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간쑤(甘肃) 성 둔황(敦煌)에서 신장(新疆) 우루무치(乌鲁木齐)까지 가는 버스. 저녁 6시에 출발해 15시간을 달리는 침대버스이다. 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탄 침대버스이었는데 나름대로 참 편하게 갔다. 그리고 잘 잤다. 성 경계 부근에서 잠시 버스가 정차했다. 모두들 내려 노상 방뇨를 한다. 나는 밤 버스에 익숙하지 않아서 침대에 있던 신발을 미처 가져오지 않아 그냥 맨발로 볼일 볼 장소를 찾았다. 그런데, 아스팔트 도로도 울퉁불퉁했지만 길 옆 맨바닥이 까칠한 돌들이 있어서 발바닥 다 까졌다. 그런데, 여자들은 어떻게 해결하지. 서서히 노을이 지려는 듯 하늘 빛깔이 붉은 빛을 띠기 시작한다. 계속 서쪽 하늘을 향해 달리니 노을이 달려오는 게 성난 황소 같다. 그렇게 느꼈다. 창문을 여니 너무 바..
둔황(敦煌) 시내는 아주 작고 좁다. 장거리 시외버스 터미널인 창투치처잔(长途汽车站)이 있는 밍산루(鸣山路) 거리에는 외국 여행객들을 위한 호텔이나 식당이 아주 많다. 그 중에서 두 군데 식당이 참 인상에 남아 소개한다. 한글로 ‘한국여행자들의 여행기록이 있습니다’라고 문 입구에 써 있어서 들어갔다. 테이블이 네 개 밖인 아주 작은 식당이다. 정말 2002년 7월부터 한국여행자들이 남긴 방명록이 있는데, 그걸 읽어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나라 요리를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아주 머리가 이미 배부르다. 정작 주인은 한국말을 못하고 대신 일본어를 좀 하는 듯하다. 이곳에서 만난 학생과 다시 우루무치에서 만났다. 그렇게 이곳은 한국 여행객들을 위한 연락처로 자리잡고 있다. 또 한군데는 John’s In..
밍사산(鸣沙山) 역시 관광지라 낙타와 모터자동차(ATV)를 탈 수 있다. 낙타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꽤 낭만적이다. 고등학교 때인가 본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인가 막 그런 장면이 연상되고 그랬다. 사막을 가로질러 가는 실크로드 상인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물론, 돈 내고 즐기는 여행이긴 하지만, 날씨가 더워서인지 그런 상상도 아주 금방이다. 이전에 네이멍구(内蒙古) 초원에서 탔던 모터자동차가 있어서 가격을 흥정(50위엔)하고 탔다. 울퉁불퉁한 사막을 넘고 넘는다. 운전사가 운전대를 나에게 건넨다. 부릉거리며 달렸다. 정말 신난다. 그리고 이게 참 말을 잘 듣다가도 안 듣는다. 사막을 넘어가는데 사막이 어디 똑바른 길이던가. 좌우로 확 기울다가 쓰러질 듯 불안하다. 다시 내려오는 길에 운전사 뒤..
밍사산(鸣沙山)은 사막 산이다. 둔황(敦煌)에서 남쪽으로 불과 5킬로미터 떨어졌으니 아주 가깝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도 20분이면 도착한다. 둔황 자체가 사막 가운데 조성된 도시임을 알 수 있다. 밍사산은 사람들이 사막모래를 밟으며 지나가면 모래가 흐르는 소리를 빗대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그만큼 산도 꽤 높다. 동서로 40킬로미터, 남북으로 20킬로미터에 이르는 사막 사이에 우뚝 솟은 산이다. 해발은 1650미터 정도이나 가깝게 가서 보면 수십미터에 이르는 등산로가 보이기도 한다. 너무 더워 감히 오를 생각을 못했다. 밍사산에는 위에야취엔(月牙泉)이라는 오아시스가 있다. 밍사산에 둘러싸인 작은 샘인데 그 생김새가 초승달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위에야(月牙), 달과 이빨? 초승달을 말한다. ..
중국에서 인터넷을 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비해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합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는 많이 좋아졌는데 시골 동네로 가면 그것은 거의 고통에 가깝습니다. 제가 인터넷으로 다음을 접속하는 모습이 마치 슬로우비디오 보는 느낌입니다. ‘페이지 여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찹니다. 메신저로 보내는 것도 16바이트씩 숫자가 보일 정도입니다. 게다가 해발고도 높은 곳에 오면 더 그렇습니다. 라사에서는 노트북 켜고 2~30분만 작업하면 갑자기 꺼져서 헉~ 드디어 노트북 고장이구나 걱정 무지하게 했는데, 다시 평지로 내려가니 괜찮았습니다. 노트북도 고산병으로 고생한 셈이지요. 하여간 이곳은 둔황입니다. 한 호텔에서 인터넷하면서 인간성 테스트 중입니다. 게다가 오프라인 동영..
시내 버스를 타고, 둔황 시내에서 동남쪽으로 약25킬로미터 떨어진 곳, 황량한 사막 벌판을 한 시간 가량 달려 세계적 보물이라는 모가우굴(莫高窟)에 이르렀다. 우선, 입장료가 160위엔이나 하고 가이드가 붙으면 20위엔을 더 내야 한다. 그리고, 카메라, 캠코더는 물론이고 가방조차도 못 가지고 들어가게 한다. 가방을 맡겨야 하고 그러면 다시 보관료도 내야 한다. 이것은 거의 강매 수준이다. 그리고 간혹 가이드에게 특별요금을 내면 더 많은 곳을 관람도 시켜준다고 하는데 이는 엄밀히 말해 사기에 가깝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관람해, 꽤 감명 깊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세 군데 정도의 큰 굴과 웅장하고 세밀한 불교문화를 호흡하기에 나쁘지 않다. 다만, 그 외 많은 동굴들은 다 나무문으로 막았고 자물..
자위관(嘉峪关)에서 312번 국도로 안시(安西)를 지나는 길은 정말 사막 한 복판을 달린다. 아무 것도 안 보인다. 그저 황량한 벌판. 다시 안씨에서 둔황(敦煌)까지 두어 시간 달렸다. 그리고 둔황의 시장을 둘러봤다. 공예품을 파는 시장은 정말 이곳이 둔황이구나 하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 실크로드와 낙타, 그리고 막고굴 불상을 직접 현장에서 새겨 그려 파는 곳이 많다. 거리의 예술가들이 너무도 많다. 거리에서 은근하게 들려오는 악기소리가 흥미를 끈다. 가만히 보니 바로 쉰(埙)이다. 동그란 돌에 대 여섯 개 뚫린 구멍 사이에서 나오는 소리가 포근한 악기이다. 이 쉰으로 대장금을 연주하는 아저씨. 먹거리가 풍부한 야시장에 갔다. 둔황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싱피수이(杏皮水)가 참 시원하고 맛도 있다. 맥주도..
자위관(嘉峪关) 관청은 그 건물이 웅장해 천하제일웅관(天下第一雄关)이라 하며 변방의 요새(连陲锁钥)라고도 한다. 명나라 시대 홍무 5년(1372년)에 세워졌다. 관청 성곽에 오르면 멀리 눈 덮인 설산이 보이고 우루무치로 가는 기차 길과 도로도 한눈에 보인다. 관청 내에는 재미난 볼거리가 많은데 그 중에 지스옌밍(击石燕鸣), 즉 돌을 치면 제비 우는 소리가 난다는 돌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제비 한 쌍이 있었는데 어느 날 숫제비가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암제비가 성벽에 부딪혀 죽었다 한다. 그 이후로 제비가 앉았던 돌을 치면 제비 우짖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사람들도 제비는 길조라 여겨 장군들이 전쟁터에 나갈 때 부인이 아이들과 함께 이 돌을 치면서 무사기원을 했다고 전..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