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최고봉 둥링산(東靈山) 지난 7월 7일 아침 8시. 베이징(北京) 최고봉을 향해 버스가 출발했다. 1년에 한번 갈까 말까 하는 산악회 코스. 참 오래 기다렸다. 멀기도 하지만 교통도 불편해 혼자 가기 꽤나 힘든 산이다. 베이징에 오래 살았어도 쉽게 가기 힘들다. 30여 분만에 번잡한 시내를 벗어나 베이징 서쪽 먼터우거우구(門頭溝區)로 접어든다. 곧바로 109 국도(國道, G109), 2차선 도로를 조심스레 달린다. 109번 국도는 베이징을 출발해 허베이(河北), 산시(山西), 네이멍구(内蒙古), 간쑤(甘肅), 칭하이(青海)를 지나 시짱(西藏) 티베트 수도 라싸(拉薩)에 이르는 장장 3천7백 킬로미터가 넘는 도로다. 자이탕진(齋堂鎮)과 칭수이진(清水鎮)을 지났다. 국도를 1시간 30분 달린 후 솽탕..
[중국발품취재 2012 - 3] 500년 전 명나라 역참 흔적 그대로 남은 지밍이 허베이 위현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동북쪽으로 1시간 30분가면 줘루(涿鹿)가 나온다. 치우(蚩尤)의 '탁록대전' 신화로 유명하지만 역사적 근거는 없다. 황제의 성이니 샘이니 포장해 명승지가 있지만 허망한 발길이 되기 십상이다. 오히려 베이징을 떠나 서쪽으로 가는 첫 역참 마을이 있어 발걸음이 가볍다. 현에서 다시 30분 가량 가면 지밍산(雞鳴山)이 나타나는데 역참은 이 산자락 아래 있다.울퉁불퉁하게 바위들이 솟았고 나무 한 그루 없이 민둥산이 길 앞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닭 울음' 우는 산의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뭔가 사연이 있을 듯하다. 북위 시대 지리서 에 따르면 기원전 춘추시대 조(赵)나라를 세운 조양자(趙襄子)..
[2012 중국발품취 2] 농촌 먹거리와 종이오리기 공예로 유명한 허베이 위현 허베이 위현(蔚縣)처럼 한 글자 이름의 현은 진나라 군현제의 흔적이다. '2천 년'이라는 세월을 담고 있어 유네스코가 중국 각 지역을 조사해 발표한 '천년고현(千年古縣)' 100곳에 상당수 포함된다. 수많은 단자(單字) 현이 쌍자(雙字)가 돼 사라졌지만, 전국적으로 110개가량이 살아남았다. 독자(獨字) 현이라고도 불리는 현에 가면 그만큼 사람 냄새나는 풍물이 풍부하다. 위현 놘취안구전(暖泉古鎮) 토담 성은 워낙 오래된 고성이니 낡아 쓰러져가는 집도 있다. '이 방 위험하니 주의(比房危險注意)'하라는 팻말도 오래된 '인상'이다. 지붕 서까래가 무너지는 걸 막으려고 삐뚤삐뚤한 통나무 몇 가닥 받쳐둔 것도 안쓰럽다. 대표적인 먹거..
[2012 중국발품취재 ①] 토담으로 지은 옹성, 사원이 있는 허베이 위현 베이징 지하철역 젠더먼(健德門) 북쪽 500미터 지점 베이자오(北郊)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아침 9시가 조금 지났다. 10시에 위현(蔚縣) 행 버스를 무작정 탔다. 2월 18일, 주말에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행선지를 불문하고 떠나던 게 정말 얼마만 인지. 중국에서도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즐겁다. 일행이 3명이나 더 있었다. 약속시간에 맞춰 '이제 일어났어요' 라는 문자를 받았다. 나는 한순간도 주저 없이 혼자 떠났다. 여행지에서 1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주려면 무수히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 말아야 한다. 덕분에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직선거리로는 베이징 서쪽 160킬로미터, 버스로 4시간이 걸린다. 개혁개방 30년 전부터..
[구이저우 소수민족 취재기 ⑤] 싼두에서 인자이까지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도로 사정, 교통편이 불확실해 미리 예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역으로 가서 기차표를 알아볼 생각이다. 복잡한 거리에서 삼륜차 하나를 잡는다. 어두워서 미처 몰랐는데 운전사가 아이를 안고 있다. 아빠 손 따라 핸들을 잡고 있는 아이가 불안해 보이기도. 뒷자리에 옹기종기 붙어 앉아, 아이 보느라 찻길 보느라 정신이 없다. ▲ 구이딩에서 탄 삼륜차. 아이를 운전석에 태우고 운전한다. ⓒ 중국 소수민족 취재팀 10여 분만에 무사히 도착했다. 역 광장에는 저녁을 먹고 나온주민들이 한바탕 춤을 추고 있다. 중국 대부분 도시는 매일 밤, 무대가 열린다. 이 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대원들이 춤사위에 흥 돋우는 사이, 매표소..
[구이저우 소수민족 취재기 ④] 오지 마을 전레이 여행기 ▲ 구이저우 오지 소수민족 마을에서의 하루 ⓒ 소수민족 취재팀 전레이춘 소수민족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둠 속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맨바닥 장작불에 솥이 걸려 있다. 따로 부뚜막이 없는 부엌 대신 훠탕(火塘)이라 부르는 공간이다. 불쏘시개를 부리며 국을 끓이고 있는 여자아이가 벌떡 일어선다. 대청마루에 짐을 풀고 '너 정말 귀엽다' 하며 친한 척 해본다. 수줍어하는 아이, 샤오옌즈(小燕子)다. 10살이니 아직 '어린 제비'라는 뜻. 애칭이다. 제비가 엄마 심부름을 하느라 집안 구석구석을 바쁘게 돌아다닌다. 구이저우 소수민족은 대체로 나무로 만든 3층 구조의 집 댜오쟈오러우(吊腳樓)에서 생활한다. 2층에 침실과 거실이 있고 3층은 농기구와 ..
[구이저우 소수민족 취재기 (3)] 시장에서 전레이까지 ▲ 시장 먀오족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 ⓒ 중국 소수민족 취재팀 먀오족 마을 첸후먀오자이(千戶苗寨)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 아침 길은 상쾌하다. 남북으로 흐르는 강을 동서로 이은 누각 다리, 랑챠오(廊橋)도 멋지다. 누각 나무기둥까지 나란히 강물 위에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진다. 이제는 밟지 않아도 되는 돌다리는 졸졸 흐르는 물줄기를 건드리고 있을 뿐이다. 오리 몇 마리 헤엄치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모이를 찾는다. 한가로운 정경이 참 평화롭다. 새장을 들고 할아버지가 천천히 강으로 내려온다. 흐르는 강물에 새장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새들도 아침 세수를 하는 것인지, 새장 청소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중국 할아버지들은 이 냐오룽(鸟笼)에 새를 길러 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한마음걷기대회에 참여한 초등학생 지난 19일 토요일 베이징 거주 한국인이 무려 500여명이나 모였다.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모인 가장 큰 옥외행사가 아닐까 싶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이징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주최한 베이징 주민 대상 ‘한마음걷기대회’ 행사에 7개 등산 및 여행동호회 회원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아침 8시, 각 동호회는 한인타운 왕징(望京)을 출발, 9시 30분경 대회 장소에 집합. 바람이 좀 세게 불고 쌀쌀한 날씨지만 주최 측의 예상을 넘는 많은 인파가 모였다. 중국친구에게 ‘토요일에 한국인 수백 명이 모이는 등산대회 간다’고 했더니 ‘그거 안될 텐데요’라고 할 정도로 중국에서는 옥외집회 허가가 쉽지 않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협의회가 공식 허가 받은 단체이니 그나..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