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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품취재62] 난닝 거쳐 베이하이 해변과 어촌마을

8월 10일 양숴에서 다시 꾸이린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다음 갈 곳이 광시성(广西省) 좡족(壮族) 자치구의 구도(区都)인 난닝(南宁). 그런데, 하루에 한 대 이른 아침에 떠난다고 한다.

결국 다시 꾸이린으로 가서 난닝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꾸이린 역에서 동행을 보내려니 아쉬웠지만 다시 홀로 중국 곳곳을 다녀야 하는 애초의 마음가짐을 다시 잡아야 했다. 오후 6시 10분 버스를 탔다. 6시간 걸리는 거리.

다음날도 하루를 푹 쉬었다. 섭씨 40도가 넘는 더위, 게다가 충칭(重庆)부터 씨장(西藏)과 윈난(云南)을 거치면서 거의 한 달 동안 쉬지 못하고 달려와서 그런지 다소 지쳤다. 호텔에서 자고 먹고 인터넷과 편집하면서 그냥 마음을 놓고 나니 꽤 휴식이 된다.

저녁 무렵, 난닝의 시내 중심지 구경을 나섰다. 소수민족 자치주라 하기에는 왠지 너무 상업적이고 인공적인 거리라 꽤 낯설다. 난닝은 중국 서남부 지역 여행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불과 180킬로미터 거리에는 베트남과 국경지대 닝밍(宁明)에는 절벽 벽화가 있는 화산(花山)도 있고 서쪽으로는 윈난(云南) 방향의 바이써(白色)에는 거대한 암석 산인 천갱(天坑)도 있다. 아쉬웠다. 여행사에서 한참 동안 망설였지만 일정에 두 곳을 다녀오기에는 시간 부담이 많다. 다음에 꼭 난닝을 거쳐 중국 서남부 여행을 해야겠다는 다짐만 했다.

  
난닝 시내 번화가에서 홍보마케팅 행사로 암벽오르기를 하고 있다
ⓒ 최종명

시내 중심가에 암벽타기 경연대회가 벌어지고 있는데 매우 시끌벅적하다. 사람들이 순서에 따라 로프를 몸에 맨 채 10여 미터 높이의 암벽을 오른다. 가장 빠른 시간에 올라가 종을 쳐야 한다.

기록판 옆에는 빨간색 모자에 흰 셔츠를 입은 예쁘게 생긴 여자 진행자가 참여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기록을 보니 대체로 1분이 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18초대 기록이 있다.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올라갔을 것이다. 한 사람이 두 번씩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이 행사는 중국의 모 유명음료회사의 홍보이벤트이다. 이렇게 번화가에서 재미난 상품 홍보행사가 자주 벌어진다. 암벽 장치에 걸려 있는 광고모델은 인기가수 쑨옌즈(孙燕姿). 싱가포르(新加坡) 출신인데 나이 서른이 넘었음에도 귀여운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어서인지 젊은 소비자 취향의 음료수 모델을 하고 있다. 음료수 병에도 아예 그녀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맑은 공기가 사뭇 중국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다

8월 12일 11시 20분 버스를 타고 광시(广西) 성 동남쪽 끝에 있는 해변도시 베이하이(北海)로 향했다. 야자수나무들을 따라 다시 30분 거리에 있는 인탄(银滩) 해수욕장에 도착해 호텔을 잡고 짐을 풀었다. 한여름 해변 도시치고는 숙박료가 비싸지 않은 320위엔인데 시설은 거의 4성급 수준이다.

  
야자수나무가 있는 베이하이 인탄 해수욕장의 모습
ⓒ 최종명

모래사장이 은빛처럼 곱고 하얗다는 이 해수욕장은 중국 서남부의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적한 해변의 여유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중국 동쪽 해변도시는 자주 갔었으나 남쪽 해변은 처음이라 다소 기대가 컸다.

베이하이 시는 광시성의 난닝에서 남쪽으로 버스로 4시간가량 걸리며, 광둥(广东) 성의 광저우(广州)에서 서쪽으로 약 8시간 걸린다. 하이난다오(海南岛)로 들어가려면 베이하이가 아주 가깝다.

그래서 이곳으로 온 것인데, 사촌동생과 인터넷으로 채팅하다가 25일경에 하이난다오로 가족여행을 오는데 합류를 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갑자기 일정을 조금 바꿔야 할 듯하다. 일정표와 교통편을 한참 알아보다가 바깥으로 나왔다.

마침 바람이 꽤 불어 파도가 거세다. 파도를 헤치며 달리는 모터보트가 시원하다. 꼬마들은 모래사장이 신기한 듯 노는 모습이 귀엽다.

야자수나무가 가로수로 이어진 도로는 아열대 기후의 해변을 더욱 이국적인 모습으로 풍성하게 해준다. 게다가 맑은 공기가 사뭇 중국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모래가 참 맑고도 보드랍다. 아이들은 모래를 만지작거리며 노는 것이 재미있나 보다. 음료수 병에 무언가를 담고 있다. 예쁜 조개를 병에 조용히 담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파도가 모래사장으로 급하게 다가오자 깜짝 놀라며 일어선다. 공기 맑은 해변에서 아이들의 소꿉놀이 같은 장난을 보니 마음이 편하다.

  
베이하이 인탄 해수욕장에서 노는 아이
ⓒ 최종명

은빛 모래라는 말처럼 정말 ‘중국 제일의 모래사장(中国第一滩)’이라 자랑할만하다. 연평균기온이 23.7도, 일 년 중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동안 해수욕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1991년에 개장한 해수욕장으로 산하이관(山海关) 근처 발해만의 유명한 관광휴양지 해변인 베이다이허(北戴河)에 견줄 만하다. 한 술 더 떠서 동양의 하와이(夏威夷)라고 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환경, 특히 공기가 좋기로 유명한 도시가 4곳이 있다. 이름하여 ‘싼하이이먼(三海一门)’이라 한다. 이곳 광씨(广西)의 베이하이(北海)를 비롯해 광둥(广东)의 주하이(珠海), 산둥(山东)의 웨이하이(威海), 그리고 푸졘(福建)의 샤먼(厦门)이 그렇다. 4곳 다 바다를 끼고 있는 청정 도시이다. 예전에 웨이하이에 갔더니 창장(长江) 이북에서 가장 깨끗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고 자랑하던 것이 생각난다.

해변도로 옆에는 많은 해산물 식당이 줄지어 있다. 물이 넘쳐 흐르는 어항 욕조 속에 먹음직스런 싱싱한 물고기들과 조개들이 넘쳐나고 있다.

물고기 이름들도 독특하다. 모두 1근 500그램 기준으로 라우후위(老虎鱼)는 168위엔, 훠룽위(火龙鱼)는 128위엔, 장쥔위(将军鱼)는 268위엔, 진창(金苍鱼)는 98위엔. 그리고 이곳 특산이라고 붙어 있는 쩐주반(珍珠班)은 108위엔인데 이름도 도통 어렵지만 우리나라 말로 무어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베이하이 인탄 해수욕장의 해산물 식당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와 조개 등
ⓒ 최종명

이곳 베이하이는 진주 양식장이 많기로 유명한 곳인데 쩐주반이라는 물고기도 있는가 싶다. 패류 이름도 재미있다. 소라와 비슷하게 생긴 샤바오뤄(沙包螺)는 1근에 88위엔, 흰색 조개인 바이진베이(白金贝)는 48위엔, 약간 갈색 빛이 도는 완바오뤄(万宝螺)에는 가격을 적어두지 않았다. 이 곳에는 정말 특산이라 할만한 것이 있다.

바로 다리가 하늘색 빛깔이 돌아 징그럽긴 하지만 먹음직스럽게 생긴 게가 58위엔이어서 보니 무화씨에(母花蟹)라고 한다. 참 이상한 것도 있네 라는 생각이 든다.

거리에는 야자수 열매인 예즈(椰子)를 팔고 있다. 1개에 5위엔인데 열매를 망치로 깨서 그 속에 빨대를 집어넣어 청량 음료수처럼 마시고 있다.

밤이 깊어가는 해수욕장의 분수 쇼, 나름대로 볼만하다

  
베이하이 인탄 해수욕장의 모습
ⓒ 최종명

인탄(银滩) 해수욕장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밤에는 분수 쇼가 있다. 낮에 그 많던 사람들이 분수 쇼가 벌어지는 시간에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1시간 내내 분수 쇼가 진행된다고 홍보하는데도 생각보다는 관중이 많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볼만하다. 힘차게 솟아올랐다가 넓게 펼쳐지는 물줄기를 따라 온갖 조명 불빛이 현란하게 반짝거린다. 게다가 그 옆에서 폭죽이 솟아오르니 앙상블이 좀 어울린다 하겠다.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를 가로막는 불꽃놀이(烟火), 폭죽 소리가 난다. 어둠 속에서 팡 터지며 솟구치는 폭죽이 연방 하늘을 수놓고 있다. 해변가 폭죽, 도심의 그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또 인상적이다. 한 가족이 함께 폭죽놀이를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종류의 크고 작은 폭죽을 사서 터뜨리고 있다. 아이들이 너무 신나게 논다.

  
베이하이 인탄 해수욕장의 분수 쇼
ⓒ 최종명

첫날 약간의 비가 내리기도 했고 금방 밤이 되어 바닷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다음날 8월 11일 짐을 싸고 나섰다. 날씨도 맑고 청아해 바닷가 해변이 산뜻하기 그지없다. 싱싱한 해산물 요리를 먹지 않고 가기가 너무 아쉬웠다.

식당에서 게와 조개를 주문하고 요리가 나오자 고추장과 함께 밥 한 공기를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 요기를 하고 여유 넘치는 인탄(银滩) 해변을 만끽했다. 그냥 발걸음을 떼기가 아쉽다. 모래사장에 앉아서 한참 바다와 포말이 부서지는 파도를 지켜보노라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시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짐을 맡기고 원래 하이난다오를 가려던 계획을 수정해 광저우(广州) 행 버스를 예매했다. 그리고 삼륜차를 타고 옛 거리인 라오제(老街)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내려준 곳은 진주(珍珠)를 파는 가게들이 있는 곳이다. 역시 참 자기 맘대로. 진주 좋아하냐고 물어서 "그저 그렇다"고 했던 것이 실수다. 확실하고 분명하게 싫다고 하지 않으면 틈새를 노리고 들어오는 중국사람들의 장삿속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하여간 라오제 근처의 진주 가게에 내려서 천천히 걸었다. 진주가 참 많다. 크기도 크고 작고 각양각색의 진주들이 정말 많다. 중국 최고의 진주 양식장 도시답다. 진주를 사면 그 중 일부를 돌려받을 게 뻔한 삼륜차 운전사를 따돌리려고 진주 가게 뒷문으로 나가니 바다가 나타났다. 바다를 따라 방파제 길을 한참 걸으니 자그마한 어촌이 나타났는데 정말 중국 최남단의 어촌마을을 보게 됐으니 삼륜차에게 고마운 생각까지 들었다.

바닷길 따라 마을 형성하고 사는 중국 남단 사람들의 가난한 삶 엿보다

  
베이하이 시 와이사 부근의 어촌마을 풍경
ⓒ 최종명

베이하이(北海) 서북쪽에 있는 한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모래톱으로 형성된 와이사(外沙)와 육지 사이에 길게 난 작은 바닷길에 어선들이 줄줄이 이동하고 있다.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어선들은 모두 낡았지만, 고기도 잡지만 잠도 어선 위에서 자고 먹고 하는 집과 다름없다.

배를 삶의 공간으로 하며 살아가는 어민들의 생활 모습이 낯설어 보이지만 살짝 바라본 그 서민적인 모습이 정겹기도 하다. 내륙으로 들어온 바닷길을 따라 마을을 형성하고 사는 중국 남단 사람들의 가난한 삶도 엿볼 수 있다.

  
중국 최남단 해안도시 베이하이의 한 어촌마을에서 만난 아이들, 배를 집 삼아 살아가고 있다
ⓒ 최종명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노는 아이들. 바다에 뛰어든 아이들이 헤엄도 잘 친다. 즐겁게 노는 모습이 평화롭기도 하다. 배를 집으로 삼아 살아가는 아이들도 보인다. 배 위에서 강아지 몇 마리랑 같이 놀기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그런다.

어른들은 다 고기를 잡으러 나갔는지 아이들을 돌보는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다. 밖에서 논다고 혼을 내자 얼른 배 안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얼굴만 내밀고 있는 아이들이 참 순박하고 귀엽다.

  
베이하이 와이사 부근에서 본 다리 색깔이 하늘색인 게인 무화씨에
ⓒ 최종명

어선이 들어오자 사람들이 몰려와 구경한다. 아이를 업은 아주머니, 아이들, 지나가던 청소부들, 그리고 물고기를 사가는 사람들도 있다. 바닷장어를 한 바구니 담아 자전거로 묶은 리어카에 싣고 가기도 한다.

인탄 해수욕장 음식점에서 봤던 하늘색 빛깔이 돋아 있는 다리가 독특한 무화씨에(母花蟹)를 한 바구니 사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 아무리 봐도 이상한 게가 아닐 수 없다.

다리를 건너 와이사(外沙)로 가니 더위에팅(得月亭)이라는 곳에서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도 하며 논다. 아이들은 위험스럽게도 계단을 내려가 바다 바로 옆에서 파도를 즐기고 있기도 하다.

사진을 찍어주니 너도나도 나선다. 정말 해맑고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이다.

이 와이사 부근에는 해산물을 파는 식당들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그 이름들이 대부분 파이당(排档)이라고 한다는 것인데 노상의 상점이나 가게를 뜻하는 사투리이다. 노상 가게라 해서 그 규모가 작지는 않고 2층 건물에 한 300여 명은 들어갈 만한 큰 식당들이다.

  
베이하이 와이사 더위에팅에서 만난 아이들
ⓒ 최종명

아직도 버스 시간 밤 9시 50분이 되려면 한참 남았다. 와이사에서 스촨루(四川路)를 따라 시내 방향으로 걸었다. 날씨가 정말 무덥다. 시간도 보낼 겸 미용실로 들어갔다. 15위엔에 머리카락도 잘라주고 감겨주고 간단하게 어깨도 주물러 준다.

다시 번화가로 나가 저녁을 먹으러 깔끔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신선한 회를 판다. 정말 이상해서 다시 보니 일본사람이 주인이다. 회 한 접시와 마티니(马丁尼) 한잔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베이하이를 떠나 광저우(广州)로 가려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에이콘이 곳곳에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실내가 무지 덥다. 숨이 막힐 정도다. 잠시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중국어 보통화와 함께 남방 방언이 나온다.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지만 홍콩 영화에서 저우룬파(周润发)나 짱궈룽(张国荣)이 하던 말투나 뉘앙스인지라 친근하게 다가왔다. 드디어 광둥(广东) 지방으로 간다.

버스는 아주 깨끗하다. 8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지만 침대 버스는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고속버스 수준이 되는 편한 좌석이라 푹신하게 누워 잠이나 잘 생각이다. 그런데 밤 12시까지 광둥 아주머니들 몇 명이 수다를 떠는데 그 소리가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듯하다. 정말 시끄러운 곳으로 가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