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싸는 참 오래 기다리고 기다리던 곳입니다. 일정에 맞추느라 부득이하게 청두에서 입경허가서(소위 퍼밋)를 받고 7월17일 비행기를 타고 라싸로 들어갔습니다. 티벳독립을 요구하며 중국의 서남공정을 비판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연계한 시위 후 퍼밋 받기도 까다로워지고, 비행기 값도 할인이 잘 안되고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씨장, 티벳은 아름답습니다. 양쪽 산맥을 끼고 가운데 흐르는 강물 위를 날아가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1시간 20여분 버스를 타고 라싸 시내에 도착. 설레는 마음으로 라싸 시내의 거리를 걸었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중국의 어느 도시와 비교해 특별히 낯선 점은 없지만 장족 티베탄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많이 보입니다. 라는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
청두(成都)에서 동북쪽으로 시외버스로 1시간 30분 가량 가면 광한(广汉) 시가 나오고 그곳에서 시내버스로 약 15분 가량 거리에 난싱진(南兴镇)이란 곳이 나온다. 이곳에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유물이 발굴된 유적지로 그곳에는 싼싱두이(三星堆) 박물관이 있다. 예전 1930년대 이래 몇 가지 독특한 유물들이 간혹 발견되긴 했으나, 1980년부터 본격적인 발굴을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유물들이 튀어나왔다. 거의 5천년 이전 시대, 중국 역사로 보면 하나라 다음인 상(商)나라 시대까지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청두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함께 이곳을 방문했는데, 우울하게도 이슬비가 내려 온몸이 좀 젖긴 했지만 위상에 걸맞게 최신 첨단 박물관을 방불케 하고 실내에 들어서니 젖은 몸이 금새 마를 것처럼 경외심이 엄습..
판다는 주로 대나무 과의 식물들을 먹고 자란다. 판다가 가장 즐겨먹는 것은 죽순(竹笋)이다. 청두(成都) 시 북쪽 자그마한 산에 위치한 이 야생 공원에는 싱싱한 대나무가 자연 그대로 자라고 있고 새소리가 지저귀고 공기가 맑아서 판다를 기르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어찌나 귀한 몸이신지’ 한 자리에 누워 꼼짝달싹 않고 죽순을 먹는다. 누운 자리에 손이 닿는 것만 먹는다. 그렇게 포식한 후에는 나무 위에 온몸을 던져 엎드려서는 잔다. 만사가 귀찮다는 듯. 멀리서 보면 귀여운 판다지만 아주 가까이에서 눈과 코, 입을 보면 어찌 보면 매서운 모습도 띠고 있다. 그런데, 워낙 게을러 여서인지 그렇게 무서울 것 같지는 않다. 저렇게 느릿느릿하고 동물세계 만사 잊은 듯한 모습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무려 30..
중국 쓰촨(四川) 청두(成都)에는 ‘세계 최대’라고 하는 판다 곰 생태공원이 있다.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로 국보(国宝)로 취급하고 있으며 그 행동이 아주 귀여워 사람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다. 7월16일 한창 더운 계절이었지만 마침 이슬비가 내려 날씨가 서늘했다. 그래서 날씨가 더우면 꼼짝하지 않는 판다 곰들이 아주 총출동했다. 운이 좋았던 셈이다. 판다를 중국에서는 슝마오(熊猫)라 부르는데, 다른 종류와 구분을 위해 다슝마오(大熊猫), ‘자이언트 판다’ 라고 부른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약간 작고 몸 빛깔이 붉은 샤오슝마오(小熊猫)인 ‘레드 판다’, 그리고 다슝마오 무리가 있다. 이 공원에는 따쓩마오를 유아기(幼年), 준 성인기(亚成年), 성인기(成年)에 따라 각각 분류돼 있기도 하다. ‘레드 판다’도 ..
변할 변(变)자에 뺨 검(脸).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도 이 삐엔리엔(变脸)을 보거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듯하다. 나 역시, TV나 영화, 드라마 중에 본 것 말고도 베이징 등지에서 몇 번 봤다. 단골인 베이징의 라오써(老舍) 차관의 주요 메뉴이니 꽤 본 셈이다. 그리고 유명 고급식당인 따짜이먼(大宅门)에서도 본 적이 있다. 아들 우혁이도 두 곳에서 두 번 봤을 텐데, 넋을 잃고 무아지경으로 보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스촨에서 직접 보니 그 격이 다르다. 우선 등장하는 배우들이 아주 많다. 그리고 무대의상에서부터 음악, 동작의 세련된 맛과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는, 그야말로 원조의 맛이 난다. 순식간에 얼굴, 즉 표정이 바뀐다. 아마도 삐엔미엔(变面)이라 하지 않고 삐엔리엔(变脸)이라고 하듯이..
쓰촨(四川)의 어릿광대 무대극, 즉 샤오처우쥐(小丑剧)인 군덩(滚灯)이다. 머리에 흔들리는(滚) 촛불 등(灯)을 얹어서 부리는 묘기를 무대극으로 승화한 것으로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해 온 이 군덩은 스촨의 독보적인 절기이기도 하다. 연기가 시작된다. 어릿광대(小丑)로 분장한 세상물정 모르는 남편인 피진(皮筋, 또는 皮金)이 도박에 연연하는 것을 알게 된 부인(妻子)이 화를 내며 버릇을 고치려 한다. 머리 위에 등이 있는 사발을 올리고 나무걸상을 오르내리라고 벌을 주고, 불어서 등불을 끄라고도 하는 것이 이야기의 설정이다. 이 벌이 바로 군덩이라는 묘기로 둔갑한 것이다. 배꼽 빠질 정도로 웃기는 코믹한 연기이면서 신나는 묘기이다.
고음을 내뿜는 악기인 나즈(呐子) 독주이다. 나즈는 날라리라고도 부르고 쒀나(唢呐)라고도 하는 태평소와 같은 악기의 통칭이다. 높은 소리를 내다보니 새소리를 자연스럽게 흉내 낼 수 있겠다. 그래서 연주하는 곡 이름도 바이냐오차오펑(百鸟朝凤)이다. 시작하자마자 마치 새가 날아드는 듯 슬프게도 울고 화들짝 거리며 날아오르며 울기도 한다. 혼신의 힘으로 태평소의 고음을 아주 절묘하게 불러내고 있다. 정말 신기한 것은 후반부이다. 여전히 태평소가 관객들의 귓가를 사로잡는다 싶더니 갑자기 태평소 대신에 왼손에 감춰진 작은 나즈의 소리이다. 그런데, 때로는 사람 목소리가 그냥 터져 나오는 듯 착각이 든다. 이러한 연주방식, 즉 한 사람이 여러 가지 나즈 악기를 불며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것을 카시(卡戏)라 부르는데,..
손으로 하는 그림자 놀이 셔우잉시(手影戏)다. 이것 역시 중국에서 아주 그 역사가 오래 되었다고 한다. 우리 어릴 때 할머니가 밤 불빛에 문풍지를 무대 삼아 해주던 아련한 기억이 있는데 그 동심을 일깨우기 충분한 공연이다. 그림자 놀이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 손으로 하는 셔우잉씨도 있지만 종이인형으로 하는 즈잉시(纸影戏)도 있고, 가죽인형으로 하는 피잉시(皮影戏)도 있다. 그러나, 종이나 가죽으로 만든 인형으로 무대 뒤에서 조종하는 그림자놀이와 손으로 하는 그림자놀이는 근본적으로 좀 다를 것이다. 손의 마술과 손동작의 마술의 차이라 할 수 있겠다. 다 같은 손이라 하더라도 주연배우인지 조연배우인지 그 차이는 분명할 것이다. 셔우잉씨를 연기하는 배우는 참 젊고 단정한 인상이다. 그러나 그 모습은 나중에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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