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금강구름다리를 건너가면 정상으로 향하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하나는 그냥 일반적인 등산로이고 또 하나는 삼선계단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가파른 계단길이 맑은 날씨에 찍은 표지판 사진에 비해 훨씬 공포스러웠다. 그것은 심하게 사방을 가로막고 있는 안개 때문. 다른 산행 사람들을 촬영하느라 뒤꽁무니에 섰는데, 갑자기 한 아주머니가 무섭다며 다시 내려온다. 얼마나 무섭길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올라가기 쉽지 않아보인다. 더구나 눈앞 시야가 그 불안감을 더 가중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위에서 바라보는 삼선계단도 마찬가지. 삼선계단에서 마천대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대둔산에서 그나마 등산로답게 가파르다. 1시간 가량 걸리는 길인데 기대한 것보..
어제 중국비즈니스포럼 송년회를 가려고 경복궁 역에서 내렸는데, 마침 [불조심 만화 포스터 입상작 전시회]가 열렸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일반부로 나누어 공모전이 있었고 이를 역사 내의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전시 중이었던 것이다. 우수상, 최우수상을 비롯 장려상까지 미술관 벽 양 옆으로 늘어선 포스터를 보노라니 학교 다닐 때 꼭 때 되면 언제나 포스터를 그려오라는 숙제에 머리를 싸메고 고민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렇게 하는 지는 몰라도, 하여간 예전에는 추운 겨울이 오려고 하면 반드시 이 엄청난 '불조심 포스터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인 포스터는 초등학생부 장려상인 '1학년 1반 9번 불조심!'에 귀여운 소화기 캐릭터 그리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였다. 포스터 안의 흔..
대둔산에서 가장 멋진 곳은 구름다리일 것이다. 대둔산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고 사실 이 구름다리때문에 이번 산행에 따라 나선 것이기도 하다. 안개가 자욱하다. 늦가을과 초겨울 어디에 섰는 지 모를 차가운 날씨에 온통 하얀 빛깔이 산 천지를 수놓았으니 나름대로의 새로운 맛을 찾아야 할 듯하다.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기대하고 온 보람도 없다. 금강구름다리 부근까지 치솟는 케이블카가 있다. 1시간에 두번 운행한다고 적혀 있어서 그냥 걸어오르려 했는데, 약속시간도 아닌데 운행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인적이 드물어서인가. 1~2명이라도 실어나른다니 잽싸게 올라탔다. 1인당 3,500원. 운행은 약 6분이니 아주 가깝다. 원경은 안개에 갇혀버렸고 케이블카 창문 사이로 위 아래로 그나마 남아있는 모습을 기억..
지난 주말 대둔산을 다녀왔다. 충청남도와 전라북도를 가르고 선 도립공원. 우리는 진산면을 거쳐 산 입구에 도착했다. 해발 878미터로 비교적 얕은 산이지만 동학혁명군이 마지막까지 항전을 할 정도로 산세가 가볍지 않다. 공원 입구에 박히어 선 장승들이 해학적이다. 이들은 지나는 사람들의 코 속으로 내음을 풍기려고 시선을 유혹하려는 듯하다. 처음 보면 '웃기는군' 하다가 보면 볼수록 속에서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잘 생겼다. 우체통 옆에 붙어있는 것도 이상한 아웃테리어가 아닌가. '사람과 산 쉼터'의 '산'도 산을 새겼다. '추억만들기'를 위해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자는 것인가. 입 벌린 장승과 입 다문 장승, 둘 다 굉장히 웃긴다.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둘 다 웃겨죽인다. 이빨 달랑 두 개 남은(솟은)..
며칠 전 대학로에서 만난 후배가 차로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더니만, 갑자기 오늘 자기 생일인데 '조개구이'가 먹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인천 소래포구로 직행. 오랜 만에 싱싱한 조개를 마음껏 먹었다. 게다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왕새우도 함께 연탄불에 익혔다. 소금을 새우와 함께 익히니 그 맛이 가히 담백하기 그지 없다. 새우와 조개, 연탄불. 오랜 만에 즐거운 낭만을 마음껏 마셨다. 자글자글 뽀글거리는 조갯살이 상큼하기도 해서 일까, 빨간 연탄불의 온기에 취하기도 전에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셨더니 안성마춤 안주다.
티우는 회사, 산돌티움을 방문했다. 산돌폰트로 유명한 회사의 자회사로 한글 캐릭터 전문 기업으로 쇼핑몰(http://www.tiummall.com/)을 운영하기도 한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당시 '독도 티셔츠'를 입고 만리장성에 오른 기사를 썼는데 바로 그 회사. 2008/08/22 - ‘독도’ 입고 미개발 만리장성을 오르다 2008/08/24 - 만리장성에서 만난 장수하늘소? 이 회사 감사님과 차장님과의 약속. 카달로그를 보는데 예쁘게 생긴 '한복'이 눈길을 끌었다. 처음엔 북마크인 듯 보였으나 알고 보니 카드였다. 크리스마스나 신년 카드로 써도 좋을 느낌이다. 재미난 아이디어이다. 다소곳 포즈를 그대로 펼쳐, 그 안에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써서 누구에게라도 보내보면 좋지 않을까. 값도 3천원이니 아주 ..
지난 11월 25일 대학로에 약속이 있어서 갔다. 마로니에 옆 스타벅스에 앉아서 후배를 기다리는데 창문을 뚫고 나오는 늦은 오후 햇살 아래에서 그들 연인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그들의 시선은 맑은 창 밖의 환하고도 바쁜 거리에도, 가로수를 뚫고 강렬한 빛을 뿜는 햇살에도 아랑곳 없으니 말이다. 커피숍 한켠에도 홀로 앉은 그 역시 책에 눈을 떼지 않고 있으니 창 밖은 익숙한 모습이었던 것인가. 오랜 만에 오는 나는 창 밖 풍경에, 아니 창문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포근했는데... 몇달 만에 보는 후배는 꽤 그동안의 고충을 소상히 말했다. 비즈니스 전쟁을 치르느라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았다가 바로 응급으로 입원하고 거의 1달을, 아니 지금도 후유증이 약간 남은 듯한 피곤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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