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을 떠올리며 잽싸게 다른 배를 타고 끊어진 압록강 철교와 북한 어선과 주민들을 가까이 보고 되돌아 올 때까지 북한 땅을 밟으면 큰일난다는 착각에 휩싸였습니다. 북한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통일이 되면 서로 같이 배를 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중국 땅에서가 아니라 북한 땅에서 말입니다. 하여간 통일도 생각하고 여전히 살아있는 '국가보안법'도 떠올린 긴장되고 재미난 압록강이었습니다. 6.25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끊어진 다리, 단교에 올랐습니다. 북한 쪽 다리와 불과 100미터 거리도 안돼 보이지만 현실은 대단히 멀어보였습니다. 안개 속이라 더욱 분위기가 생생한 압록강 떠다니는 배의 엔진소리가 통일을 위한 북소리처럼 느껴집니다.
5월 24일, 오전내내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렸습니다. 점심 때가 지나니 비는 그쳤으나 압록강 물안개는 더욱 짙어진 듯합니다. 고속정을 타고 휭하니 북한 땅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싱겁게도 너무 빨라서 재미가 없습니다. 이날은 마침 사월 초파일이었습니다. 스님과 신도들이 방생하러 가는 배를 얼른 따라 탔습니다. 30분 이상 '아미타포'를 부르는 방생을 즐겁게 취재하였는데 배가 정박하자 사람들이 내리는 그곳을 북한 땅으로 착각 '국가보안법'을 떠올리며, 북한땅을 밟으면 큰일난다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방생 배는 북한 땅을 가지 않고 중간에서 크게 돌아서 되돌아온 것입니다. 안개가 너무 심해 배가 이동하는 노선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에 말입니다.
다렌에서 버스를 타고 압록강변 도시 단둥에 도착했습니다. 시내는 한글로 쓴 간판이 거리마다 늘어서 있어 조금 낯설기조차 합니다. 민박집 창문을 여니 압록강 너머 북한 땅이 아주 가깝게 보입니다. 아쉽게 바로 앞에 큰 건물이 들어서려는지 공사중이라 시야를 다소 가리긴 합니다. 저녁 시간 압록강변을 걸으니 흥분됩니다. 북한식당 청류관, 광장에 중국사람들 춤추는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끊어진 압록강 철교의 조명이 멋집니다. 아쉬운 것은 북한 쪽 철교에는 조명이 없어, 그야말로 단절이란 느낌을 받게 됩니다. 단동은 한국상품과 북한상품을 나란히 파는 가게가 많습니다. 북한상품가게에 들러 담배랑 우표를 샀습니다. 담배는 너무 독해 거의 일주일에 걸쳐 나누어 폈고 우표는 장춘연길포럼에서 한방을 쓴 분에게 선물했습니다. ..
만리장성이 시작되는 곳을 라오롱터우(老龙头)라고 합니다. 바다에서부터 이어진 장성의 돌들이 산을 넘고 넘어 베이징을 지나고 창안과 란저우를 거쳐 자위관까지 이어진답니다. 산하이관(山海关)은 동북으로부터 중원을 향하는 진입 관문이니 요지입니다. 산하이관에 도착하자마자 택시와 식당에서 각각 약간의 사기를 당해 심신이 피곤했는데 마침 한 행사에 동원된 아이들 중에서 정말 해맑게 생긴 아이와 친해졌더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옛날 군영의 모습은 사라진 라오롱터우이지만 만리장성의 시작되는 곳이라는 명성이야 그대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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