행사에 참여해 술 마시고 음악 듣고 어울려 춤 추고 신나게 놀 여유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솔로데이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 무료로 제공되는 맥주를 행사시간 내내 마시고 있다

 

소후클럽 광쿤제 사이트에는 나는 솔로가 아니다(我不是光棍)’, ‘누가 솔로인 걸 좋아하리(誰喜歡當光棍)’, ‘솔로의 나날들(光棍的日子)’, ‘솔로의 기쁨과 허망(單身的快樂和無奈)’,감정 드러내는 걸 막는 건 매정(莫道多情是薄情)’ 등 제목의 이슈에 공감되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

 

불과 몇 시간 동안이지만 중국 젊은이들이 노는 모습이 우리 젊은이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홍대 부근 바에서 빼빼로데이라고 즐기는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행사 프로그램이 좀 다르긴 해도 술 마시고 음악과 춤이 있으니 뭐 별반 다를까 싶다. 그렇지만 연인들의 날솔로의 날사이의 차이는 명확해 보인다.

 

우리가 6개의 1자가 기념일이자 행복 마케팅의 대상이라면 중국은 어쩌면 위로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중국의 솔로들은 오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평소와 다름 없이 솔로인 그들이 1자가 6개나 되니 그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