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중국영화캐기-03] 루쉬에창 감독의 "1994년 11월 30일, 베이징 시 제10회 인민대표대회상무위원회 제14차 회의가 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1995년 5월 1일부터 시행한다."영화는 이렇게 자막으로 시작한다. 초저녁 애완견을 운동시키러 나온 주민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공안(公安)들 때문에 개와 함께 도주하기 바쁘다. 카라(卡拉) 역시 사슬에 묶이고 차에 실려 끌려가게 된다. 이 '엄격한 규정'을 벗어나려면 허가증이 있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아니 가난한 집안의 사랑 받던 강아지 카라의 운명은 그렇게 시작된다. 베이징 도심 시청취(西城区) 신지에커우(新街口)에 거주하는 공장노동자 라오얼(老二)은 밤샘 근무를 하고 퇴근한다.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고 소심한 성격의 그에게 유일한 말벗이고..
[진흙속중국영화캐기-02] 제작금지 감독 러우예의 ▲ 영화 포스터. 중국 상영 DVD 버전 ⓒ 에센셜 필름프로덕션 쑤저우(苏州)를 떠올리면 고즈넉한 강남의 정원과 바다처럼 푸른 타이후(太湖)를 떠올린다. 항저우(杭州)와 더불어 중국 미인의 산실이라는 '깨끗한'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 영화 는 낭만적인 쑤저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쑤저우 남단에서 시작돼 상하이(上海)로 흘러 드는 쑤저우허. 칙칙하고 느리게 흘러가는 하천 주변에는 고단한 현실을 지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현장이다. 기존 중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적나라한 카메라 앵글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쑤저우허를 따라 상하이를 거쳐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배를 따라 영화는 시작된다. 쑤저우허의 회색빛 강물이 화면에 드러나기 전에, 더 정확하게 말해 ..
가난할지언정 또다시 고단한 여행을 떠나리 지구를 배낭 여행하는 화교 아가씨 아이린의 한국 사랑 황아이린(黄爱琳). 그녀가 ‘지구를 여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2007년 7월경에 들었다. 중국은 물론 동남아, 유럽, 한국과 일본 등 온 지구를 자기 품인 양 여행을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화교 아가씨가 있다는 이야기. 참 신선했다. 1달 후에는 그녀가 ‘우루무치에 떴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쉽게도 나는 중국 남방을 여행 중이었기에 도저히 갈 수 없었다. 여행 중에, 진정으로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야말로 대단한 기쁨이다. 배낭 맸다고 다 배낭여행자가 아닌 것처럼 배낭 여행에도 격조가 있으니까. ▲ 시안에서 처음 만난 아이린 책과 두번째 발간된 책(아래) 당시 20대 후반의 아가씨가 어떻게 혼..
시각각 시계바늘이 똑딱거리며 ‘티베트항쟁’ 50주년 기념일인 3월 10일로 가고 있다. 이러한 긴장은 현장에 없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덧 국내언론사들은 현장 분위기는 아니지만 일촉즉발 같은 티베트를 대부분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화제는 원자바오 총리의 ‘바오바(保八, 경제성장률 8% 유지)’ 등 경제문제이긴 하지만 중국 양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자회의를 함께 한다는 뜻)가 때맞춰 있기라도 한 것처럼 티베트와 양회가 함께 거론되는 전문가 기고나 특파원 시론까지 합하면 긴장감을 꽤 읽은 셈이다. 얼마 전 대학로에서 티베트 라싸(拉萨)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우리의 걱정도 다르지 않았다. 라싸에 상주하고 있는 선배는 공안국으로부터 당분간 입경하지 말라는 ..
[진흙속중국영화캐기-01] 중국 6세대감독 장양의 데뷔작 영화는 '소리(声音)', '사진(照片)', '완구(玩具)', '십삼향(十三香)', '마작(麻将)'의 5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이다. 사랑과 결혼,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에 관한 인생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로 다른 에피소드이지만 감독은 하나의 동선으로 묶고 싶었던 것일까. 마치 마라탕 속에 들어가면 다 하나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훠궈(火锅, 쓰촨요리로 솥에 갖가지 야채와 고기 등을 넣고 맵게 먹는 것으로 마라탕과는 사촌)를 먹는 연인이 서서히 줌아웃으로 등장한다. 여자의 부모가 남자를 만나자고 한다는 말로 영화는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랑, 부모의 허락을 받고,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다. 이들은..
연재를 하려고 합니다. 에 연재 요청을 했는데 회신이 없어 그냥 시작합니다. 중국영화를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실 장이머우, 첸카이거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들의 영화 뿐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영화는 이미 헐리웃 스타일의 블럭버스터를 지향하면 지나치게 오락성만 강조하니 따로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중국대중문화 매니아로서 관심의 초점은 바로 중국6세대 영화입니다. 중국 6세대 영화는 장이머우, 첸카이거, 이안, 펑샤오강 등 유명감독들과 달리 20대 젊은 시절, 천안문사태를 경험하고 사회에 등장한 감독들이 만들어낸 영화를 말합니다. 장이머우로 대표되는 5세대를 뒤이어 세대를 가를 정도로 확연하게 다른 영화들입니다. 이 6세대라는 표현은 '제5세대 이후의 중국 대륙의 영화창작 집단'이라는 개념을..
"루쉰, 모옌을 뛰어 넘는 이 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 최고의 젊은 작가"인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인세 수입만으로 1년에 3~4백억원을 번다는 한한(韩寒)은 1982년 생이다. 그래서 중국 '바링허우(80后)' 세대의 아이콘이자 신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대접 받고 있다. 그저 대접 받는 정도 수준은 아니고 전업작가로서, 음악앨범을 내고 영화 제작에 참여하며 프로 수준의 카레이서이기도 하다. 그의 블로그를 다녀간 클릭수만도 2억이 훨씬 넘는다.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자 중국 대중문화의 흐름을 상징이기도 한다. 사실 한한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그의 책 삼중문(三重门)에 대해 말하려 한다. 중국대중문화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2000년,..
최근 국사교과서의 편향문제가 화제가 됐다. '좌와 우'라는 갈래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면 뭐 대수롭지 않을 지도 모른다. 우리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또다시 말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역사는 우리 민족이 걸어온 수많은 경험과 창의력의 산물이니 당연히 미래와도 긴밀할 것이다. 중학교 다닐 때 배웠던 국사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선사시대와 단군조선을 선두에 세운 국가의 성립으로 시작되는 것이야 대동소이한 듯하다. 인류가 기원하고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로 이어지는 문명의 발전과정을 이해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그런데, 국가의 성립에 이르러 한가지 아쉬운 점, 그렇지만 중국의 역사와 비교해 살펴볼 때 더욱 불안하고도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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