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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품취재25] 탕산

5월 19일. 티엔진(天津)에서 아침 10시에 탄 버스는 2시간 만에 탕산(唐山)에 도착했다. 보통 작은 도시의 경우 버스터미널(汽车站)과 기차역(火车站)이 붙어 있다.

기차역 부근 티에루삔관(铁路宾馆) 하루 숙박료는 140위엔이다.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여러 삔관들 중에서도 티에루삔관은 전국 기차역 주변에 거의 있다시피 하다. 탕산 역 광장 바로 옆이라 편하기도 하고 안전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이다.

호텔에서 샤워부터 하고 나와 기차 역 광장에 있는 똥베이찬팅(东北餐厅)에 들어갔다. 동북지방에서 주로 먹는다는 물만두 쉐이쟈오(水饺)와 지단떠우푸(鸡蛋豆腐) 그리고 피져우(啤酒) 한 병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그리고 지도를 사서 탕산에 있는 지진의 흔적을 찾아봤다. 지진유적지 표시가 몇 군데 있다. 그 중 한 군데를 목표로 찾아보기로 하고 버스를 탔다. 20분 정도 버스로 찾아가니 그 흔적은 없고 지도의 위치는 깡창(钢厂)만이 서 있다. 아마도 이 공장 안 어딘가에 유적지가 있을 듯하다. 들어갈 수 없으니 지진기념관이 있는 광장까지 걸어가보자.

▲ 지둥인민항일기념공원에 있는 탑
ⓒ 최종명

조금 걸어가니 지둥런민(冀东人民) 봉기 탑이 보인다. 1937년 이래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파견한 리윈창(李运昌)이 중심이 된 지둥 인민 항일유격대는 항일무장투쟁의 중요한 근거지였다. 또한, 1941년에는 일본군의 소탕 작전으로 수 천명의 인명이 살상되기도 했다. 1943년에 이르러 지둥 인민이 363만 명에 이르게 되고 1944년 9월 이후 이곳 근거지를 기반으로 발해만과 랴오닝(辽宁) 서부 지역으로 진군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다시 길을 따라 걸으니 자그마한 공원에 낚시터가 있다. 사람들이 뜰채 같은 것으로 고기를 잡고 있다. 낚시터라기 보다는 작은 연못처럼 보이는데 고기가 몇 마리나 있을지 모르겠으나,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잡아가고 있다. 아무데서나 껴안고 사랑을 나누는데 전혀 남을 의식하지 않는 중국 젊은이들도 연못 앞에서 고기 잡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 지진기념탑 공원의 풍경
ⓒ 최종명

탕산 시내 중심에 지진기념탑이 있는 광장이 있다. 광장에 들어서니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작은 북을 치면서 군무를 연출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하려는지 일사분란하게 열정을 가지고 북 치고 열을 짓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 당산지진기념탑
ⓒ 최종명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연들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중국의 어느 도시나 연을 날리는 사람들이 참 많다. 광장이 넓으니 마음껏 하늘 높이 연을 날릴 수도 있으니 부럽다. 중국 도시마다 시내 한가운데 시민들의 휴식처인 공원이나 이런 광장이 무수히 많으니 어쩌면 한가한 오후를 즐기기에 좋은 중국인 셈이다.

한 꼬마가 지진기념탑을 오르려는지 안간힘을 다 해 용을 쓴다. 해맑게 생긴 꼬마가 엄마 따라 지진기념탑 광장에 나와서 재미난 놀이 감을 찾은 것이다. 기념탑 주변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논다.

▲ 당산지진기념관 입구
ⓒ 최종명

광장 옆에 지진기념관이 있어 들어갔다. 중국 단체 여행객들이 떼 지어 들어가고 있다. 지진기념관 입장료는 20위엔. 당시 지진 상황에 관한 전시도 있지만 시의 발전계획을 홍보하는 전시관의 성격도 강하다. 20위엔을 내고 보기에는 아깝기도 하다.

▲ 1층 로비에 있는 지진발생 모형
ⓒ 최종명

탕산 지진은 1976년 7월 28일 새벽 3시 42분 53초에 발생했다. 7.8도에 이르는 강진은 공업도시이던 탕산을 일순간에 평지로 만들어 버렸다. 지진이 발생한 사진은 물론 피해 복구에 나선 사람들의 모습, 전국 각지에서의 성원들을 모두 담아 전시하고 있기도 하다.

▲ 지진기념관 내부
ⓒ 최종명

지진 발생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도 있고 대피 요령 등 지구과학 공부를 하는 느낌이다. 지진 후 탕산 지역의 주택과 공장, 항구 등은 강진에 강한 공법으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 피해현장을 방문하고 위문하는 화국봉
ⓒ 최종명

▲ 환발해경제권
ⓒ 최종명

지진 후 탕산의 지역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환발해경제권(环渤海经济圈)의 중심도시로 성장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을 비롯 한국과도 경제 협력이 빈번하며 특히 서울 강동구청과 자매결연도시로 인연을 맺고 있다고 소개돼 있다.

지진기념관이 생각보다 볼 만한 내용이 없어 시간이 여유롭다. 탕산 시내에 있는 번화가인 씬지에(新街)를 찾았다. ‘새로운 거리’라 이름이 붙여졌으니 최근에 조성된 거리인가. 탕산의 다른 곳보다 깔끔한 편이다. 골동품도 팔고 길거리 음식도 많으며 옷 가게도 즐비하다. 한국철판구이(韩国铁板烧烤)를 파는 포장마차가 하나 있는데 영락 없는 중국식 같은데 ‘한국’이란 이름을 도용하고 있었다.

▲ 한국요리 길거리 포장마차
ⓒ 최종명

자그마한 분수도 시원하고 곳곳에 서 있는 토속적 정서의 동상들도 재미있다. 탕산 지진기념관보다 더 흥미롭고 신난다. 아마도 서민들의 생활을 접하는 것이 역시 살아있는 여행을 체험하는 것인가 보다.

▲ 공예품상가
ⓒ 최종명

원목을 변형해 만든 공예품들을 파는 곳이 눈길을 끌었다. 촨이쉬엔(传艺轩)이라는 곳에는 강아지와 같은 동물에서부터 부처나 옛날 위인들 공예품들이 있는데 가격이 1000위엔부터 몇 만 위엔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탕산에서 지진 유적지 흔적이라도 볼 생각이었지만 기념탑 광장까지 걸었고 씬지에에서 여유롭게 거닐다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 등산도 해야 하고 탕산에서 밤 늦게 돌아다닐 일도 없으니 일찍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