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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번개 시사회에서 <적벽대전>을 보고

중국의 삼국시대는 가장 드라마틱한 중국 역사 중 하나다. 위 촉 오 삼국이 천하 쟁패를 다투던 역사이며 흥미진진한 지략을 펼치는 소설보다 재미있는 역사이다. 그만큼 영화적 요소가 넘친다. ‘삼국지’ 책 한 번 읽지 않은 사람이 없을 터이니 그만큼 영화 시나리오를 만드는데 한계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삼국지’가 영화가 되면 기대도 크고 궁금증으로 몸부림친다.

 

우위선(宇森)은 삼국시대 중에서도 드라마틱한 전투라 불리는 ‘적벽(赤壁)’을 선택했다. 무려 800억 원이라는 제작비를 끌어 모은 그는 ‘불바다 같은 적벽’을 만들어 냈다.

 

7월 3일 한 번개 시사회에서 드디어 <적벽대전>을 봤다. 133분 런닝타임 동안 진정 이보다 더 ‘전쟁다운’ 영화는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적어도 전쟁이 적을 죽이는 것이 유일한 미학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100% 맞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7월3일 블로거 초청 <적벽대전> 특별시사회


‘삼국지’에 오로지 전쟁만 있는 것이라면 대단한 성공일 지 모르겠다. 그래픽으로 튀는 붉은 피는 창과 칼 사이로 절묘하게 꽃처럼 튕겼으며 수많은 병사들은, 오로지 ‘죽어야 사는 엑스트라’들의 목과 가슴, 배, 머리를 타고 흘렀다. 적절하게 배치된다면야 맛깔스런 고추장맛이라 할만한데 너무 자주, 아니 투자비를 다 뽑으려는 듯 온 사방을 휘몰아치니 눈망울이 얼얼하게 질릴 정도다.

조운()이 유비의 아들을 등에 걸치고 탈출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장수들의 병사 죽이기는 지루했다. 엑스트라가 많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중국영화의 자랑이 아니다. <용의 부활>에서 류더화()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아내, 좀더 현실감 있는 탈출을 선보이는데 비해 그 질감은 떨어진다. 이것이 <적벽대전>의 첫 번째 인상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적벽대전>의 한 장면 (중국영화그룹)


흥미진진한 전쟁 장면의 백미는 방패거울과 팔괘진이다. 위 나라 군대의 공세를 방어하는 전투. 돌연 햇살을 반사시키는 장면은 낯익은 듯하면서도 삼국지에 등장하지 않는 아이디어여서 참신했다. 그런데, 비록 고대 기독교 전투에서 빌려오긴 했지만, 극적 효과를 충분히 살릴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제갈량은 이 ‘방패 작전’을 사전에 대사 처리한 것은 무척이나 아쉬웠다.

이 빛나는 전술은 관우, 장비 등 삼국지 영웅들을 등장시키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전투 장면, 정확하게는 무차별 살상을 오랫동안 화면에 담아버려 반감된 느낌이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 관우와 장비는 중국 대륙 외에서는 무명의 배우들이기도 하지만 만화나 게임에서의 캐릭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용모라 낯선 등장이기도 했다.

팔괘진은 영화 1부의 하일라이트라 할만하다. 구궁팔괘(九八卦)와 오행상극의 원리를 기반으로 전쟁 중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오와 촉의 연합군 작전 회의에서 거북이를 보고 제갈량과 주유의 의미 있는 소통, 영화 컷의 절제는 실제로 멋진 진법으로 승화되면서 더욱 그 빛이 증폭되는 듯하다. 팔괘진은 천간(天干), 구궁(九)과 팔괘(八卦)을 원리로 한 기문둔갑(奇遁甲)이며 바로 역학(易)을 기초로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적벽대전>의 한 장면 (중국영화그룹)


사용자 삽입 이미지<적벽대전>의 한 장면 (중국영화그룹)


이 장면은 <적벽대전>을 스펙타클하다 말할 수 있는 장면이다. 비록 그래픽으로 처리됐지만 화면 전체를 가득 메운 진법의 컨셉 연출은 환상적이었다. 그런데, 관우, 장비, 조운, 감녕, 주유 등 장수들이 팔괘진 안에서 무차별 살상을 자행하는 장면들은 그 포맷이 비슷한데도 반복과 중복은 가면 갈수록 신비감이 떨어지게 하기도 한다. 한 반 정도 칼로 팍 잘라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전투 장면을 빼고 과연 영화적인 재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지 한참 고민해야 한다. 이야기의 축은 조조의 100만 대군에 대항해 동맹을 구축하는 촉의 제갈량과 오의 장수 주유를 중심으로 한다. 영화적 재미를 가미하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 주유와 그의 부인 소교, 그리고 소교를 탐하는 조조와의 구도를 만들어내면서 영화가 달려가는 것을 보면서 영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조조는 전쟁의 명분(역사적 고증에 기반)을 만들어내는데 소교라는 적장의 부인(영화적 고민에 기반)을 탐하는 시나리오를 선택한 감독은 결국 주유와 소교의 정사 장면을 촬영하고 오버랩 하는 인위적 냄새를 풍기고야 말았다. <색계>의 이미지를 아직 다 벗지 못한 량차오웨이와 모델 출신 섹시심벌 린즈링을 한데 엮어 낸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아무리 영화라 해도 100만 대군을 동원하는 조조의 속내, 명분으로는 유치해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적벽대전> 중국판과 한국판 포스터


쌍권총은 쌍칼로 변했고 변함없이 등장하는 비둘기는 감독의 전유물이었던가. 이 영화가 누구의 것인지 명확하게 하려는 듯 조운은 쌍칼을 휘두른다. <영웅본색>에 열광하던 관객들에게 향수를 건드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쌍칼은 그다지 참신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칼 네 자루 정도면 모를까. 중국 무협영화와 드라마 아니면 김용의 무협소설 중 몇 가지만 베껴도 충분할 듯, 그런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비둘기는 ‘적벽대전’ 전야를 전달하듯 장강()을 가로질러 날아간다. 컷 없이 강을 다 건너가려는 듯 오래 동안 날아간 비둘기는 ‘적벽’ 건너편에 정박한 위 나라 선박을 지나고, 다시 운동장을 지나 조조 앞으로 간다. 중국의 <사기(史)>와 <전국책(战国)>에는 기원전 전국시대에 서민들이 축구(足球)를 즐겼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이 운동장에는 월드컵처럼 공을 차는데 나름대로 재미있다. 축구를 처음 만들었다는 주장을 하는 나라 중국, 혹시 그런 메시지를 담았을까. 주유의 군대가 진법 훈련으로 단련하는 사이 조조의 군대는 여유를 즐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감독 인터뷰 기사 <적벽대전>은?

<적벽대전>을 본 느낌은 스펙타클 전쟁에 몰입해, 지루해진 영화는 비 전투 장면을 통해 사랑과 명분, 지략과 교훈을 구조화하고 있는데, 그 흐름이 아주 상반되고 무리하게 배치돼 밸런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역사로부터 고증된’ 영화에 자신의 주무기 장치들을 연결하면서 짜임새라는 극적 흥미를 오히려 반감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적벽대전> 감독 우위선


아마 이 실망이 800억 원의 제작비에 어울리게(?) ‘To be continued’ 크레딧 자막도 보고 2부까지 봐야 한다는 부담만은 아닐 것이다. <적벽대전>인지 ‘적벽대전의 전야’인지 착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베이징올림픽 전에 ‘영화를 상영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가운데, 1,2부로 나눌 것이라면 <적벽전야>와 <적벽대전>으로 나누던지 ‘적벽대전’ 없는 <적벽대전>의 마지막 크레딧을 보고 나니 우롱? 섭섭, 허탈했다.


7월 3일 중국 언론사인 인민망(人民
) 기자의 우위선 감독 인터뷰 내용은 이 영화에 대한 평가와 불만을 내포하고 있어서 적절해 보인다.


역사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점이 많은데?

사람들이 소설 <삼국연의>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의혹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적벽대전>과 <삼국연의>는 서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삼국연의>도 역사와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많은 역사학자들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제갈량이 아주 유머러스한데?

‘적벽대전’이 벌어질 당시 제갈량은 책사로 막 사회에 나왔고 나이도 아직 어렸다. 총명하면서 나이가 젊은 사람은 분명 비교적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한다.
전쟁 장면에 피비린내가 나야 하는가?

고대 전쟁은 그랬다. 전쟁은 조금 잔혹했으며 사람들이 평화를 느끼기에는 힘든 상황이라 느꼈다. <적벽대전> 2부에는 반전사상을 상당히 표현했다.


이 세가지 질문에 답하는 감독의 생각이 <적벽대전>의 평가와 연결돼 있는 것은 아닐까. 역사학자들로부터 자문을 받았다는 것과 시나리오가 재미있다는 것과는 서로 다를 것이다. 제갈량에 대한 코멘트 역시 캐릭터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공격에 대해 능란하게 ‘삼십육계’ 하는 것이 아니면 좋겠다.

 

중국에서조차 전쟁의 지루한 배치를 ‘피 비린내(血腥)’로 표현했는데 그는 겨울에 개봉될 2부를 보라고 한다. 그가 언제 반전 영화를 만들었던가. ‘반전사상(反思想)’이라니 당혹스럽기조차 하다. 그의 ‘본색을 드러내는 쌍웅’들의 영화 속에 날아오르는 비둘기 이미지로 누가 그를 반전 느낌을 지닌 감독이라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분명 ‘반전’이라 했으니 2부를 기다려야 할 듯하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천카이거(
陈凯) 감독의 <무극>에서 그저 달리기만 하던 배우 장동건이 생각났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무장된 전쟁터, 엄청난 물량 공세 속에 연기가 무엇인지, 캐릭터는 온데간데 없는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었다. 저우룬파(周润发)가 배역을 맡지 않기로 한 것은 결과적이지만 제2의 장동건이 되지 않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며.


사용자 삽입 이미지'우위선의 <적벽대전>은 마치 훠궈인 듯' 관련 글


중국 영화평론가 쉬스린(
石林)은 ‘우위선의 <적벽>은 마치 훠궈인 듯(宇森的<赤壁>很可能是火)’이란 글이 공감이 되더라. ‘훠궈’는 중국요리로 시뻘겋게 매운 양념 국물에 온갖 고기, 해물, 야채, 버섯 등을 함께 넣어 먹는 샤브샤브 요리인데, 배우들을 다 끌어 모아 ‘피 비린내’ 나는 스펙타클 속에 한꺼번에 집어넣어 버렸다는 의미이다. 배우들을 잘 하나로 섞어 만든 만두에 비유한 우위선 감독에 대한 냉소인 것이다.

<적벽대전>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배우들의 캐릭터에 주목했다. 역사로부터 짜놓은 영화의 이야기구조와 연출은 이미 예측이 가능한 시나리오이니 현란한 전투 속에 배우들은 어떤 멋진 연기를 보여줄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비록 영화전문가는 아니어서 매니아 정도 수준에서 본 느낌이나 거친 평가일 것이다. 하지만, 배우의 맛을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는 관객의 입장이 되어 보려 한다.

주유(周瑜) 량차오웨이(梁朝)는 <중경삼림(重森林)>, <화양연화(花)>를 거쳐 <무간도>, <영웅>, <색계>의 절제된 대사와 깊은 눈빛이 인상적인 배우가 아닌가. 지장과 덕장 이미지를 지닌 주유 량차오웨이는 부인 소교와의 정사 장면에서 이안 감독이 <색계>에서 공들여 만들어낸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이 정사 장면은 조조의 전쟁 명분을 소교에 대한 탐욕으로 흥미를 유발하려는 의도와 연관돼 있음이 분명하다. 량차오웨이는 주연배우로서 이 영화를 대표하기에 너무 ‘다른’ 배우로 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적벽대전>의 한 장면, 주유와 소교, 조운, 제갈량 (중국영화그룹)


지략과 설전의 영웅 제갈량(
葛亮) 진청우(金城武)는 <명장(投名)>의 전사이거나 <루궈아이(如果.)>의 애절한 캐릭터가 더 어울려 보인다. 냉정한 눈빛과 현란한 언변으로 ‘적벽대전’을 주도하는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다. 전투 장면 속에 기가 눌린 것인가, 전쟁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제갈량은 아마도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했다는 감독의 변명이 ‘뉴스’가 될 정도로 ‘새롭게 창조(?)된 제갈량’을 연기하고 말았던 것은 아닐까. 2부에서도 성장하지 않고 ‘사회에 금방 나온 청년’으로 머문다면 분명 미스캐스팅.

조운()의 후쥔(胡)은 영화보다는 무협 드라마에서 고독한 영웅 이미지를 잘 연기한 배우이다. 2005년 판 <천룡팔부(天八部)>와 최신 <와신상담()> 등에서 보여준 캐릭터를 이 영화 속에 잘 살린 듯하다. 두 주연 홍콩배우가 자신의 캐릭터와 무관하게 영화흥행을 위해 캐스팅됐다면 후쥔은 활발한 몸 연기로 전쟁 영웅 조운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해주고 싶다. 다만, 쌍칼의 명수로 낙점된 것이 반드시 좋아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소교(小
)의 린즈링(林志玲)은 섹시한 광고모델이다. 영화에 화려하게 데뷔한 듯 최근 중국에서 인기가 솟고 있기도 하다. 주유의 배필로 어울리는 미인으로 회자되긴 하지만 역사에서는 비교적 엑스트라였는데 일약 주연급으로 부각됐다. 전쟁터에서 러브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등장한 소교 린즈링은 기존 화장품 등에서 보여준 섹시 이미지를 벗고 배우로서 주목 받는 캐릭터로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주유와 조조의 ‘적벽’ 전투에서 감독이 역사학자들로부터 많은 자문을 얻었다고 고백하듯 영화적 재미를 위해 투입된 것만으로도 그녀는 행운일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적벽대전>의 한 장면, 조조, 손상향, 조운 (중국영화그룹)


조조(曹操) 장펑이(
丰毅)는 영화 <패왕별희(霸王)>에서 장궈룽(张国荣)에 빛이 다소 바랬지만 진지한 연기력을 선보였고 드라마 <대택문(大宅)>에서도 깊은 연륜이 묻어나는 배우였다. <적벽대전>에서 조조는 초반부에 간웅다운 면모를 선보이며 영화를 리드해 가지만, 갈수록 그 이미지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대사나 연기는, 캐릭터로서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소교와의 인연을 토로하거나, 무희를 소교로 착각하는 듯한 애매한 태도, 부하들로부터 이 거대한 전쟁이 단지 여자 하나 때문인가 하는 친절한 대사에 이르러서는 도대체 조조는 어디로 가고 장사꾼 같은 이미지로 추락한다.


역사에는 있지만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손상향(
孙尚) 역의 자오웨이()는 <안개비연가(情深深雨濛濛)>와 <환주거거(珠格格)>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다를 것이 없다. 역사에서 유비의 부인이 되는 손상향을 영화적 재미를 위해 끌어온 것인 만큼 여장부답다는 평가보다 눈 크고 예쁜 배우라는 느낌만 남았다. 좀더 연구를 해서 다른 이미지로의 변신이 꼭 필요한 배우였는데 하는 염려가 든다. 영화 캐릭터를 위해서가 아니라 배우 캐스팅으로 캐릭터를 만든 것이 아닐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데 2부에서는 로맨틱한 스토리를 만들어간다고 하니 기대해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적벽대전>의 한 장면, 손권, 려희와 조조 (중국영화그룹)


손권(
孙权)을 연기한 장전(
)은 이안(李安) 감독의 <와호장룡(虎藏)>에서부터 강렬한 이미지를 지닌 배우로 <적벽대전>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캐스팅이라 생각이 든다. 정책결정자의 고뇌와 단호한 의지를 표현한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이 배우가 왜 <적벽대전>의 손권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까 걱정이 들었는데 2부가 남았다고 하니 더 지켜보자.


삼국지 촉 나라 건국 3인 방 도원결의의 유비(
刘备), 관우(), 장비(张飞)는 <적벽대전>의 조연들이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 <월왕구천>에서 ‘오왕부차’를 연기한 여우융(尤勇), 몽골족으로 드라마 <징키스칸>을 연기한 바선(巴森), <수호지>에서 ‘노지심’을 연기한 장진셩(臧金生)을 캐스팅했다. 정말 분장은 그럴 듯했다.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이 3인의 영웅을 배제할 수 없었지만 분장으로 전투에 동원할 요량이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연급이지만 연기력이 있는 배우들이니만큼 전쟁 좀 조금 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더 창조하면 즐거웠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적벽대전>의 한 장면, 유비,관우,장비 (중국영화그룹)


영화에는 가공의 인물이 2명 등장한다. 퉁다웨이(佟大
)가 맡은 손서재(孙书财)는 조조의 수하로 손권의 누이동생인 여장부 손상향과 ‘로미엣과 줄리엣’과 같은 사랑을 나누는 역할로 등장한다. 그런데, 2부에서.

손상향은 1부에서 유비와의 정략결혼에 대해 할아버지와 무슨 혼인이냐며 펄쩍 뛰지만 역사에서는 분명 유비의 부인이 된다. 새로운 인물을 만들고 ‘적과의 사랑’이라는 영화적인 구도를 만들어 낸 것. 퉁다웨이는 드라마 <홍분세가(
粉世家)>에서 지적이고 착한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천방지축 여장부와의 로맨스를 위해 만들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적벽대전>의 한 장면, 손서재와 손상향 (중국영화그룹)


또 한 명은 조조가 소교로 착각할 정도로 닮은 무희로 등장하는 려희(
) 역의 숭자(宋佳)이다. 1부 마지막에 조조의 총명함을 흐리게 할 장치라는 암시가 시작되고 있었다. 최근에 중국에서 영화 속 섹시한 모습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이상하게 영화 <적벽대전>에는 섹시 스타들이 좋은 연기로 호평? 인기를 끌고 있다. 그만큼 다른 배우들,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들의 캐릭터는 밋밋해 보인다. 그것은 너무 ‘스펙타클’했기 때문이다. 중국 영화 사상 최대 투자액 ‘800억’이 ‘전쟁’은 만들었으나 ‘연기’를 놓치게 한 모순이 아닐는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적벽대전> 주인공 포스터 (중국영화그룹)

사용자 삽입 이미지<적벽대전> 주인공 포스터 (중국영화그룹)


<적벽대전>을 보게 될 관객들은 재미있다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주 재미있다고 할 지 역시 모르겠다. 화려했던 홍보마케팅,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는 영화제작의 처음부터 후반작업 전 기간에 걸친 치열함만 그 결과로 남는다.


중국의 한 포털에서 <적벽대전>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있는데, 1위는 ‘삼국지 영웅에 대한 동경’으로 34%이다. 2위는 ‘위력적인 스타 진용’이 32%, 3위는 ‘방대한 스케일의 전쟁 장면’이 16%, 4위는 ‘우위선 감독의 연출’ 14%, 5위는 ‘최고의 투자영화’ 4% 순이다. 역시 ‘삼국지’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는 ‘스타들이 삼국지 영웅 캐릭터를 잘 그려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2/3나 된다. 과연, 이들의 바람을 <적벽대전> 1부는 채워줄 수 있을까.


2008/07/02 - [-미디어차이나] - 중국최초의 영화도 '삼국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