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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있는 중국인들은 라오베이징(老北京)의 쓰허위엔(四合院)과 후통(胡同)의 변화, 소멸, 그리고 파괴를 안타까워 한다. 리여우리창(琉璃厂) 역시 점점 도시화, 특히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베이징 시정부의 정책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변모할 것 같다.

환경과 문화 올림픽을 지향해 전통을 잘 보존하는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해 본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무관심한 것보다는 중국의 전통거리도 동양의 숨결이 숨었다 여기고, 또 우리의 정서와도 이어져 있으니 까짓것 '중국의 문화도 우리들의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13억 중국인들보다 더 즐겁게 맛보자. 그러니, 이곳도 아주 멋지게 보존되길 빌어본다.  

보석처럼 보이나 비싼 보석은 아니다. 이쁜 귀걸이, 팔찌 등도 싸게는 30위엔부터 바가지를 써도 100위엔 정도면 산다. 베이징에는 내가 가본 곳 중에는 다양한 형태의 공예품들이 많은 찡청바이꽁팡(京城百工坊)에 가면 값도 싸고 멋진 장신구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런 걸 좋아하는 여자분들은 한번 가보시길.

찾아가실 분은 우선, 한국사람들이 자주 찾는 홍치아오(红桥) 시장에서 왼편, 남쪽으로 좀 내려오면 티엔탄똥루(天坛东路)와 티위관루(体育馆路)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약 세 블럭 가면 광밍루(光明路)와 만나는 사거리가 보인다. 그 사거리 건너 오른편 3층인가 4층인가 건물이 바로 그곳이다. 외국방송국들이 베이징 공예품 취재를 자주 하는 곳이라 한다. 그래서 갔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재미난 것들이 많긴 하다.

중국에서는 붓글씨, 즉 서예와 붓으로 화선지에 그리는 그림을 다 묶어 슈화(书画)라고 한다. 처음엔 글씨를 말하는 것인지 그림을 말하는 것인지 약간 헷갈리더라. 슈화를 파는 가게 종업원이다. 리여우리창은 손님들이 와도 그저 여유롭다. 그래서 더 좋긴 하지만 ... 부담 없이 마음껏 보고 만지고 해도 별탈이 없다.

당대 실력파 서예가 작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란다. 문제는 서예나 그림이나 유명한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저 느낌으로 감상하고 정감이 가는 것은 가격을 물어보고, 아 이 정도 가격의 작품이구나 하는 정도.

차이나TV PD랑 걷다가 흥미로운 시계를 발견했다. 특이한 구조와 장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 아마 7~800위엔을 불렀던 것 같은데, 비싸서 못사겠다니 나중엔 등 뒤에서 200위엔을 불렀다. 잘 하면 150위엔이면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둘이 이거 사서 한국에 옥션에서 팔아볼까 뭐 그런 이야기도 하며 걸었다. 후후

나무에 걸린 그림은 햇살에 더욱 화사해 보기 좋고 빗자루도 마침 제자리인 양 서 있다. 마음에 들던 그 시계가 땅바닥에 있는 것이 좀 마음에 걸리지만 보고 있노라니 전체적으로 편한 느낌이다.

여러 조각상이나 장신구, 집안살림도구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중국 생활이 좀 길이 들었는지 마음에 드는 것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그때마다 다 사 모았다가는 큰일. 집부터 크게 장만하고 고민해볼 일이다.

산수화를 아주 길게 그렿고 병품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뭔가 좀 균형이 안맞는다는 생각이다. 저런 형태의 그림들이 가끔 눈에 뜨이긴 하는데, 도대체 나는 별로다. 보고 있으면 영 불안하다.

경극 주인공들이다. 액자 속에 들어 있으니 고급스러워 보인다.

이곳이 서편의 끝이다. 1년 전인가 저 길로 빠져나가 본 적이 있다. 골목을 따라가면 후통이 연이어 있고 큰 상점이 나오기 시작하면 큰 대로다. 바로 씨엔우먼와이따지에(宣武门外大街)가 나온다.

베이징은 거리 명칭이 일관성이 있다. 즉, 어느 지명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을 붙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리여우리창똥지에(琉璃厂东街)하면 리여우리창 동쪽 거리라고 쉽게 판단된다. 다소 특이한 것은 안과 밖이다. 씨엔우먼와이따지에, 이러면 그건 시 중심, 고궁과 가까운 거리를 네이지에(内街)라 하고 바깥 거리면 와이지에(外街)라 한다.

그런데, 헷갈릴 수 있는 것은 어떤 경우는 동서남북으로 하고 어떤 경우는 안과 밖이라 하니 그것만 잘 파악하면 된다. 또, 큰길인지는 따지에(大街)라고 하니 대로라고 생각하면 된다. 작은길은 샤오지에(小街)라고는 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베이징은 고궁을 중심으로 둥근 고리처럼 환(环) 도로가 있어서 길 찾기도 쉽다. 똥산환베이루(东三环北路)라고 하면 동쪽 삼환로의 북쪽 도로니 말이다. 난쓰환씨루(南四环西路) 그러면 금방 베이징의 어느 정도의 곳인지 감이 들 것이다. 음~잘 모르겠다고? 그러면 지도 놓고 10분만 눈으로 싸우면 된다.

서편 끝에 재미난 물건들이 좀 있다. 끝이니 물건이 좋아야 팔릴 것이니 그런가.

바로 이 녀석이 참 마음에 든다. 말 위에 원숭이, 그리고 새끼 원숭이까지. 가게 안에 있는 걸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하다가 마오쩌똥 그림 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100위엔이면 살 수 있고 잘 하면 아마 70위엔에도 가능할 것이다. 가장 좋은 매매는 서로가 기분이 좋아야 한다. 가장 잘 사는 노하우는 물건의 원가에 최대한 근접하면서 파는 사람과 웃으며 헤어지는 것이 제일 좋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건 물건 사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개발해야 할 문제겠다.

나는 우선, 최대한 파는 사람과 친해진다. 말을 잘 못해도 상관 없다. 심지어 '너 정말 이쁜 목걸이 했네' '너 한국 연예인 좋아하지?' '나 중국 온지 얼마 안되는데, 중국 너무 좋아, 그리고 이 물건 정말 마음에 들어' 등등. 시간이 걸려도 말이다.

나는 또 이상한 습관이 있는데 내가 미리 예상한 금액이 아니면 가급적 안 산다는 것이다. 시간 넉넉하니 중국어도 배우면서, 내가 원하는 값으로 산다는 게 원칙아닌 원칙이다. 왜냐고? 시장에서 물건 사는 것도 중국에서 기업 비즈니스 하는 것과 하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1위엔 더 싸게 사면 오더 100만개면 100만위엔이니 ...

그래서 정말 사고 싶은 걸 못 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씨여우쉐이(秀水) 시장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가죽신발을 1년 동안 수없이 갔어도 아직 못사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는 꼭 사리라 믿는다. 왜냐? 불과 20위엔 정도 차이니. 누가 이기나 보자는 이상한 내 외곬수는 따라 하지 않기를 ...

서편 끝에 있는 또하나의 가게다. 이 주인은 조선족이다. 말이 통한다는 것은 물건을 흥정하는데 오히려 불리하다. 우리를 알아보고 조선말로 부른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그림들이 특이해 들어갔다.

이 소녀가 눈길을 잡았기 때문이다. 섬찍하기도 했다가 귀엽기도 했다가 영 아리송한 느낌이 든다. 이런 세밀화로 그린 인물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왠지 저 동글동글한 눈 코 입이 인상에 남는다.

초원의 아이인가.

이 가게는 온통 인물화를 판다. 혹시 관심 있는 분들 찾아가시기 바란다.

오히려 이런 서민적이 화풍이 더 마음이 편하다.

헉 호랑이. 아마 동북호랑이일 듯 싶다.

사실은 조선족 주인이 계속 이것저것 그림을 보여주고 자꾸 그래서 이리저리 둘러본 것인데 그림들을 사다가 뭐하지 싶어 건성으로 봤다. 그러다가, 이 그림을 보게 됐다. 글쎄 비단 위에 그린 그림이란다. 비단이라. 참 재주도 좋다 싶다.

거기다가 어느 한국사람이 자기가 나중에 꼭 사러 올테니 보관하고 팔지 말라고 했단다. 그것도 1000위엔으로 말이다. 그러면서 800위엔에 주겠단다. 그래서 나도 지금은 돈이 없으니 나중에 와서 사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한 100~200위엔 사이면 살까도 생각했다.

서편 끝까지 다 봤다. 일행과 되돌아가려는 길이다. 해가 어느덧 서쪽을 향해 기울고 있다. 긴 그림자는 여전한데 분명 우리 일행은 세명이건만 나란히 선 또 한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네명 중 사진을 찍고 있을 나는 누굴까?

이후 유람자전거를 타고 리여우리창과 후통을 한바퀴 돌았고, 이쁜 찻집에서 차 한잔했다. 그리고 이 부근에서 아주 맛난 저녁까지 먹었으니 이날 참 많이 즐거웠다. 이어서 유람과 찻집, 저녁식사에도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